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남지역에 소재한 산업용가스메이커의 대규모 고압가스저장탱크에서 탱크로리로 충전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가스신문=한상열 기자] 고압가스제조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 따라 허가증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시행령 제3조(고압가스 제조허가 등의 종류 및 기준 등) 가운데 제1항 제3호(고압가스 충전)에 ‘용기 또는 차량에 고정된 탱크에 고압가스를 충전할 수 있는 설비로 고압가스를 충전하는 것’을 고압가스 제조허가의 종류와 그 대상범위로 삼고 있다.

또 고법 제4조(고압가스의 제조허가 등) 제1항에는 고압가스를 제조(용기에 충전하는 것을 포함)하려는 자는 그 제조소마다 특별자치시장ㆍ특별자치도지사ㆍ시장ㆍ군수 또는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안전을 확보해야 할 고압가스제조업의 필요조건에 이 같은 법 조항을 포함하는 것은 매우 타당하다. 논리적으로도 당연하다 하겠다.

하지만 차량에 고정된 탱크(탱크로리)를 통해 고압가스를 판매하려는 경우 고압가스충전사업자에게까지 탱크로리에 충전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라고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탱크로리에서 저장탱크로 충전하는 것도 고법에서는 제조에 해당하므로 제조시설을 갖춰 허가를 받는 것이 언뜻 보면 맞는 논리인 듯하다. 하지만 탱크로리 자체에 고압가스를 충전할 수 있는 설비가 갖춰져 있고 고압가스운반자교육을 받은 자가 충전작업을 하는 데 굳이 제조시설을 갖추라는 것은 법(法)지상주의에 빠진 결과라는 것이다.

이미 제조된 고압가스를 수요처에 곧바로 납품하는 가스판매업을 영위하는 데 있어 별도의 고압가스제조시설을 갖추라는 법은 ‘쌀을 판매하는 유통사업자에게 농토 및 농기계를 필수적으로 보유해야 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쌀 유통사업자에게 필요하지도 않은 농토나 농기계까지 갖추라고 하는 것은 국가적 낭비요소라는 얘기다.

물론 가스판매업은 안전관리를 하지 않고 사업을 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필요 없는 시설을 갖추라고 하는 고법의 조항은 매우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가스안전공사 측에서도 탱크로리로 고압가스를 판매하는 고압가스충전업체에 저장탱크에서 탱크로리로 충전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춰야 한다는 규정에 모순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고압가스충전업체들이 탱크로리를 보유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수십 년이 지났다. 그동안 가스안전공사가 가스운반차량(탱크로리)의 운반자교육, 고압가스충전업체의 충전시설 정기검사 등을 통해 이러한 현황을 잘 파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관리·감독을 하지 않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관리·감독도 하지 않고, 법령 개정에도 인색한 산업자원부와 가스안전공사가 고압가스사업자들로부터 비판을 받는 이유다.

고압가스사업자들은 “우리나라 고압가스안전관리법은 수십 년 전 일본 고압가스보안법 등을 짜깁기해 만들어 체계적이지 못하고, 각종 장비가 현대화된 현 실정에 맞지 않는 조항이 많다”면서 “무엇보다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가스안전당국 스스로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엉터리 같은 고압가스안전관리법을 제정해놓고 관리·감독에는 뒷짐을 지고 있다가 민원이나 들어오면 단속하는 가스안전당국 때문에 고압가스사업자들만 골탕을 먹는 상황이다. 고압가스사업자나 단체들이 법 개정을 위해 건의서를 올려도 업계와 간담회조차 열지 않는 이유를 정말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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