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신문=양인범 기자] 지난 2005년 7월 경기도 광주시에 살던 한 여중생이 단전으로 촛불을 사용하다가 화재가 발생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 이후 한국에너지재단이 2006년 12월 출범하고, 2007년 5월에는 에너지복지 원년이 선포됐다.

그럼에도 아직 많은 취약계층이 여름철에는 더위, 겨울철에는 추위에 고통받고 있는 형편이다.

에너지복지법은 이렇게 에너지를 쓸 여건과 경제력이 부족해 고통받는 취약계층을 위해 발의되었지만, 2010년 첫 발의 이후 10년 동안 답보 상태다.

이에 에너지복지법에 대해 오래 연구하고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국법제연구원의 이준서 연구위원을 통해 에너지복지법의 필요성에 대해 살펴봤다.

▲ 에너지복지법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한다면.

- 에너지복지법이란 국민의 건강하고 안정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일상생활에 필요한 적정 수준의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한 정부의 시책들을 담은 법을 말한다. 현행 ‘에너지법’을 통해 시행되고 있는 에너지복지사업의 내용과 같이 저소득층에 대한 에너지 공급, 에너지이용 효율개선 등의 사업 또는 프로그램이 에너지복지법의 핵심 내용이 된다.

▲ 에너지복지법이 필요한 구체적인 근거는.

- 에너지이용 소외계층(에너지빈곤층(energy poverty))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하여 수급자들에게는 생계급여가 지급되지만, 의복, 음식물, 연료비 중에서 우선순위가 상대적으로 낮은 연료비를 줄여 생존을 영위하는 세대가 많다. 기후변화에 대한 취약성 또한 에너지이용 소외계층을 중심으로 드러날 것이어서, 정부 차원에서는 단순히 생계급여의 총량만을 고려하기보다는 생계에 필요한 여러 항목들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여 그것들이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여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 에너지복지법이 처음 발의된 시점이 2010년인데, 그동안 계속해서 임기만료폐지되었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 ‘중복성’은 법률을 제정함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있는데, 에너지복지에 관한 독립적인 법률을 굳이 둘 필요가 있는지에 대하여 공감대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현물보조 중심의 에너지복지 시책은 결국 생계급여의 총량을 늘리면 된다는 식의 판단을 만들기 쉽다.

▲ 해외의 국가들도 구체적인 에너지복지법이 있는지.

- 명칭과 시기, 제정이유는 다르지만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와 같은 선진국들은 에너지빈곤을 해소하기 위한 법을 두었거나 두고 있다. 이들 국가의 에너지복지법은 저소득층의 에너지 부담 완화, 기후변화 적응, 청정에너지체계의 도입 등 각 국가가 처한 상황과 향후 국가전략에 따라 에너지 빈곤을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목적이었다.

▲ 에너지는 전기, 가스, 석유, 열, 연탄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취약계층에게 가장 부족한 에너지는 무엇이라 보는가.

- 에너지이용 소외계층이 처한 주거상황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전기와 가스가 가장 보편적이고 필수적인 에너지라고 생각한다. 가격이나 주거시설의 사정때문에 겨울철에는 연탄을 보조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데, 온실가스 저감,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정책을 고려해서라도 연탄이 아닌 다른 에너지로 난방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하여야 한다.

▲ 에너지복지법과 더불어 전문가들은 에너지빈곤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빈곤 기준은 어떻게 제정돼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 생계비의 10% 이상을 연료비로 사용하는 가정, 겨울철 실내 적정온도를 유지하는 평균일수가 미달되는 가정과 같이 에너지빈곤 기준을 마련할 수만 있다면 마련되는 것이 좋겠지만, 주거환경이나 연료비 지출 등의 데이터가 충분히 확보되어야 하기 때문에 당장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 적합한 기준 마련을 위해서는 혹서기가 포함된 여름과 혹한기가 포함된 겨울철 기준이 별도로 마련되어야 할 것이고, 소득뿐 아니라 전국민 에너지별 소비 통계를 기반으로 볼 때 소비가 상당히 저조한 가구에 대한 실질 조사가 필요하다.

▲ 에너지복지의 부족으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의 사례를 하나 소개 해준다면.

- 에너지복지사업을 현물보조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에너지이용 효율개선사업을 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대개의 에너지이용 소외계층의 주거환경은 자기 소유의 주택이 아니기 때문에 에너지이용 효율개선사업을 통한 혜택이 고스란히 그들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효율개선사업이 완료된 이후 임대차 관계가 종료되어 또 다시 에너지이용 소외계층으로 내몰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 가스업계도 보일러 교체 및 수리, 가스요금 지원 등 많은 취약계층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혹시 가스복지와 관련해 취약계층에게 더 필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 겨울철 난방과 밀접한 가스업계가 에너지이용 효율개선사업과 가장 밀접한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고효율의 보일러로 교체를 지원해주는 사업과 실내 적정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단열을 보강하는 사업이 병행되면 좋겠다.

▲ 에너지복지법이 빨리 제정되기 위해 무엇이 가장 시급하다고 보는가.

- 에너지빈곤, 에너지이용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에너지이용에 대한 통계기반이 구축되어야 하고, 현재 시행하고 있는 에너지복지사업이 보다 다양해지고 활성화되어야 한다.

에너지빈곤기준 마련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한 번에 완벽한 기준을 마련하기란 불가능하다. 점진적인 개선을 전제로 한 기준마련과 이를 위한 통계기반이 필요하다.

에너지이용권(바우처)을 중심으로 하는 현물보조에 집중하다보면 에너지 분야에서의 복지의 필요성을 인식하기가 쉽지 않다. 의식주를 통합된 하나의 기준으로 보기 보다는 각각의 영역에서의 최소 기준 이상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있어야 생계를 위한 의복, 음식, 연료, 주거, 의료, 교육 등 여러 방면에 대한 시책이 구체화될 것이다.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을 통한 최저보장은 하되, 이를 통하여 개선되지 않는 부분은 다른 법과 정부의 다른 부처를 통해서도 지원될 수 있어야 한다.

일반적인 최저보장과 별도로 영역별 최저보장에 대한 구체화‧차별화를 통하여 저소득층에 대한 중복적인 지원시책이라는 비판을 넘어서야 에너지복지법의 입법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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