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하며 산업활동이 위축되고, 장마철을 맞아 비 오는 날이 이어지면서 대기오염에 대한 걱정이 다소 수그러든 것 같다. 직접적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코로나에 비하면 미세먼지 문제는 상대적으로 대수롭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미세먼지는 코로나 시대에도 우리의 생명과 건강에 중대한 위협 요소로 작용한다.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2016 국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통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항만도시인 부산시의 초미세먼지 배출량 중 선박, 건설기계 등의 비도로 이동 오염원의 비중이 48%를 차지한다. 그 중 선박의 기여도는 80%로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선박으로부터의 대기오염 개선을 위해 올해부터 선박유의 황 함유량을 기존 3.5%에서 0.5% 미만으로 규제했으며,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50% 감축해야 하는 강력한 국제 환경규제를 예고했다.

미국, 유럽 등의 선진국들은 선박 배출가스 규제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주요 항만지역을 배출통제해역(ECA, Emission Control Area)으로 지정하고 이 지역을 운행하는 선박 연료유의 황 함유량을 0.1%까지 제한하여 실제 항만과 연안 지역 거주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도 이처럼 강화되는 글로벌 환경규제에 따라 2020년 1월부터 환경친화적 선박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을 시행했다. 해당 법에서 환경친화적인 에너지로 천연가스, 액화석유가스(LPG), 메탄올, 수소, 암모니아를 규정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천연가스와 LPG 같은 가스연료 추진선이 전세계적으로 적극적으로 상용화되어 건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2025년부터 세계에서 발주되는 선박의 60%를 가스 추진선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LPG업계에서 LPG선 건조를 적극 추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LPG선박 건조기준, LPG벙커링 기준 등 관련 제도가 마련되지 않아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난 7월에 부산시의 ‘해양모빌리티 규제자유특구’의 하나로 ‘중소형 선박 LPG추진시스템 상용화’사업이 채택되어 2022년까지 LPG하이브리드선박 건조, 소형 선박용 LPG선외기 개조, 선박에 연료를 공급하는 LPG벙커링 실증 사업이 추진된다. 동 특구 사업을 통해서 국내 기술로 LPG선을 건조, 운항, 벙커링 등을 실증하고, 이를 통해 국내 LPG선박 건조 기준, 벙커링 기준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뿐만 아니라 해양수산부가 국제해사기구(IMO)에 제안한 ‘LPG추진선박 건조기준’ 제정에도 영향을 주어 한국이 향후 글로벌 LPG선박시장을 선도 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LPG는 육상에서 차량용으로 60년 이상 안전하게 사용되어 왔으므로 해상 선박용으로도 관련 제도와 시스템 등이 잘 마련된다면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LPG가 해상 선박용 연료로 갖는 장점은 친환경성, 경제성, 벙커링 편리성을 들 수 있다. 첫째 LPG선박은 벙커C유를 사용하는 기존 선박에 비해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x), 미세먼지(PM) 등 유해 배기가스 배출량이 80% 가량 적은 친환경 선박이다. CO₂도 20~25% 절감 가능하여 기후변화에 대응도 가능하다. 둘째 북미 셰일가스의 생산이 확대된 2010년 이후 LPG국제가격이 기존 선박유 대비 같거나 저렴한 가격을 형성하고 있으며, 향후 중기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셋째 LPG는 가정·상업용, 산업용, 수송용, 석화용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어 국내 인프라가 이미 구축되어 있어 다양한 형태의 벙커링이 저렴한 비용으로 가능하다.

이렇게 여러 가지 장점을 갖고 있는 LPG선박은 향후 국내 조선업계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성장세가 다소 둔화 상태인 국내 LPG 산업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LPG선박 기술개발과 보급에 LPG업계의 적극적인 노력과 부산시 규제자유특구 사업과 같이 정부의 지원정책이 더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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