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는 지금 대변혁(Perfect Storm)시대에 있다. 협력과 분업을 통해 평화와 공동번영을 추구하는 세계화(Globalization)추세는 약해지고 있다. 기존 가치관이 크게 수정되는 비접촉 디지털사회가 다가왔다. 경제사회성장이 1930년 대공황 이후 가장 크게 퇴보하고 있다. 올해 세계 대부분 국가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것 같다.

에너지부문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국제석유시장은 사상 초유의 공급과잉과 가격급변상황을 지속하고 있다. 세계 석유가격은 60% 쯤 급감하였다. 세계원유 공급과잉은 사우디, 러시아, 미국생산량을 다 합친 수준인 30% 수준이다. 최근 산유국과 미국 등 G20국가의 정치적 타협으로 970만 배럴/일 수준 생산 감축이 성사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20백만 배럴/일 수준 과잉공급 해소책이 없다면 위기는 지속될 것 같다. 정치적 타협만이 해결책이다. 예측과 진단이 불가능한 ’비상‘상황이다.

석유시장과 그 변화 방향을 같이하면서도 약간 늦는 국제 천연가스시장도 마찬가지이다. 사실 천연가스시장은 석유시장에 비해 그 역사가 짧고, 시장규모도 적어서 여건변화 적응 탄력성이 약하다.

올해 들어 가스가격은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작년 말 대비 40%쯤 하락하였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서부텍사스원유(WTI)가 45달러/배럴 이하, 혹은 Henry Hub 가스가격이 $2/백만Btu이하인 경우 가스 생산은 준다는 분석결과를 최근 발표하였다. 지금이 바로 그런 시기이다. 여기다 공급설비 대형화에 따른 공급 취약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시장이 그러하다.

세계최대 LNG설비 규모가 세계수요의 10%인 상황은 투자여건 변화에 따라 언제든 공급위기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지난 2년간 이례적인 고온지속은 세계 LNG저장용량을 고갈시켜 가격하락을 더욱 촉진한다. 여기다 천연가스 시장에서는 OPEC과 같은 공급자 ‘카르텔’이 없기 때문에 정치적 공급조절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적다. 이에 많은 전문기관들은 미국 셰일가스 산업의 심각한 부진을 경고하고 있다.

또한 기존 가스부문 등에서의 투자 부족 역시 심화되고 있어 당장 올해 겨울에 일시적인 공급부족 가능이 커지고 있다. 이에 미국 천연가스가격은 단기적으로 $4–4.5/백만Btu 수준으로 급등할 수 있다. 이는 현재가격 $1.73/백만Btu보다 약 2배이다.

그러나 이런 단기급등은 오래가지 않을 것 같다. 내년에는 수급균형을 보장하는 $2.80/백만Btu수준에 정착할 것 같다. 이 가격은 올해 초 수준이다. 따라서 지금 석유시장에서 벌어지는 러시아-사우디-미국 등 산유국 간 생사를 건 ‘치킨게임’의 결과를 더욱 주목해야 한다. 미국, 러시아-사우디 등 시장 주도국들보다 이란, 베네수엘라, 멕시코와 여타 중동 군소 산유국들의 생산 감축 내지 시장 퇴출로 결말이 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경우 세계가스시장은 당장 계산이 불가능한 결정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결국 세계가스시장은 지금부터 금년 겨울까지는 불안한 개선 가능성이 조금은 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시장논리가 정착될 것 같다. 이에 우리 가스 산업과 관련 기관들은 석유시장 치킨게임 구경에만 몰두할 때가 아니다. 석유종말론에 따라 관련 산업 조기퇴출 의견이 나오는 판에 뒤이은 가스종말론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천연가스는 석유에 비해서도 훨씬 취약한 에너지이다. 비상한 각오로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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