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은 우리나라 석유화학 원료산업 대표 생산기지로 성장해 왔다.

[가스신문=이경인 기자] 우리나라 석유화학산업의 시초인 울산은 울산공단을 시작으로 온산공단, 여천공단이 들어서 있으며 가스법상 안전관리 대상업소인 특정가스제조와 일반가스제도, 판매업소, 사용시설 등이 8886개소에 달한다. 이중 가스시설 플랜트는 238개이며 저장탱크 325개, 압력용기는 1만7565개에 이른다. 여기에 산업단지 지하에 매설된 가스배관만 653km이며, 이중 20년 이상된 배관은 400km이다.

오랜기간 석유화학기업과 가스관련 시설이 들어선 탓에 울산지역 산업공단의 안전관리는 어느 곳보다 철저하고 앞선 기술이 요구되고 있다. 실제, 울산산업공단은 안전진단프로그램을 우선 도입하고 고압매설배관 굴착공사정보지원센터가 가장 먼저 시범도입되는 등 새로운 안전진단제도와 기술이 적용돼 왔다.

 

고온·고압 매설배관 비율 높아
울산은 SK종합화학, S오일, SK에너지, 대한유화 등 합성수지와 플라스틱의 원료로 사용되는 에틸렌과 프로필렌, 벤젠 등이 주요 생산품이다.

에틸렌의 국내 점유율은 17.0%, 프로필렌 40.6%, 벤젠 30.3%, TPA 63.6% 등으로 우리나라 원료산업의 대표 생산기지로 꼽힌다.

이들 시설은 고압과 고온의 생산과정을 거치는 탓에 특수가스제조시설을 비롯해 매설배관 규모가 상당하다.

실제, 울산지역 안전관리 대상시설 8886개소 중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적용을 받은 석유화학시설이나 특수가스제조·시설은 1884개소로 점유율이 21.4%에 달한다.

장기사용 시설이 늘어나면서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시설은 안전진단과 개보수를 통해 시설개선에 나서고 있는 만큼,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게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내 석유화학시설 중 고압가스시설의 경우 법정검사인 안전진단제도가 도입된 것은 시설운영 20여년이 경과한 1993년이다.

당시 안전진단제도는 10년이 경과된 대규모 고압가스시설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1999년 규제완화정책의 일환으로 폐지됐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특수반응기 등 위험도가 높은 시설(15년 경과)에 대해서는 4년마다 정밀안전진단이 의무화됐다.

이런 제도적 보완책 덕분에 아직까지 석유화학공단에서 시설결함으로 인한 대형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장기사용 매설배관은 안전을 장담하는데 한계가 있다.

매설배관의 특성상 육안으로 문제점을 파악하는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산업단지 내에서 굴착공사 중 매설배관이 파손되는 사고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았다.

더욱이 울산산업단지 내 가스배관은 720km이며 이중 지하에 매설된 배관은 653km로, 매설배관 비율이 89.7%에 이르며 매설배관 중 20년 이상된 배관은 400km에 달한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13년 3월 울산을 대상으로 고압가스배관 굴착공사정보지원센터(이하 고압원콜센터)를 국내 최초로 시범도입했다.

시행 3개월만에 굴착신고가 158건에 달하고 처리건수도 900여건으로 도시가스 매설배관에 비해 3배가량 처리건수가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동일한 굴착부지 내에 매설배관이 많고, 굴착공사 중 사고로 이어질 위험도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범도입을 통해 사고예방효과가 입증되면서 고압원콜센터는 법제화됐으며 이를 계기로 장기사용 고압가스 매설배관에 대한 안전성도 한층 높아졌다.

 

석안회, 안전확보에 한 몫
1999년 규제완화 속에서 정기검사제도가 1년 주기에서 4년 주기로 완화되면서 정부가 주도하는 법정검사는 완화됐다. 이는 안전관리의 패러다임을 규제에서 자율로 변화한 셈이다.

사실, 울산산업단지는 출범초기부터 기업간 신기술과 안전노하우 교류에 적극적이었다.

울산의 가장 대표적인 안전관리모임인 석유화학안전환경관리위원회(이하 석안회)는 1973년 출범해 울산공단 내 석유화학기업의 임원, 부서장들이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안전관리 기술교류, 사고예방 노하우 공개 등의 활동을 펼쳤다.

이제는 국내 가장 대표적 안전관리 전문가 모임으로 성장한 석안회는 기업간 첨예한 기술경쟁이 펼쳐지는 가운데에서도 사고예방을 위해 상호 안전노하우를 공유하는 등 안전분야에서 대표적인 성공모델로 꼽힌다.

정례적인 모임을 통한 정보교류와 함께, 최근에는 개인모바일과 SNS를 통한 실시간 정보교류도 인기를 얻고 있다.

대한유화 울산공장 성해준 환경안전1팀장은 지난 2017년부터 국내외 사고사례와 고압가스, 산업안전, 위험물 등의 정보를 소개하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게재된 자료만 500건에 육박하고 요즘도 1주일에 2~3건의 사고소식과 최신 제도를 발빠르게 전달하면서 울산에서는 활용도가 높은 블로그로 꼽힌다.

성해준 팀장은 “안전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만큼, 국내외 사고소식과 안전기술에 대한 정보를 다루고 있다”며 “혼자보다는 많은 사람이 공유하게 된다면 다양한 안전기술을 교류하는 것은 물론, 사고예방에도 효과가 높을 것으로 보여, 블로그를 통해 정보를 교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가스안전공사도 다변화되고 있는 석유화학플랜트에 발맞춰, 현장 여건에 맞는 검사서비스 제공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스안전공사는 울산지역 석유화학기업이 참여하는 안전소통위원회 및 화학네트워크 포럼을 분기별로 개최하고 사고사례 및 업체별 우수사례 발표를 통해 안전기술 노하우 교류도 적극 유도하고 있다.

가스안전공사 김병덕 울산본부장은 “선진국 수준의 안전진단제도와 검사시스템 도입, 여기에 업체 스스로 안전관리에 노력하면서 울산산업단지 안전관리에 대한 제도적 미비점은 찾기 어렵다”며 “최근 사고 원인의 상당수가 작업자 실수나 인적오류에 의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외부인력이 대거 투입되는 정기보수기간 중 특별안전점검을 확대해 사고발생을 차단하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대한유화의 안전관리 노하우를 듣다



지속적인 시설개선과 생산효율화로 지난해 매출규모는 역대 최대인 2조5540억원을 기록했으며 기업경영 전반에 걸쳐, 안전과 보건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안전보건경영시스템 구축에도 힘을 쏟고 있다.대한유화는 1970년 창립 이래 국내최초로 합성수지 생산공장을 울산에 준공, 우리나라 석유화학산업의 기반을 다져왔다. 이어 1991년에는 온산국가산업단지에 NCC공장을 준공,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비롯해 폴리프로필렌과 고밀도 폴리에틸렌 등을 전문으로 생산하고 있다.

우선, 공장장이 직접 현장을 순찰하며 시설오류나 미비에 의한 사고예방은 물론, 작업자와의 수평적 교류를 통해 인적오류로 인한 사고 근절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외부 인력이 대거 유입되는 시설 개보수시기나 증설시기에는 퇴직자를 안전관리요원으로 위촉해 현장안전 확보에 나선 점이 눈에 띤다.

윤주원 온산공장장은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생산시설을 2배로 늘리는 설비증설공사가 진행됐으며 이 기간 중 외부인력이 일일 최대 4천여명이 이를 정도로 많은 사람이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매일 공장 근무자의 10배 넘는 외부인력이 공장 곳곳에서 보수작업을 진행했으며 이들은 낯선 작업환경 탓에 사고발생 위험이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였다.

이에 윤 공장장은 현장경험이 많은 퇴직자를 떠올렸다. 수소문 끝에 울산에 거주하는 퇴직자를 안전관리요원으로 위촉했고, 우려했던 사고위험은 차단할 수 있었다. 덕분에 생산 중 설비증설이라는 까다로운 조건에도 별다른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김용철 울산공장장도 수십년간 공장 곳곳에서 근무했지만, 공장장이 된 이후에도 공장 순찰은 빼놓지 않고 실시하는 일과 중 하나이다.

“석유화학시설은 정기적인 보수가 필수인 만큼, 주기적으로 외부 인력이 유입돼 함께 일을 하게 됩니다. 공장 순찰 중에는 외부 인력과 직접 만나 안부도 묻고, 작업 중 어려운 점은 없는지도 물어봅니다. 처음에는 공장장의 방문에 어색하기도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인간적인 신뢰감이 생깁니다. 덕분에 보수작업 중 다양한 개선방안도 전해 듣고,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노력덕분에 울산공장은 2009년 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공정안전관리 이행수준평가에서 최고등급의 인증을 받을 수 있었다. 또한 지난해 소방방재청 주관 대한민국 안전대상에서 최고영예인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둔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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