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 신규 재검기관의 고압용기 도장설비.

[가스신문=한상열 기자] 고압용기 재검사는 외관검사, 내압시험(가압 및 팽창) 등을 통해 안전성이 확보돼 있는지 확인하고, 이물질 제거 및 도장을 새롭게 함으로써 그 성능을 보완하거나 유지될 수 있도록 일정한 주기에 따라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고 있다.

최근 LPG용기에 이어 고압용기 재검사의 품질 강화가 매우 시급하다는 여론이 일기 시작하면서 전문검사기관 등급제, 실시간 모니터링시스템 등의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초 산업부와 가스안전공사, LPG용기 재검기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개최하고 LPG용기 전문검사기관 등급제 도입에 대해 논의한 데 이어 2017년부터 LPG용기 재검사 모니터링시스템을 도입, 시행하고 있다.

이윽고 지난해 11월 가스안전공사가 주최한 전문검사기관 검사품질향상 워크숍에서 고압용기 재검사 모니터링시스템 개발현황 등의 소개와 함께 모니터링시스템을 빠른 기간 내에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내비쳤다.

본지는 창간 31주년을 맞아 국내 고압용기 재검기관 실태를 파악하고, 관계자들을 만나 개선방안 등을 다각도로 취재, 보도한다.

“풍선을 보다 크게 불어보십시오. 그런 다음 공기를 뺐을 때 풍선의 상태는 어떻게 됐습니까. 탄력을 많이 잃어 원래의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지요. 고압용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재검사 시 내압시험압력 이상의 압력을 가하는 내압검사를 자주 하게 되면 고압용기에 피로도가 가중됩니다. 고압용기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재검사가 오히려 안전성을 떨어트리는 폐해를 가져오게 됩니다. 이처럼 잦은 내압시험은 용기의 성능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고 있으므로 정부는 고압용기 재검사 기준을 보다 합리적으로 검토, 재정비해야 할 것입니다.”

수도권에 있는 일반고압가스용기 전문검사기관의 한 관계자가 현행 KGS AC218(고압가스용 이음매 없는 용기 재검사 기준) 가운데 내압(수압)시험과 관련한 기준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말이다.

고압용기 재검기관들은 워크숍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같은 내압시험의 불합리성을 정부에 전달하고 있으나 의견 차이만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처럼 가스안전당국과 고압용기 재검기관들이 내압시험의 실효성에 대해 갑론을박할 뿐 어떠한 결론의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어수선한 틈을 타고 정부가 고압용기 전문검사기관에 대해서도 모니터링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나서 재검기관들은 매우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영남지역 고압용기 재검기관의 한 관계자는 불합리한 고압용기 내압시험 규정과 관련해 교량의 점검을 예로 들었다. 그는 “총 중량 30톤을 초과하는 차량의 통행을 제한하는 교량을 점검할 때 총 중량 60톤을 초과하는 차량을 통행해보는 등의 검사를 하지 않는다”면서 “고압용기도 병원에 있는 의사들처럼 환자를 대상으로 문진, 청진기 등을 통해 1차 진단 후 CT, MRI 등 고가의 장비를 이용해 정밀하게 검사하는 형태로 검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느냐”고 역설했다.

 

올 하반기 고압용기에도 적용

재검기관에 대한 모니터링시스템은 산업통상자원부와 국민권익위원회가 나서 가스용기의 부실검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IT기술을 활용, 부실검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취지로 도입했다. 사물인터넷(IoT)을 활용, 모든 재검 과정이 자동으로 기록·관리, 검사항목의 누락 여부를 감시할 수 있는 가스용기 검사공정 실시간 모니터링시스템으로 고압용기 재검에 대해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30일 열린 고압용기 전문검사기관 간담회에서 가스안전공사는 고압용기의 내압시험과 초저온용기의 단열성능시험에 대해 실시간 모니터링시스템을 도입하겠다며 구체적인 실행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내압시험은 용기의 내용적 구분 없이 실시하고, 단열성능시험의 시험시간은 자체 검사기관 검사매뉴얼에 따라 실시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특히 고압용기 전문검사기관 모니터링 화면을 띄워 설명하기도 했다.

가스안전공사는 고압용기 재검사 모니터링시스템과 관련해 지난해 7월 법 개정과 함께 모니터링시스템 구축을 의무화하기로 한 것을 재차 강조하고 고압용기 전문검사기관은 올 상반기 중 시스템 구축 및 연결을 완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압용기 재검사 모니터링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검사하는 단열성능검사 용기를 확인할 수 있으며, 검사 중인 용기의 시간, 온도, 무게 등의 데이터도 볼 수 있다. 또 용기번호를 클릭하면 용기의 내용적 등 상세정보까지 확인할 수 있다.

▲ 영남지역의 한 고압용기 재검기관. 고압용기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막대한 투자, 검사비 인상 불가피

재검기관들은 모니터링시스템 도입과 함께 막대한 투자비 등 비용증가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현대화된 시설을 갖춘 재검기관은 작은 규모의 투자로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나 설비의 교체가 필요한 곳은 1~2억원의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모니터링시스템 도입과 함께 내압검사 대상이 많아지면 재검사 처리시간이 늘어나 재검물량을 소화할 수 없는 등 전체공정이 마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고압용기 재검기관의 한 관계자는 “실시간 모니터링시스템에 내압시험을 적용할 경우 내압시험설비를 새롭게 구축해야 하는데 투자비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면서 “특히 검사매뉴얼에 따라 내압시험을 실시할 경우 검사에 따른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되는 것도 큰 부담”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재검기관의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 고압용기 재검기관 중 실시간 모니터링시스템을 당장 적용할 만한 곳은 10%에도 못 미치는 등 매우 열악한 실정”이라면서 “설비투자비, 인건비 등 추가적인 비용이 막대하게 소요됨에 따라 향후 재검사비의 대폭적인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내압시험 대상 기준 조정 시급

재검기관들은 가압 및 팽창측정시험 전수로 시해할 게 아니라 그 대상을 줄이는 방향으로 용기 내압시험 대상 기준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압시험(가압 및 팽창측정시험) 대상을 ‘외관검사 등급’ 결과 즉 1급( 합격), 2급(가압시험), 3급(팽창측정시험), 4급(불합격) 등으로 적용하자는 것이다.

KGS AC218 2016(5.2.1.2.3 내압검사)에서 “내압검사는 내압시험압력 이상의 압력을 가하여 실시하고, 팽창측정시험은 누출 또는 이상팽창이 없고 영구증가율이 10% 이하를 적합으로 하며, 가압시험은 누출 또는 이상팽창이 없는 것을 적합으로 한다.”고 명시해 놓고 있다.

또 “표준가스 또는 반도체가스용으로 사용하는 용기의 경우에는 5.2.1.2.3(1)에 따른 내압·가압시험을 초음파탐상시험 등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인정하는 방법으로 갈음할 수 있다.”고 기술해 놓았다.

문제는 고압용기 재검기관들이 모니터링시스템 도입을 수용하겠다는 의지가 매우 적다는 것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재검기관들이 내압시험을 생략한 것은 물론 일부에서는 아예 내압시험설비를 가동하지 않아 지난해 행정안전부의 단속에 적발돼 행정처분이 내려지기도 했다.

이 같은 이유로 고압용기 재검기관들은 물론 가스안전공사 및 가스전문검사기관협회까지 쉬쉬하는 모양새다. 특히 많은 재검기관들이 그동안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등 부실검사를 한 탓에 재검실태 등에 대해 공개하지 않으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경기남부지역 소재 고압가스충전업체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몇몇 고압용기 재검기관들은 검사매뉴얼을 무시하고 무성의하게 검사했던 게 사실 아니냐”면서 “앞으로는 고압용기 재검사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검사의 품질을 강화에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고압용기 재검기관들은 내압시험 대상을 줄여야 하는 이유에 대해 반도체용 특수가스 및 표준가스를 충전하는 고압용기의 경우 내압시험을 UT(초음파탐상시험)으로 갈음하고 있다는 것을 첫 번째 꼽고 있다.

아직 내용적 125ℓ 초과하는 이음매 없는 용기는 제외돼 있으나 조만간 연구용역을 거쳐 반도체용 특수가스를 충전하는 이음매 없는 고압용기 전체에 적용하려는 움직임까지 있어 일반고압가스를 충전한 용기만 내압시험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게 재검기관들의 입장이다.

특히 최근에 제조한 일반고압가스용기의 경우 엄격한 공장등록 및 제품검사를 통해 그 품질이 크게 향상됐음에도 불구하고 내압(수압)시험 대상에 무조건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고압용기의 안전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검사할 수 있는 새로운 검사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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