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이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여름이 시작됐다. 6월초부터 서울의 기온이 30도를 넘는 날들이 이어지는가 하면 벌써부터 폭염경보, 폭염주의보 등 폭염특보가 내려지는 지역들이 전국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폭염경보를 알리는 긴급재난 문자가 시도 때도 없이 휴대전화로 울리던 2018년의 악몽이 올해도 되풀이되지 않을까 싶다. 미국 국립 해양대기청(NOAA)은 지난 3월 '세계 연평균 기온 순위 보고서'에서 올해가 1880년 기후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뜨거운 해가 될 확률이 75%에 이른다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우리나라 기상청도 올해 여름 기온이 평년보다 0.5~1.5도 더 높을 것으로 전망한다.

2018년 여름 넉달 동안 발생한 온열질환자가 4526명, 사망자는 48명이었다. 이는 공식 통계로 잡힌 숫자이니 실제 피해는 훨씬 더 클 것이다.

코로나19와 폭염이 갖는 공통점은 특정 지역이나 계층에게만 고통을 자져다 주는 것은 아니지만 두 재해가 취약계층일수록 고통과 피해가 크다는 점이다.

팬데믹과 폭염이 만났을 때의 위험은 아직 우리가 경험해본 적이 없는 전혀 새로운 난제이기도 하다.

에어컨을 쐴 수 없어 폭염에 노출되기 쉬운 주거 취약계층에게 가장 현실적인 폭염대책은 무더위 쉼터나 폭염대피소처럼 냉방이 이뤄지는 공간을 지정해 모이도록 하는 방식인데 이런 다중밀집 공간은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이 확산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장소이다.

따라서 코로나19감염을 최대한 막는 방법은 최대한 자기 집에 머무는 것인데 이 경우 쪽방 등 주거환경이 열악한 사람들은 폭염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게 될 상황이 불 보듯 뻔하다. 더구나 쪽방촌은 좁은 공간에 밀집 주거할 뿐 아니라 화장실, 세면장, 냉장고 등을 공용으로 사용하고 있고 날이 더워지면 냉방기기조차 없어 방문을 닫고 지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자가격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한국에너지재단은 정부 예산으로 저소득층 거주 주택의 에너지 성능을 개선해 에너지비용을 줄여주는 에너지효율개선사업 외에 ‘한국가스공사’ 등 기업 기부금을 재원으로 에너지복지 사각지대를 지원하는 사업을 시행해오고 있는데 쪽방촌 지원사업도 그 가운데 하나다. 재단은 지난 2011년부터 기업과 쪽방촌의 결연을 통해 쪽방촌 주민의 겨울나기를 지원해오다 지난 2018년부터 여름나기 지원을 추가하기 시작했다. 특히 한국가스공사의 경우 지난해부터 쪽방촌에 지원하는 사회공헌 예산을 6억원으로 늘려 전국 10개 지역 쪽방촌에 기능성 의류, 전자모기향 등으로 구성된 에너지키트와 얼린 생수, 제빙기, 냉동고, 간이소화기 등을 지원하고 있다. 허술한 쪽방촌 건물 지붕에 쿨루프를 시공해 복사열로 인한 고통을 줄여주는 일도 지난해부터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이런 노력이 팬데믹시대에 적합한 폭염 대책은 아니라는 점이 폭염을 앞두고 쪽방촌 지원사업을 계획하는 재단의 고민이다. 기저질환이 있거나 고령인 쪽방주민의 경우 코로나19 집단격리시설과 같은, 냉방이 되는 개인 거주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책일 터인데 이는 개별 기업이나 단체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에너지재단은 물론이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전국 쪽방상담소를 비롯한 사회복지기관, 에너지 공사기업의 사회공헌 담당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팬데믹 시대에 폭염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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