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철구 선임연구위원
경기연구원

수소충전소 설치가 큰 난관으로 허우적거리고 있다. 입지규제에다 주민반대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수소는 그 어떤 에너지보다 안전한데도 수소폭탄을 연상하여 수소가 안전하지 않다는 주민들의 민원제기로 수소충전소 설치 확대가 현재 심각한 난관에 봉착해 있다. 후보지 입지 주변 주민들은 도심지역 수소충전소는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아 시기상조란 주장이다. 한 지역이 반대하니 다른 지역으로의 주민반대가 들불처럼 확산하고 있다.

수소충전소 설치 업체들이 공사 수주를 하더라도 건축허가를 받는데 1~2년이 걸리면서 그 이면에 정부규제로 인한 복잡한 인허가 과정도 있지만 설치 후보지 주민들의 반대 소위 님비로 설치가 무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최근에만 부산 동구, 서울 강서구와 강남구, 평택시, 화성시, 김포시, 광주시, 아산시, 세종시 대평동, 강릉시, 원주시, 춘천시 등에서 연기되거나 변경, 무산되었다. 여기에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의 장은 주민반대에 대한 중재는 커녕 득표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되려 설치를 반대하거나 계획에서 철수를 해버리는 무책임한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탁상에서 설치 목표 계획량을 왜 빨리 못 채우느냐고 하급기관에 다그치기만 할 게 아니라 제대로 된 현장점검을 하여 수소충전소가 안전한데도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설치가 무산되는 이 실상에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자료에 따르면 수소충전소에 사용되는 수소저장탱크는 에펠탑(7,300톤) 무게도 견딜 수 있는 수준으로 무려 17개의 안전성 시험을 거쳐 철보다 10배 강한 탄소섬유로 만들어진다. 또한 수소는 가장 가벼운 기체로 공기 중에서 빠르게 확산되기 때문에 점화 및 폭발 등의 조건을 만족시키기 어렵다. 전문연구기관에서도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도시가스보다 안전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수소 자체는 산업 전반에 걸쳐 수십 년간 사용해 온 가스로서 다른 에너지와 같이 안전관리 노하우가 충분히 축적된 안전한 에너지이다. 한편으로 최근 노르웨이 수소충전소와 강릉 벤처공장 내 사고는 폭발이 아닌 단순 화재와 인재 사고였다고 하지만 안전관리가 허술하면 수소도 언제든 위험성 노출에 예외일 수 없다. 수소도 안전하게 생산, 운반, 저장, 사용이 전제되지 않을 때는 LNG, 프로판보다 쉽게 불이 붙을 수 있는 성질을 갖고 있어 특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것도 사실이다.

금년 5월 전세계 수소충전소는 409개이다. 이 중 일본이 112개로 가장 많으며, 다음으로 독일 85개, 미국 61개, 한국 34개, 중국 25개, 영국 16개 순이다. 자동차 강국 일본과 독일은 미래 수소차에서도 시장 선점과 수소경제 선도를 위해 무섭게 수소충전소 구축에 나서고 있다. 수소충전소가 서울 4개, 도쿄 15개는 수소차를 2013년 세계 최초로 한국이 상용화하고도 일본에 뒤지고 있는 현주소다. 정부는 당초 수소충전소를 2019년 50개소, 2020년 80개소를 운영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하였으나 작년에 벌써 16개소나 차질을 빚었으며, 금년에도 5개월이 지났는데도 34개에 불과하여 46개나 큰 차질을 낳아 목표 달성률이 42%에 그치고 있다. 차질을 빚는 이유가 앞서 지적한 수소안전 홍보 부족, 수소 불안 인근 주민들의 민원제기로 인한 수소충전소 설치 지연과 무산 때문이 가장 크다. 똑같은 수소충전소인데 일본, 독일 도심지역 설치는 쉽게 되고 한국은 어려움을 겪는 이 문제를 정부가 해결해 줘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수소차를 사고 싶어도 수소충전소가 없어 살 수 없고 수소충전소를 설치하고 싶어도 인근 주민의 반대민원으로 설치할 수가 없다는 현장의 절규에 정부가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수소 폭발 오해는 수소차나 수소충전소뿐 아니라 현 정부의 간판 정책인 수소경제 선도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수소충전소를 당초 계획한대로 구축하고 수소모빌리티 시장 선점, 나아가 대한민국을 수소경제의 선도국가로 진정 나아가게 하고 싶다면 수소충전소의 업계가 현재 가장 힘들어하는 주민반대를 극복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그 일환으로 국회수소충전소나 도쿄타워 수소충전소처럼 도심지역에 수소충전소가 안전하게 잘 운영되고 있고 관리만 잘하면 경제활동과 환경보호에 많은 도움을 주는 수소의 안전성과 올바른 이해를 소재로 정부가 공중파 방송 3사 황금시간대 TV광고를 해 볼 것을 제안한다. 수소가 안전한데도 국민은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니 그 오해를 단기간에 풀어 주기 위해서는 지금의 순회설명회나 라디오광고만으로는 부족하니 TV를 활용하는 것이 특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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