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회 변리사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
전 변리사회 회장

①새해를 맞아 어떤 인사말을 나눌까. “HAPPY NEW YEAR, 謹賀新年, 福, 瑞氣滿室, good luck, 庚子年, Season’s Greetings” 이런 말들이 넘쳐난다. 물론 우리말글로 된 인사말도 많다. 얼마 전 성탄일일 때에는 아예 “Merry Christmas & Happy New Year”로 적는 사람이 많았다. 저런 인사말이 넘치는 현실이 이상하다. 우리나라에서 우리끼리 인사하면서 왜 외국 말글로 인사하는지 모르겠다. 우리답지 않다.

②교수신문은 한해 막바지 무렵마다 그 해를 상징하는 말을 찾아 발표한다. 2018년에는 임중도원(任重道遠), 지난 2019년에는 공명지조’(共命之鳥) 찾았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09년을 설명하는 말로 방기곡경(旁岐曲逕)을, 2010년 희망을 담은 말은 강구연월(康衢煙月)로 정했었다. 사자성어를 중국 고서에서만 찾는 것 같다. 저 말들은 고서 어느 구석에 있었는지 모르지만, 일반인으로는 처음 듣는 말인 데다가, 저 말은 배경 설명을 듣지 않고는 뜻을 알기 어렵다. 우리에게도 역사서가 있고, 민간 설화도 있는데, 우리 것에서 찾으면 좋겠다. 우리가 수천 년 역사를 살아왔는데 지금 시대상을 견주어 말할 고사나 설화가 없을까? 우리 옛일에서 찾으면 옛일도 알고, 그 일에서 가르침도 얻으니 참 좋겠다. 이렇게 하는 게 우리답다.

③광화문에는 ‘문화광’이라고 한자로 적은 현판이 걸려있다. 한글로 달아야 한다는 여론을 뿌리치고 2010년에 흰 바탕에 검은 색 한자로 다시 달았다. 그런데 옛 자료를 확인하니 검은 바탕에 금색 글씨였던 것이 밝혀져 다시 제작하고 있는 것 같다. 2010년 한자현판 논란이 있을 때 자유칼럼에 글을 쓴 적 있었다. 복원한 광화문은 1425년 세종 때 건물도 아니고, 1865년 고종 때 복원한 건물도 아니고, 1968년 박정희 대통령 때 지은 것도 아니며, 2010년에 새로 지은 건물이다. 광화문은 2010년에 한 살이 되는 현대 건물이다. 그런데 건물 이름표를 한자로 달겠다고 한다. 경복궁은 외국인이 많이 찾는 곳이다.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글자인 한글을 쓰는 나라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곳인 경복궁과 광장에 있는 건물에 ‘門化光’이라고 쓰는 것은 현재를 부정하는 것이다. 외국인이 한자 현판을 볼 때 무엇을 생각할지를 생각하면 영 불편하다. 이 시대에 새로 지은 광화문은 지금부터 역사를 시작하게 해야 한다. 그게 우리답다.

④세계인들의 관심을 받았던 노래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있었다. 우리 말글을 모르는 외국인이 가사와 춤을 따라하는 모습이 경이로웠다. 지금은 방탄소년단이 외국에서 맹활약한다. 세계 젊은이들이 한글 가사를 들고 노래를 익히는 모습을 보면 감탄스럽다. 60~70년대 팝송 영어 가사를 들고 그 시대 외국 가수 노래를 따라 부르던 우리 옛 모습을 떠올리면 경이롭다. 방탄소년단이 성공한 것은 여러 요인이 같이 작용한 것이겠지만 노래에 ‘다움’이 스며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장 우리다운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을 듣는다. 여러 사례에서 저 말이 진리라는 것을 자주 확인한다. 저는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말로 ‘다움’을 꼽는다. 각 개인이 자기다움, 사회다움, 나라다움이 아닐까 한다. 이는 개인의 정체성, 사회의 정체성, 나아가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연결될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우리답지 않은 모습을 참 많이 본다. 변리사법에 명확하게 규정된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을 부정했던 헌법재판소는 그다웠을까? 해당 법이 시행되지 않는데 예산을 짠 정부와, 이를 승인한 국회는 그다웠을까? 사회 현안 범죄 혐의를 수사하고 기소하는 검사와 이를 재판하는 판검사는 그다웠을까?

각 분야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그 분야다움이 될지 생각하고 움직이면 좋겠다. 모든 문제를 풀어가는 기본을 ‘다움’으로 잡으면 어떨까? 2020년은 우리다움을 새기는 해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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