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순서>
1. 산소발생기 적용범위 문제없나
2. 개·변조한 공급시스템 안전한가
3. GMP와의 형평성 무시해도 되나

산업부가 지난해 2월 규제샌드박스의 일환으로 제2차 산업융합 규제 특례심의위원회를 열고 산소발생기전문업체인 ㈜엔에프가 임시허가를 신청한 중앙집중식 산소발생시스템에 대해 정식허가를 부여하기로 함에 따라 의료용가스업계는 산소발생기를 병원 내 의료가스공급장치와 연결해 사용하는 현재와 같은 형태는 매우 위험하며 불법에 해당,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중앙집중식 산소발생시스템의 ‘의약품·의료기기 복합·조합품목 허가’와 관련한 업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융복합혁신제품지원단 허가총괄팀이 담당하고 있으며, 이후 식약처와 한국의료용고압가스협회가 만나 여러 차례의 소통 회의를 열었으나 이견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의료용가스업계에서는 식약처가 어째서 품질을 보증하기 힘든 산소발생기의 저순도 산소를 환자들에게 공급하려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반대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본지는 5월 4일로 창간 31주년을 맞아 국민 건강과 직결된 의료용가스가 큰 이슈로 떠오르면서 중앙집중식 산소발생기의 위험성, 품질 문제 등을 심층취재, 보도한다.
▲ 산소발생기에 산소용기를 매니폴드에 함께 연결, 사용하는 서울의 한 요양병원. 이 같은 형태의 가스공급장치는 단전이나 전기점검 시 위험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가스신문=한상열 기자] 의료용가스업계에서는 중앙집중식 산소발생시스템의 ‘의약품·의료기기 복합·조합품목 허가’ 관련 업무를 맡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융복합혁신제품지원단 허가총괄팀에 대해 현재 요양병원 등에 설치된 산소발생기의 안전관리실태조사부터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식약처 담당자들은 산소발생기와 관련한 민원인 및 해외사례와 견주어 ‘의약품·의료기기 복합·조합품목 허가’에 대한 가능 여부에 관심이 있을 뿐 이미 설치해 사용하는 산소발생기가 과연 안전하게 작동하는지, 품질에는 문제가 없는지 등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안전성 확보에 대한 실태를 먼저 살펴야 한다는 것이 고압가스업계의 주장이다.

본지는 최근 수도권의 몇몇 요양병원 등을 방문, 중앙집중식 산소발생기가 설치된 현장을 둘러보고 고압가스용 매니폴드에 산소발생기를 연결해 사용하는 문제점 등을 발견했다.

중앙집중식 산소발생기는 대부분 병원의 지하 주차장 한구석에 설치돼 있었다. 자동차 배출가스의 환기가 잘 안 되는 곳에 환자가 마시는 산소를 생산하는 사실을 환자나 환자 가족들이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하는 생각부터 떠올랐다.

산소발생기가 설치된 곳은 먼지, 기름 등으로 인해 지저분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산소발생기를 꼭 설치해야 한다면 자동차배출가스 등으로 영향을 덜 받은 병원 외부로 옮기는 게 급선무라는 것이다.

서울강북지역의 한 요양병원은 지하 주차장 안쪽에 좁은 기계실을 마련해놓고 흡입(suction)을 위한 컴프레서 바로 옆에 산소발생기를 설치했는데 그곳에는 윤활유와 같은 기름통이 놓여 있어 심각한 위험에 노출돼 있음을 확인했다. 산소와 유분은 쉽게 반응이 일어나 화재 및 폭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병원의 관계자는 “산소발생기 가동과 관련, 단전에 대비하기 위해 비상발전기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필터 교체를 위해 산소발생기업체에 전화하면 제때 교체해 줄 때도 있지만 대응이 느려 답답할 때도 간혹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산소발생기와 연결된 매니폴드, 산소배관, 밸브 등이 어지럽게 엉켜 관리하기 매우 힘들겠다는 것은 누가 봐도 심각하다 할 정도였다. 산소발생기를 매니폴드나 배관을 연결하는 것 또한 자격이 있는 사업자만 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쏟아져 나왔다.

문제는 고압가스용으로 설계된 매니폴드에 의료기기인 산소발생기를 연결, 사용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는 지적이다. 산소발생기와 매니폴드, 배관 등으로 개·변조한 가스공급장치는 기능상 완성도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안전성 측면에서 결함이 많기 때문이다.

의료용고압가스업계의 한 관계자는 “산소발생기와 매니폴드의 연결형태는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부적격 시스템”이라면서 “식약처가 산소발생기를 규제샌드박스라는 프레임에 넣어 의약품·의료기기 복합·조합품목으로 허가해 주는 데 목표를 삼기보다는 현재 설치, 사용하고 있는 산소발생기 실태조사부터 해야 지난해 9월 발생한 김포요양병원과 같은 사고를 겪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소발생기에 의한 사고는 이뿐만 아니다. 2016년 4월 서울 영등포의 한 요양병원에서도 화재가 일어나 산소공급이 중단되는 비상상황이 발생했다. 이 사고는 매니폴드에서 화재가 발생, 고압용기에 옮겨붙었다고 한다.

산소발생기나 의료용산소용기는 각각으로 사용할 때 위험성이 적으나 이 두 가지를 함께 연결, 사용할 때 위험요소가 커진다.

산소발생기는 저압, 산소용기는 고압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압력을 가진 기기를 매니폴드에 연결, 사용하다 보면 단전이나 전기안전점검 등 돌발상황일 때 더욱 위험하다. 이 같은 의료용가스공급시스템을 자주 조작하지 않았던 병원 관계자들은 매뉴얼을 잘 숙지하지 못할 수 있으므로 돌발상황 시 오작동할 우려가 있다.

의료용산소배관의 밸브도 유속을 천천히 흐르게 하는 기능을 가진 글로브밸브를 써야 하나 값싼 볼밸브를 채용, 급하게 열면 빠른 유속 때문에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용가스업계 일각에서는 2등급 의료기기로 등록된 산소발생기를 그 자체로 쓰는 것은 괜찮지만 산소용기를 백업용을 사용하기 위해 매니폴드, 배관 등에 연결, 사용하면 위험할 수 있으므로 정부는 부디 이러한 점을 고려해 안전성 확보할 수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일관된 주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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