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동주택에 안정적인 도시가스 공급을 위해 필요한 지역정압기(원형, 정압기 내부모습)관련 소송이 앞으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님비현상, 과도한 점용료 등 집단이기주로 철거 요구에 법원 사실상 제동 걸어

임대의 ‘사유재산권 보호→패소’, 공급사 ‘공익성과 가스사용권 침해→승소’

3심 끝에 최종판결…50%이상 실세대주 동의 필요로 더 이상 철거소송 해소

 

[가스신문=주병국 기자]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안정적인 도시가스 공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지역정압기에 대한 주민들의 님비현상이 ‘시설물 철거’로 이어졌지만, 앞으론 완전히 사라질 전망이다.

지난 9월 대법원이 도시가스 지역정압기 철거소송 건에 대해 ‘공급 필수시설물’, ‘개별 세대 에너지선택권 보장’, ‘공익성 확보’ 등 3가지 입장을 밝히고,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주장한 철거요청에 대해 도시가스사가 수용할 필요가 없다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지난 2013년 3월 남양주 덕소센트레빌(2006년 준공) 입주자대표회(15명)은 Y도시가스사가 신축 공동주택에 도시가스 공급을 위해 단지 내 지역정압기를 설치했으나, 철거를 요구하는 소송이 제기됐다. 이 소송은 덕소센트레빌 입주자 대표가 Y도시가스사 상대로 ‘지역정압기 철거’ 소송을 2013년 3월 법원에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원고측인 입주자대표회의측은 부지사용 동의를 한 동부디엔씨는 사건 대지에 대한 관리, 처분 권한이 없었으며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이 아니라, 특히 도시가스사가 동부디엔씨와 적법한 절차를 통해 부지사용 동의를 받았다 하더라도 부지사용동의는 무상의 사용대차에 불과하며, 이미 7년 넘게 무상으로 사용하였으므로 원고들은 피고와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1심을 통해 “피고는 원고들에게 지역정압기실을 철거하고, 토지를 인도하라”는 법원의 판결(2014년 4월)이 내려져 도시가스사측이 패소했다. 법원은 입주자대표회의 주장을 받아들인 셈이다.

당시 도시가스사측은 원고의 주장에 대해 지역정압기실 최소 설치 당시 대지의 이전 소유자인 동부디엔씨로부터 토지사용 승낙을 받았고, 원고들은 입주 후 수년간 설치상태를 묵인하면서 토지사용 승낙에 따른 법률관계를 승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전 입주자대표회의와 부지사용에 대한 협의 후 점용료를 지급할 의사가 있고,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요구한 지역정압기 철거 및 대지 인도 청구는 권리남용에 해당된다는 점을 법원에 피력했다. 하지만 1심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측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1심 판결에 항소한 도시가스사측은 지역정압기 시설에 대한 공익성과 공급필수시설물이라는 점을 항소법원에 충실히 설명하고, 지역정압기가 철거될 경우 도시가스 사용 희망세대(구분소유자)들의 헌법상 자유권 중 하나로 에너지선택권인 가스사용이 침해될 수 있다는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여 1심과 정반대되는 판결(2015년 2월)이 나왔다. 즉 2심에서는 1심을 뒤집는 결과로 도시가스사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셈이다.

2심 판결에 불복한 입주자대표회의는 곧바로 상고, 이에 대법원은 “원고가 주장한 ‘사유재산권 보호의 원칙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은 구분소유자가 공용부분과 대지에 대해 그 지분권에 기하여 권리를 행사할 때 이것이 다른 구분소유자들의 이익에 어긋날 수 있다면 이는 집합건물법 본문에 따라 관리단집회의 결의를 거쳐야 하는 관리행위라고 보아야 한다”며 “그러나 관리단집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원고(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들의 청구는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대법원은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의 3심 끝에 내려진 이번 판결로 사실상 2013년부터 진행된 ‘지역정압기 철거’ 소송은 7년간의 논란 끝에 일단락 났다.

이번 대법원 최종판결 과정에서 눈여겨 볼 점은 1심과 달리 2심 판결로, 지역정압기 철거는 집합건물법에 따라 아파트 소유자 50%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청구가 가능하다는 것이며, 이는 그동안 무분별하게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도시가스사를 상대로 ‘지역정압기 철거’를 요구하는 등 소송 건에 제동을 건 것이다. 특히 실소유자 세대의 에너지 선택권이 침해되어서는 안된다는 대법원의 판단과 또 입주자대표회의가 아파트 주민들의 대표성을 띠나 지역정압기 시설은 도시가스 공급을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시설물이기에 사유재산권 보호도 중요하나 실 세대주의 50% 이상 동의가 없이는 개개별 세대의 에너지선택권이 보장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앞으로 공동주택에서 야기되는 집단이기주의나 님비현상 또는 과도한 임대료를 요구하여 빚어지는 입주자대표회의와 도시가스사간의 분쟁을 종결케 한 판례로 의미가 크다.

그동안 신규 아파트 조성시 건설사 요청으로 도시가스 공급시설(배관·지역정압기 등)을 구축한 도시가스사들은 입주 후 구성된 입주자대표자로부터 지역정압기 철거소송을 겪는 등 부지확보에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앞으로 이런 불필요한 소송 건은 크게 줄 것으로 기대되며, 도시가스사 역시 소송에 따른 경제적 손해를 막을 수 있고, 보다 안정적인 도시가스 공급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소송을 맡은 서문채 변호사는 “입주자대표회의는 주택법 제43조 등 관계 규정에 따라 아파트 동별 세대수에 비례하여 구분소유자와 세입자의 투표로 선출된 동대표로 구성된 공법상의 단체에 불과하다는 것”이며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철거소송을 결의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집합건물법상 구분소유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라고 말했다.

또 서 변호사와 예스코 관계자는 “지난 2006년 S도시가스사가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와 지역정압기 소송건으로 공급사가 패소한 판례가 있었지만 이번 대법원의 최종판결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지역정압기 철거를 요구하더라도 개개별 실세대주의 에너지선택권이 침해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특히 지역정압기시설은 가스공급에 있어 필수시설물인 만큼 반드시 필요하고, 사유재산권 보호도 중요하나 공익성 측면도 배제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긴 판결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지역정압기 철거문제가 이번 대법원의 최종 판결로 무분별하게 벌어진 소송건 문제에 제동을 건 셈이며, 이는 공급사 입장에서 큰 민원중 하나가 해소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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