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조금은 메마른 우리 가스산업에 문학의 향기를 불어넣고자 마련한 코너입니다. 가스업계 전 현직 종사자들의 좋은 작품(詩)이 많이 투고되기를 희망합니다.


휘영청 달빛 아래당신을 사랑했기 때문에
기러기 떼 줄지어 행진하고
귀뚜라미 어둠이 하얗게 새도록
목 놓아 울어대도
앞마당 빙글빙글 잡아 도는
고추잠자리의 삶을
감히 그리워할 수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깊은 겨울잠에 들어갈 온갖 미물들,
인적이 끊겨 외로워하는
산비탈 원두막의 운명,
피땀으로 황금빛 광야를 지켜온
허전해하는 허수아비의 삶을
감히 헤아릴 수 있습니다.

 

내 영혼마저도
당신을 사랑할 수 있기 때문에
하늘에, 땅속에, 그리고 인간에게 보내는
당신의 달콤한 꽃 편지도
내게는 눈물과 같은 술 향기 까지도
아무런 조건 없이
감히 사랑으로 승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제항 詩人
한국가스공사 前 강원지역본부장, 지필문학 제36회 신인공모전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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