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서울특별시의회 의원

[가스신문=정두현 기자] 서울시(시장 박원순)의 친환경 콘덴싱보일러 보급지원 실적이 당초 사업목표와 달리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콘덴싱보일러의 설치조건이나 시민 주거실태, 국내 가정용 보일러 수요패턴 등 정책 실효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채 과도하게 사업목표만 불린 졸속행정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시는 올해 미세먼지 저감 성능과 난방에너지효율이 뛰어난 가정용 콘덴싱보일러 보급 확산을 통해 대기환경 개선과 시민들의 경제적 편익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100억원(본예산 20억원+추경예산 8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확보했다. 이는 친환경보일러 총 5만대의 교체설치를 지원할 수 있는 규모지만, 지난 10월까지 교체설치 실적은 전체 목표물량의 26% 수준에 불과한 1만3,000여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난방기기인 가스보일러의 설치·판매가 통상 동절기인 11~12월에 집중된다 해도 올해 서울시 친환경보일러 보급지원 예산 전액이 소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특별시의회 김기덕 의원(더불어민주당‧마포구4)은 지난 4일 있은 2019년도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소관 행정사무감사에서 “가정용 친환경보일러 교체보급 실적 미흡사항과 향후 보급 목표 과다 설정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시민홍보‧제도개선 등 다양한 대책을 수립하여 보일러교체 사업에 주택소유주가 적극 동참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제출한 ‘가정용 보일러 연식별 설치현황’ 자료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 총 363만대의 가정용 보일러가 설치돼 있다. 보일러 사용 기간별 설치현황을 살펴보면 △15년 이상 34만8,720대 △10~15년 55만9,271대 △5~10년 87만1,765대 △5년 미만 184만7,554대 △미확인 1,780대 등으로 사용기간이 10년 이상인 노후보일러는 90만7,991대다.

이에 시는 주택소유주와 세입자를 대상으로 세대당 20만원을 지원해 오는 2022년까지 노후보일러 총 90만대를 친환경·고효율 보일러로 교체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2019년 5만대 △2020년 25만대 △2021·2022년 30만대 등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콘덴싱 설치지원 물량을 늘려가기로 했다.

하지만 당장 올해 사업실적만 보면 2022년까지 서울에서만 90만대의 노후보일러를 콘덴싱보일러로 전환시킨다는 서울시의 계획은 특단의 대책이 없을 경우 가시적 성과를 내기 어려워 보인다. 

10월 31일 현재까지 서울시 콘덴싱보일러 교체보급 실적은 당초 목표물량의 30%도 채우지 못했다. 이에 김 의원은 “보일러를 가동하는 시기에 접어들었는데도 지난 10월까지 설치지원 실적을 보면 시책 달성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보통 가정용보일러를 10년 넘게 사용했다 할지라도 큰 고장이 없다면 굳이 교체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세입자인 경우 보일러를 자의로 교체할 수 있는 선택권이 없으며 세대주 입장에서도 굳이 비싼 비용을 들여 콘덴싱보일러로 교체하고자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무엇보다 콘덴싱보일러로 교체하기 위해 설치보조금 신청을 했다가도 응축수 배수시설이 없어 허무하게 철회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주택 개보수를 통해 응축수 배수로를 설치할 수 있지만 그 비용도 만만찮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특히 인구 1,000만명의 서울시가 예산상 대규모 사업을 전개하는 만큼, 시책 수립에 있어 보다 정확한 통계자료를 기초로 시민들의 주거 및 사회환경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친환경보일러 보급과 관련한 서울시민들의 주거 및 사회환경을 면밀하게 검토한 후 현실적인 목표로 재설정하는 조치를 취하고, 향후 다른 정책 사업들을 추진함에 있어 계획단계에서부터 철저히 검증해야 할 것”이라고 현실에 부합한 시정을 촉구했다.

이는 비단 서울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콘덴싱 보급지원 사업이 환경부와 지자체 연계로 이뤄지는 만큼, 일부 지자체의 단순 시정 개선이 아닌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현재 정부·지자체 공동사업인 ‘가정용 콘덴싱보일러 설치보조금 지원 정책’은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지방 지자체에서도 응축수 배출시설 부재에 따른 콘덴싱 설치불가 및 세입자 세대의 보일러 교체동기 부족, 정책 홍보 미흡 등으로 인해 사업 전개에 탄력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편, 올해 정부는 가정용 친환경보일러 보급지원 사업에 역대 최대 규모인 360억원(보일러 교체물량 30만대)의 예산을 투입키로 했다. 내년도 예산안에는 총 510억원이 책정돼 콘덴싱보일러 총 35만대의 교체지원이 이뤄질 예정으로, 국내 친환경·고효율 보일러 확산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일각에선 투입 재원 대비 미진한 성과로 인해 종래엔 단발성 정책 이벤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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