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관리시공협회 회원이 가스보일러를 수리하고 있다.

[가스신문=양인범 기자] 가스보일러 시공과 관련한 특정가스사용시설 시공범위를 보다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2·3종 시공업자들은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제21조)관련규정으로 업역이 제한됨에 따라 특정가스사용시설 사업장(운영자)이 시공업체 선정과 시공비 부담 측면에서 과도한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린이집, 경로당 등은 특정가스사용시설로 분류되지만 대부분 소형 가정용보일러를 설치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설들은 보일러나 온수기가 고장이 날 경우 현행법령에 따라 1종 업체들을 불러 수리나 교체를 맡겨야 한다. 그러나 1종 업체는 작은 금액의 단순 작업인 보일러 설치공사를 할 경우 상근기술자 투입에 따른 인건비 부담 등으로 기피하는 실정이다.

1종 업체들은 수 천만원에서 수 억원 규모의 공사를 주로 하기에 소형 보일러 설치공사를 하는 것을 그리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또한 보일러·온수기 시공을 하면 반드시 완성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특정가스사용시설의 완성검사는 1종 등록업체만이 신청할 수 있다.

이 같은 실정으로 특정가스사용시설의 시공은 2·3종의 소규모 업체들이 하고, 검사를 받기 위해 1종 업체에 소정의 대행료를 주고 면허대여를 받아 처리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시공자와 시공표지판 상의 시공자가 다른 상황이다. 이런 문제는 1종 업체가 하도급을 주는 것으로 불법을 피하고 있다.

가정용보일러 1대를 설치하는데, 일반적인 2·3종 업체가 시공 시 60만원 내외의 비용이 발생하는데 특정가스사용시설이라는 이유로 검사비용과 대행료가 50만원이 추가로 발생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이런 상황을 납득하기 힘들기에 자연스럽게 음성적인 시공을 요구하게 된다. 2·3종 업체에게 신고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 등으로 설치·교체 시공을 맡기게 된다.

남양주의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한 요양원의 경우 내부 보일러와 배관공사 일체를 2년여에 걸쳐 난방시공업 2종과 가스시설시공업 2종 면허를 가진 A설비 개인사업자가 공사를 담당했다.

이 요양원의 가스배관공사 시행은 요양원 건축을 담당한 종합건설업체로부터 하도급을 받은 가스시설시공업 1종 업체가 했다. 이후 옥내 가스배관 작업은 내관공사 후 분기관 연결공사를 하고 마지막으로 보일러 설치작업을 하는 공정이었다.

이 때 1종 업체가 보일러 시공을 직접하면 하자와 A/S는 물론 사고발생에 따른 위험부담을 떠안아야 하고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며 시공을 하지 못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공사를 완료하기 위해 A설비에서는 1종 업체가 가스배관공사를 했으니 견적금액에 맞춰 보일러도 설치해야 하지 않냐고 했지만, 건설업자의 압력과 밀린 공사대금을 받기 위해 할 수 없이 다른 1종 업체에게 대행을 부탁하고 하도급을 받아 시공할 수 밖에 없었다.

▲ 남양주 한 요양원에 설치된 가정용보일러

이 요양원 내에 설치한 보일러는 사용량 3만4000kcal 의 가정용보일러다. 일반 주택에 설치되는 보일러를 특정가스사용시설이라는 이유로 2·3종 업체가 시공할 수 없는 것이다.

구리시의 한 주민센터 지하에 설치된 보일러도 가스소비량이 1만9200kcal인데 주민센터가 특정가스사용시설이라 교체를 못하고 있다. 1종 업체는 작은 공사를 거부하고, 2·3종 업체는 법적으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 구리시 한 주민센터에 설치된 가정용보일러

주민센터는 도시가스사업법 시행규칙 제21조 4항 4호의 다목(특정가스사용시설의 배관을 변경하는 공사로서 월 사용예정량을 500㎥ 이상 증설하거나 월사용예정량이 500㎥이상인 시설을 이설하는 변경공사)에 해당해 이 보일러를 교체하려면 1종 업체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도 양평군에는 지난해 11월에서야 1종 업체 1곳이 등록했고 이에 따른 소비자들의 민원이 빗발쳤다.

2·3종 업체들은 현재의 법이 음성적인 시공을 부추기고, 소비자의 불편과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1종 시공업체들의 입장은 보일러, 온수기 등의 제품 자체의 고장이 발생할 경우에는 제조사가 수리를 전담해야 하기에 상황이 다르다는 입장을 보인다.

이러한 입장에 대해 2·3종 업체에서는 보일러·온수기 제품 자체의 기계적 결함도 생길 수 있지만, 설치환경불량과 부대설비의 시공결함으로 오작동되거나 동파되면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고 주장한다.

또한 보일러·온수기 설치 시 함께 시공하는 온수관, 환수관, 분배기, 난방관, 연도, 삼방밸브, 각방조절장치, 순환필터, 감압밸브 등 연소기기 자체만이 아닌 연계 설비들에서의 민원도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2종 시공업체의 한 관계자는 “소용량 보일러·온수기의 시공은 기술적으로 까다롭거나 많은 자본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 아닌데, 특정가스사용시설로 분류된 건물에 한해서 1종 업체만 시공하도록 하는 현행 법은 결국 국민의 경제적 부담과 국가적인 비용 손실로 귀결된다”며 “60만원짜리 공사가 특정가스사용시설이라는 이유로 110만원 짜리 공사가 되는 이런 불합리한 상황과 건설산업기본법 제21조(건설업 등록증 등의 대여 및 알선 등 금지)를 위반하는 범법자가 되게 만드는 현행 규정을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1종 업계에서도 어느 정도는 이들의 주장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종 업체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의 관계자는 “현행법으로는 1종 업체가 시공하는 것이 맞지만, 협회 내에서도 사용량 70kW(6만200kcal)기준 이하의 사용시설에 대해서는 2·3종 업체들이 시공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일부 의견이 있다”며 “다만 법을 개정하는 것은 결국 국토교통부의 소관”이라 밝혔다.

2·3종 가스시공업체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한국열관리시공협회와 전국보일러설비협회는 지금도 지방의 회원들로부터 특정가스사용시설 공사를 해달라는 민원이 들어온다는 제보를 많이 받고 있다.

소비자들의 불편과 사회적 비용의 절감을 위해서라도 시공 범위의 현실적인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정가스사용시설을 2·3종 업체가 시공해야 하는 이유

2·3종 업체도 보험 가입, 보상체계 갖춰

전국 2·3종 업체 약 70%, 한국열관리시공협회와 전국보일러설비협회 회원
가스사고배상책임보험 외 생산물배상책임보험과 하자담보책임보험 가입

 

▲ 한국열관리시공협회<좌측>와 전국보일러설비협회<우측>의 보험가입 확인서

가스시설시공업자는 모두 의무적으로 가스사고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게 되어 있다.

이 가운데 가스시설시공업 1종 사업자는 거의 대부분이 전문건설공제조합에 가입해 공제조합도 함께 가스사고 보상을 책임지고 있다. 이와 달리 2·3종 사업자는 가스사고 배상책임보험만이 의무로 되어 있다.

이에 대해 1종 업체는 2·3종 사업자가 가스사고 시 충분한 보상 대책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1종 업체들은 자본금 1억5,000만원을 갖고 등록을 해야 하고, 더불어 공제조합을 통해 최고 10억원까지 사고에 대한 배상을 할 수 있지만 2·3종 업체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열관리시공협회(회장 김병규)와 전국보일러설비협회(회장 문쾌출)는 전국에 등록된 2·3종 업체들 중 70% 이상이 양 협회에 가입해 ‘보험가입 확인서’를 작성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양 협회에서는 회원들에게 모든 가스시공 시 보험가입 확인서를 작성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양 협회의 보험 가입 확인서에는 가스사고 배상책임보험가입증서만이 아니라, 생산물 배상책임보험가입증서, 하자보수이행보증 증서가 추가되어 가스사고에 대한 배상을 책임지고 있다.

한국열관리시공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국토교통부와 가스시설시공업 1종 업계에서는 2·3종 업계가 충분한 보상 대책이 없기에 특정가스사용시설의 시공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며 “건설산업기본법의 시공 업무범위와 에너지이용합리화법 및 가스관계법령에 따른 안전관리 및 기술적 기준을 바탕으로 가스시공 범위에 대한 합리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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