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이래 세계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온난화물질의 1/3 이상을 석유, 가스, 석탄 등 20개 거대 화석연료기업들이 배출한다는 영국 신문 ‘가디언’(Guardian)의 보도가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이 배출한 온난화 물질은 이산화탄소 기준 4,800억‘톤’에 해당한단다. 가장 많이 배출한 기업은 사우디의 국영기업인 ‘아람코(Aramco)’이며 러시아의 ‘가즈프롬’(Gazprom)이 3위를, 이란 국영석유회사가 5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영기업들이 상위 20개 중 12개를 차지하였다.

물론 민간기업 ‘쉐브론’이 전체 2위, ‘엑슨 모바일“이 4위를 차지하였고, BP, Shell 등 8개 기업들도 20위 이내에 들었다. 다행히 아직 우리나라 에너지기업은 거론되지 않았다. 그러나 앞날은 모른다. 상위 20개 기업 배출 온난화물질의 90%는 휘발유, 도시가스 등 최종제품 소비과정에서 유발되었으며 단지 10%만이 상류 천연자원생산-수송과정에서 유발되었다. 우리나라 에너지소비가 지속성장한다면 무슨 결과가 나올까?

이러한 여건 아래서 환경론자들은 금년 12월 칠레에서 개최되는 기후변화정상회의에서 이들 기업에 대한 규제방안의 구체화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 기업들이 파리협정 등 각종 규제 장치를 교묘하게 회피한다고 비난한다. 미국 대기과학자 그룹 연구에 의하면 1880 –2010년 기간 중 대기온도와 해수면 상승 책임의 절반 정도가 90개 대형 기업이 유발하였다. 물론 이들 중 현존기업 책임의 상당 부분이 위에서 언급한 20개 기업에 귀속될 것이다. 사실 이들은 지구온난화물질이 야기하는 과학적 결과를 충분히 인지하고, 이를 해결할, 기술적-경제적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단기이득을 위해 책임회피제도 도입에 우선 투자한다고 비난한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는 연구결과에 의해 현재 세계 각국의 기후변화 대응정책의 결과로는 현존 인류문명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1.5도 이하’ 대기온도 유지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에너지 대기업들의 이기적 행동에 따른 결과를 70억 세계 인류 전체가 부담해야 할 여건에 있다. 소비자를 배반할 일이며, 나아가 지구라는 공동체의 최소 윤리기준을 위반하는 것일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세계 에너지산업은 지금 상상할 수 없는 고수준의 저항과 규제를 받을 것이다. 청정에너지로의 값비싼 전환(Transition)을 넘어 변혁(Transformation)을 통해서만 생존할 수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파괴적 혁신에 직면하여 지금과는 전혀 새로운 에너지산업이 탄생할 수도 있다. 암담한 미래일 뿐이다.

이러한 여건에서 기존 에너지산업의 미래를 밝히는 현실적이고 투명한 의견을 개진한 사람을 필자는 발견하였다. 그는 BP사 회장인 Bob Dudley이다. 내년 초 퇴임을 앞두고 가스산업은 조금만 혁신한다면 큰 비용들이지 않고 기후변화에 대응한 청정에너지체계(Net-Zero)를 주도할 수 있다고 역설하였다. 이에 따라 파국적인 지구환경과 암담한 에너지산업 미래는 회피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그는 지금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문제로 완전한 탈탄소(脫炭素)체제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하였다. 대단히 용기 있는 언급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가스산업은 매우 경제적으로 탄소가 함유되지 않은 합성연료를 제조할 수 있다고 하였다. 바이오가스 활용, 탄소포획, 수소활용 등도 기존 천연가스산업 ‘인프라’를 활용하여 매우 경제적이고 기술 효율적으로 탄소배출을 극소화할 수 있다고 하였다. 다만 가스산업이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어쩌면 이를 추진할 확실한 경제적, 정치적 동기가 부족하였기 때문이라고 역설하였다. 현실에 안주하기만 하는 가스산업을 개탄하였다.

항상 석유산업에 뒤처진 모습을 보이고 정당한 의견 개진이 적었던 가스부문에서 오래만에 존경할만한 의견이 개진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가스산업도 그래야만 하지 않는가? 필자는 우리 가스산업 경영층들은 Dudley 회장이 40년 재임 후 퇴임 직전에 밝힌 ‘비전’과 ‘고뇌’를 깊이 학습하기를 권한다. 혹시 관련자료를 구하기 힘들 경우 필자에게 언제든 연락하면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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