최근 우리나라에 특허등록 200만호가 나왔다. 200만 호 특허권은 ㈜오름테라퓨틱(대표 이승주)가 차지했다.

새롭게 개발한 기술이 ‘세계에서 최초이며(신규성), 기존 기술과 비교하여 일정 수준 발전한 것이어야 하고(진보성)’, 같은 기술이면 ‘먼저 신청한 사람에게’ 특허를 등록해 준다. 우리나라 특허청에 등록되는 특허라도 전 세계 자료를 참조하여 심사한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특허청에 등록되는 특허라도 세계에서 처음 개발한 기술이다. 우리나라 등록되는 특허는 전 세계에 통할만 한 기술 수준이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된다. 다만 외국에 특허를 등록하려면 돈이 많이 들고, 특허로 등록해도 산업 활동에 얻는 기대 이익이 많지 않을 때는 포기한다.

우리나라에서 특허 1호는 1948.11.20., 특허 100만 호는 2010.12.03., 특허 200만 호는 2019.07.09.이니 첫 특허에서 100만호까지 가는데 62년이 걸렸지만, 100만 호에서 200만 호로 가는 데에는 약 9년이 걸렸으니 속도가 무척 빨라졌다. 특허청 자료로 중앙일보 신재민 기자가 작성한 그래프를 보면 우리 특허가 얼마나 가파르게 달려 온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정말 가파르다. 이런 특허 상황은, 특허가 기업의 경제 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 경제도 비슷한 속도로 달려 왔을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 200만 호 특허가 나온 때를 보면, ①미국은 1935년, ②프랑스는 1985년, ③영국은 1986년에, ④일본은 1995년, ⑤독일 2015년, ⑥중국 2016년에 나왔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7번째로 200만 호 특허를 등록한 나라가 됐다.

우리나라 특허 관련 통계를 보면 ‘1년에 21만 건 정도 특허가 신청되고 이 건수는 세계 4위, 국제 특허출원은 2018년에 17,014건으로 세계에서 5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국제특허출원에서 기술 공개 언어로 한글이 들어간 지도 꽤 오래됐다. 대한민국은 국제 특허 분야에서 대략 4~5위를 차지할 정도로 위상이 상당히 높다. 세계 특허 관련 행사에 가면 저 순서에 따라 대우를 받는다. 특허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특허 200만 호를 두고 비판하는 주장도 있다. 수는 많지만, 원천 특허와 같이 알찬 특허는 많지 않다거나 사업화되지 않고 사장되는 장롱 특허가 많아 곤란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특허의 질과 양의 문제에서, 질 좋은 특허는 양이 많을 때 더 많이 나온다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장롱 특허 문제도 있다. 기술은 특허성이 있다고 해서 사업성이 있다는 것과 직결되지 않는다. 특허는 미래 시장 환경이 적절하면 언제든지 사업화할 가능성이 있는 자산으로 이해해야 한다.

기술 개발 문제는, 우리 기업의 국제 경쟁력과 직결된다. 우리 스스로 우리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멀리 보고 기술을 개발할 기반을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기술은 사람이 개발하는 것이고, 하루아침에 개발할 수 없다. 기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기술분야로 가서 활동하더라도 자존심이 구겨지지 않는 사회 제도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창의력은 연구자의 머리에서 나온다고 하면서 연구자를 행정업무에 묶어 두거나, 기술사는 기술자에게 최고 자격인데 기술사제도가 망가져 기술자가 되려는 꿈을 접게 만든다. 전문가가 중요하다고 하면서, 법원은 특허 전문가인 변리사에게 ‘법에 규정된 소송대리권’조차 억지로 막고 있다. 전문가가 중요하다고 하면서 전문가가 되려는 꿈을 접게 만드는 환경에 산다. 불합리한 것들은 근본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이제 앞으로가 문제다. 기술이 중요하다고 외치는 요즘에, 기술자와 연구자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300만 번째 특허는 9년 안에 나올 수 있을지 걱정이다. 말로만 과학기술이 중요하다는 읊조림에서 벗어나자.

저작권자 | 가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