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신문=남영태 기자] 정부가 국내 산업계를 보호하면서 안전한 수소경제를 조성하기 위해 시행한 수소충전소용 3종 밸브 KS인증품목 지정이 오히려 수소충전소 보급 속도를 저해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같은 지적은 관련법 개정 시행으로 수소충전소에 적용되는 수동(볼, 니들 등)·체크·유량조절밸브(이하 3종 밸브)가 반드시 KS인증을 획득해 설치되야 함에도 현재 KS인증을 받은 3종 밸브는 전무한 상황이고, 2월 기준 밸브에 대한 제품검사가 진행 중이지만 검사 완료까지 최소 3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가정했을 때 5월까지는 신규 수소충전소 건설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지난 2017년 고압가스안전관리법 개정으로 안전설비 정의를 신설하고 수소충전소용 밸브의 KS 인증제도 도입을 추진했다. 관련법 시행은 산업계와 시장의 혼선을 줄이기 위해 2019년 11월 1일부로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인증면제 설비와 인증대상 설비 확정을 위해 2019년 10월 고법 시행령·시행규칙도 개정했고, 11월에는 고압가스안전기준통합고시를 개정·고시함으로써 인증대상 설비를 구체화했다.

그나마 정부가 개정된 고법 시행에 앞서 시행규칙 부칙 제353호 제2조(고압가스자동차 충전의 시설기준에 관한 경과조치)에 KS미인증 3종 밸브 적용에 대한 별도 예외 범주(기간)도 설정했지만, 이마저도 2019년 10월 31일까지 한국가스안전공사로부터 기술검토가 완료된 수소충전소에 국한됐다.

KS표준에 대해선 지난 2018년 12월 26일 국가기술표준원은 수소충전소용 밸브 KS표준을 제정(KS B ISO 19880-3)하고, 2019년 7월 3종 밸브를 KS인증품목으로 지정했다. 그해 10월 10일 인증심사기준을 마련했다.

국내 수소산업 관계자는 “정부는 수소전기차와 연료전지를 양대 축으로 수소경제 사회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수소전기차의 보급 확산의 핵심은 수소충전소 보급”이라고 강조하며 “정부가 3종 밸브에 대한 KS인증품목 지정·시행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나, 정부 정책 이행을 위해 산업계가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만큼, 3종 밸브 KS인증 적용에 대한 현실적인 방안을 강구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현재 고법 시행규칙에 따라 기술검토가 완료된 수소충전소 건설은 KS미인증 3종 밸브 적용으로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문제는 올해 정부 예산을 포함해 확보된 최소 53개소(2020년 예산분) 이상의 충전소는 건설 시 KS인증을 획득한 3종 밸브가 적용되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로써는 신규 추가 건설이 예정된 수소충전소에 대한 부지선정과 기술검토 등이 조속히 모두 완료되더라도, 3종 밸브가 KS인증을 획득하고 수소충전소에 적용될 때까지 건설 연기가 불가피하다.

더욱이 현재로써는 3종 밸브에 대한 KS인증이 언제 완료될지도 미지수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수동·체크밸브는 약 2개월, 유량조절밸브는 3개월가량 검사시간이 소요되고, 이후 공장심사 등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빠르면 5~6월경 인증제품이 공급 가능하다. 다만, 제품검사 과정 등에서 불합격 등이 발생하면 연말까지도 3종 밸브에 대한 KS인증이 연기될 가능서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상황에 국내 수소 전문가들은 정부의 안전관리 강화, 국산제품 보호, 안전하고 검증된 제품 공급 등 KS인증제도 시행 목적에 공감하면서도, 산업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고 추진한 사례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 정책에 산업계가 적절하게 대응할 여건이 마련됐는지, 관련 시장에서의 혼란은 없는지 등 정부와 산업계, 관련 시장 간의 속도조절이 필요했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수소전기차 보급 확산을 위한 수소충전소 건설 촉진과 국산 제품이 충전소에 적용될 수 있도록, 3종 밸브에 대한 KS인증제품이 관련 시장에 공급될 시점까지 별도 유예기간 또는 예외조항으로 지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수소경제를 선도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정부와 산업계 간 속도조절이 중요한 시점이다. 즉 정부의 정책방향 대로 국내기업 육성·보호와 안전한 수소사회를 이룩하기 위해선 산업 생태계와 관련 시장을 고려한 3종 밸브 KS인증품목 지정·시행의 현실적인 대응전략이 필요한 때라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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