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신문=양인범 기자] 지난 2018년 강릉의 펜션에서 CO중독 사고로 인해 고등학생 3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올해 1월에는 동해시의 한 펜션에서 가스폭발로 일가족 6명이 사망하는 참변이 있었다.

두 가지 사고의 공통점은 무자격자의 시공으로 인한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강릉 펜션사고는 무자격자가 시공을 하며 배기통의 막음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동해 펜션사고는 펜션 주인이 직접 가스배관을 손댔다가 사고가 일어났다.

이후 많은 CO경보기 부착 의무화 등 관련 대책이 법제화되고 있지만, 정작 업계에서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하는 무자격 불법시공행위를 근절시키기 위한 방안 마련은 답보상태다.

한국열관리시공협회(회장 유정범)는 지난 2017년 10월 국회에 ‘보일러·난방설비 무자격자 불법시공행위 근절을 위한 명예감시원제도 법제화 건의서’를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건의는 시간이 지나 폐기되었고, 그 다음해 12월 강릉에서 CO중독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사전예방이 중요하나 그러지 못했다는 점을 증명한 것이다.

본지는 보일러·난방설비 불법시공행위에 대한 명예감시원제도가 왜 필요한지와 비슷한 사례를 살펴보고 제도 도입을 통한 효과 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 한국열관리시공협회 회원들이 보일러 불법시공 계도활동을 하고 있다.
▲ 한국열관리시공협회 회원들이 보일러 불법시공 계도활동을 하고 있다.
▲ 야생생물 보호원증 서식

현재 건축물에 설치하는 보일러 및 난방설비의 설치·시공자의 자격은 건설산업기본법 제9조에 의해 전문건설업 중 가스시설시공업·난방시공업을 등록한자(면허보유자)가 시공하여야 한다.

올해 9월 15일 기준으로 가스시설시공업에 등록한 업체는 1종이 1,374개, 2종 5,902개, 3종 5,811개다. 또 난방시공업에 등록한 업체는 1종 1,705개, 2종 9,451개, 3종 115개다. 이들 업체들은 한 업체가 중복해 면허를 등록하기도 했다.

문제는 현재 불법시공행위 단속기관과 감시시스템의 부재로 면허대여를 통한 무자격 불법시공행위가 공공연하게 성행한다는 점이다. 또 이렇게 발생한 부실시공에 의한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과 가스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서 공개한 ‘2019년 소비자 피해구제 연보 및 사례집’에 의하면 지난해 보일러 및 온수기 설비 소비자 피해 사례는 총 134건이다.

이 가운데 71건이 가스보일러 관련 사례였고, 134건 중 94건이 품질 및 A/S 관련 피해였다.

한국열관리시공협회는 가스보일러 면허대여 등 불법행위를 조장하는 업체가 전국적으로 약 3,500여개 정도 있으며, 불법시공자는 약 7,000여명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 포털을 통한 보일러 등의 주문이 증가해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최저가라는 말에 혹해 인터넷으로 보일러를 주문했다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문제는 일반 소비자들은 무자격자들을 구별해내기 힘들고, 인터넷으로는 더더욱 가려낼 수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무자격자들은 시공을 한 이후 소비자와 연락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의 2차 피해가 커진다.

 

야생생물 보호원 같은 제도 필요

보일러·난방 시공은 가스를 다루는 시공이고, 잘못 다루면 큰 사고가 일어나기에 무자격·불법시공을 제대로 단속하지 않으면 대규모 인명피해를 낳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무자격·불법시공 행위를 일선 행정기관의 건설업면허 담당부서가 단속하거나 감시활동을 실시해야 하는데, 행정인력의 부족으로 적발과 단속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보일러·난방시공 관련 불법행위 근절을 위해 한국열관리시공협회와 전국보일러설비협회 등 관련 시공업자단체에서는 자체적인 계도활동을 실시하면서 확인된 불법행위를 경찰서 등에 고발·사법처리를 요청하고 있다.

따라서 명예감시원 제도는 주택의 필수 설비인 보일러 및 난방설비의 불법시공 감시활동을 강화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정상적인 건설업자들의 시공권을 보장해 난방 및 가스시설시공업 면허제도의 입법취지를 실현하는 데 의의가 있다.

현재 명예감시원 제도는 건설업종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이미 운영되고 있다.

거제시에서는 불법옥외광고물을 근절하기 위해 광고물 명예감시요원 제도를 도입했으며, 해양수산부는 낚시터의 안전관리와 수산자원 보호 등을 위해 낚시인 및 낚시관련 단체나 법인의 임직원을 명예감시원으로 위촉해 활동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비슷하게 야생생물 보호원도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권한으로 위촉하고 있다. 야생생물 보호원은 야생생물 보호와 관련된 단체의 회원, 야생생물 보호에 경험이 많은 지역주민, 보호 관련 활동실적이 많은 사람을 자격으로 둔다.

면허대여 단속통해 사고예방

2016년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서 발간한 ‘건설업 등록증 불법 대여 근절 방안’ 보고서에서는 국내 건설시장에서의 불법 대여가 얼마나 이뤄지고 있으며, 이를 통한 부작용 등에 대해 자세히 분석하고 있다.

건설업 등록증을 대여한 건설업자는 법 위반에 따른 처벌 위험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더 큰 경제적 편익을 취득한다.

특히 국민의 생활과 안전에 직결된 분야인 다세대주택, 빌라, 소규모 빌딩 등 규모가 작은 대다수의 건축공사에서 무자격 건설업체들로부터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현재 보일러·난방설비 무자격자와 면허대여 불법시공자들에 대해서는 불법행위를 적발하고 입증이 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지만, 법적지위를 갖는 민간 불법행위 단속주체가 전무하고 감시시스템의 부재, 공무원의 행정력 부족으로 처벌규정이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2015년 7월 기준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건설업 등록증 불법 대여는 2010년 이후 135건이 적발되어 연평균 약 24건이 적발되는 것에 그치고 있다.

등록증 대여의 문제점은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부실시공과 이로 인한 하자 발생 시 보수 불이행으로 인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보일러·난방시공업에서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한국열관리시공협회는 과거 5년간 협회 자체적으로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위반자를 색출하고 고발했는데, 벌금 35건, 기소유예 7건, 혐의없음 10건, 각하 2건으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는 협회가 법률적 지위가 없기에 증거수집 등을 할 수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명예감시원 제도가 법제화되면 철저한 단속과 감시를 통해 부실시공을 예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경기도의 친환경하천 명예감시원 제도는 지난 2013년 조례가 제정돼 2014년 첫 위촉한 이래 2017년까지 하천점검 약 1만여 회, 불법행위 적발 및 위험요소 발견 2,000여 건의 실적을 올렸다.

한국열관리시공협회는 올해 새로이 선출된 21대 국회에 명예감시원제도 법제화를 다시 건의할 예정이다.

열관리시공협회 관계자는 “시공업미등록·무자격자들을 단속하는 것은 단순히 허가를 받아 정상적으로 사업을 하는 업체를 보호하는 것만이 아닌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는 일이다”며 “이번 21대 국회에서 이 제도를 반드시 법제화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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