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신문=주병국 기자] ‘2020년’ 국내 도시가스산업은 고착화된 국내 소매시장에서 지속성장과 수익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기업들의 몸부림이 거세다. 하지만 34개 도시가스사의 경영실정과 미래는 한 마리 토끼마저 잡기 힘든 상황으로 가고 있다. 특히 기업의 지속성장과 가치창출의 원동력이 되는 경영혁신과 기술혁신, R&D 역할강화, 에너지시장의 트렌드 인지와 대처능력이 없다면 그 기업의 생명력은 멈추는 등 미래를 밝힐 수 없다. 10년째 저성장이라는 암울한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도시가스업계는 이젠 경영혁신과 기술혁신을 꾀할 때이다. 과거 많은 도시가스사가 연탄사업에서 도시가스사업으로 영역전환을 했듯이 이제 또 한번의 변신을 꾀할 시기가 도래하고 있고, 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해 가장 잘 할 수 있는 에너지 연계사업에 투자해야 할 것이다.
▲ 버려지는 전기를 활용하여 수소를 생산하는 신에너지 생산 기술인 Power to Gas.

2005년까지 고성장 유지

국내 도시가스산업은 1978년 석유2차 파동 후 대체에너지 육성 및 도시연료화 사업정책에 힘입어 정부주도 아래 1980년부터 민간사의 참여로 태동했다.

민간사 1호인 ㈜태봉(현 코원에너지서비스)이 1979년 6월 사업허가를 받아 1980년 2월부터 공급을 시작한 후 극동도시가스(1980년 4월, 현 예스코), 경동도시가스(1981년 2월), 삼천리(1981년 6월 허가), 부산도시가스(1982년), 서울도시가스(1984년, 11월) 등 전국적으로 민간사 참여도 대폭 늘었다.

 

도시가스산업 성장과 더불어 도시가스사도 전국적으로 34개사에 이르며, 이는 정부의 ‘주유종탄’ 정책변화로 인해 무연탄에서 도시가스로 전환이 이뤄지면서 가능했다. 이와 함께 1983년 한국가스공사가 설립되면서 국내 천연가스시장은 도매·소매시장으로 나눠지는 등 공기업과 민간기업간의 역할분담이 명확하게 구분된다. 또 그해 12월 31일 도시가스사업법(법률 제3705호)이 제정되는 등 국내 도시가스산업의 황금기(1980년 중·후반과 1996년)가 열리며, 이 기간 도시가스산업은 연평균 40%이상 급신장을 거듭하게 된다. 외환위기(1997년 11월)가 닥친 1997년(3.8%)에도 저성장을, 이듬해에는 16.4%의 성장을 기록할 정도로 당시 도시가스산업은 불경기를 몰랐다.

이후 1997년부터 2005년까지도 국내 도시가스산업의 성장률은 연평균 11.5%를 보였다. 이때까지 산업용과 민수용에 도시가스가 주 원료로 그리고 난방원료로 활용되면서 도시가스 산업은 ‘호황기를 맞았다.

 

곤두박질 친 격동의 시대

하지만 2006년을 시점으로 도시가스산업은 고성장에서 저성장 시대로 급격한 변화를 겪는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가스요금(원료비↑) 인상과 보급률 한계(당시 공급사가 예상한 한계보급률 79%) 도달, 건설경기 악화 등 여러 요인으로 공급사의 판매실적은 연 평균 5% 상승하는데 그치는 등 저성장은 2013년까지 이어진다. 저성장 이후 도시가스산업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2014년(-7.7%)과 2015년(-6.2%) 연이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다. 이는 매년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 늘어나는 신규수요 증가률(4%)을 감안할 때 마이너스 성장은 ‘충격’ 그 자체였다.

당시 판매량 급감을 유발한 주 원인은 바로 도시가스요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산업용과 업무용 그리고 수송용까지 ‘탈 LNG’ 현상이 발생했다. 대용량 수요처 곳곳에서 도시가스 대체제인 B-C유와 전기로 주 원료를 전환하다보니 도시가스사의 판매실적은 곤두박질쳤다. 이 때 인상의 주범은 제때 반영하지 않았던 도매요금의 원료비 인상분이 한번에 반영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즉 미정산단가(최대 반영분 91원/㎥)가 소비자요금으로 반영되면서 도시가스의 가격경쟁력은 급락했고, 이는 고스란히 민간 도시가스사의 판매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가격 경쟁력 회복은 미수금이 완납(5조5천억원, 2017년 10월말)된 후부터 가능해졌다. 하지만 당시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경쟁 연료가 여전히 도시가스와 충분히 경쟁력을 유지하다보니 도시가스사들의 판매량 증가는 좀처럼 호전되지 않고 있는게 현실이다.

 

성장 멈출 도시가스 산업

최근 10년간 34개 공급사의 판매실적을 분석해보면 2018년 기록한 255억6천만㎥이 역대 최고점인 반면 최저점은 지난 2015년 때 기록한 215억8천만㎥이다. 최고점은 현 보급률수준과 에너지전환정책 등을 감안할 때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34개 도시가스사는 이미 지난해에도 마이너스성장을 한 차례 더 겪었고, 올해도 코로나19로 인해 판매량 감소는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이미 또 한 차례 마이너스 성장도 예상된다. <표2 판매추이>

이처럼 국내 도시가스산업은 제2의 전성기를 다시 한번 맞긴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보급률이 한계에(전국 평균 85%)에 도달했고, 정부의 에너지정책 또한 과거와 달리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결국 UP & Down(상·하부)으로 명확히 구분(역할분담)된 국내 도시가스산업은 구조적 특성상, 보급의 한계등으로 더이상 성장하기 어렵다. 소매시장은 이미 성장을 멈춰버린 상태이다.여기에다 LNG의 가격경쟁력을 올릴 수 있는 큰 폭의 요금인하 등을 유도할 국내·외 에너지시장 변화도 기대하기 어렵다. 안타까운점은 이미 저렴한 셰일가스가 공급되고 있지만, 한국은 제한된 오픈마켓으로 인해 그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고, 혜택을 보더라도 소매시장과 거리가 먼 발전사업자와 직수입사업자만 누리고 있다.

 

新에너지분야에 과감한 투자를

34개 민간 도시가스사의 7년간 경영실적을 에너지 공기업과 비교해 보면 놀랄만큼 이들의 수익구조가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익창출’이 목적인 민간기업이 에너지복지와 국민편익을 지향하는 공기업보다 수익구조가 낮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관련산업이 성장을 멈췄다고 볼 수 있다.

 

특히 34개 도시가스사의 연평균 영업이익률이 1.9%에 그친다는 점은 에너지공기업의 절반수준에도 못 미치는 등 심각한 상황이다.

다만 도시가스가 국민연료로 자리매김한 이상 아직까지 적자를 보는 도시가스사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경영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도시가스사는 경영혁신을 단행해야 하며, 더불어 R&D 강화와 기술혁신을 토대로 한 신에너지분야의 투자를 해야 한다.

변화를 꾀하지 않고서는 지속가능한 기업을 유지할 수 없다. 한때 몇몇 도시가스사들은 시업다각화 영역으로 집단에너지사업분야에 뛰어들었다. 결과는 ‘참패’였다. 사업참여를 위한 준비와 R&D 및 기술력 부족 그리고 전문성과 인력마저 부족한 상태에서 의욕만 앞선 채 무모하게 참여했다.

또 정부의 불안한 열요금제도와 정책 또한 실패 요인 중 하나였다. 이런 실패를 거울삼아 이제는 철저한 준비과정을 거쳐 도시가스사가 가장 잘 할 수 있고, 외부변화도 적은 에너지분야에 투자를 해야 할 때이다. R&D 강화와 경영혁신 그리고 철저한 준비를 거쳐 과감한 투자만이 꺼져가는 도시가스사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 넣을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의 미래등불 ‘에너지전환’으로

틀에 박힌 구조, 미래가 보이지 않은 산업의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변화와 혁신을 꾀할 준비를 해야 하며, 지금이 바로 적기이다. 위축될 때로 위축된 가스산업에서 도시가스사가 지금의 영업이익 수준을 지키고, 유지하려면 기본에 충실(판매사업)하면서도 혁신경영을 실천해야 한다.

도시가스업계 최고경영자와 미래 리더들은 혁신경영의 자세로 선진국과 해외 에너지기업들의 에너지전환 전략과 움직임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이는 후배들에게도 탄탄하고, 지속가능한 기업을 물러주기 위한 의무이기도 하다. 이에 리더들은 한국의 에너지전환정책과 비교 시 공통분모를 찾고, 이를 미래성장동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선택과 집중의 ‘Open R&D’를 실천할 때이다.

또 단기, 중기, 장기 프로젝트를 수립하고, 과감한 투자도 뒤따라야 한다. 그 해답을 도시가스업계는 세계 에너지시장의 트렌드와 국내여건에 맞게 설계된 ‘국가에너지 3대 기본계획’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국내 에너지분야 최상위 계획인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은 향후 20년간 국내에너지 수요·공급을 전망하며, 여기에 에너지 확보방법과 공급대책 그리고 에너지관련 기술개발과 인력양성 등의 계획까지 폭넓게 담고 있다.

또 다른 중요 에너지계획으로 지난 5월 발표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현재 환경부 검토 중)이다. 이는 국내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2년마다 향후 15년간의 전력수급을 설계하는 매우 중요한 계획이다. 세 번째로 곧 계획 수립에 나설 제14차 장기천연가스 수급계획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 사이에 국내 에너지원의 중심이 변하며, 이미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발전부문에서도 에너지전환정책은 그대로 적용되고 있고, 세계적 추세이다. 독일, 프랑스, 덴마크, 미국, 캐나다, 일본 등 모두가 세계에너지전환 트렌드에 동참하고 있다. 다만 LNG 발전만큼은 신재생에너지로 가는데 중간 역할인 ‘브리지 에너지’로 그 소비량과 중요성은 커진다는 점이다. 하지만 도시가스업계가 명심해야 할 점은 발전용 LNG 비중 증가는 도시가스산업과 직결되는 소매시장과는 연계성이 떨어지는 등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미 몇몇 기업은 가스판매 사업을 기반으로 경영혁신과 R&D를 꾀하면서 과감한 투자로 신재생에너지 분야까지 리딩컴퍼니로서 미래성장가치를 높이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도시가스업계도 가장 잘 알고, 잘 할 수 있는 수소충전사업, 수소연료전지 영역, 바이오가스산업 그리고 에너지융복합 분야인 PtG분야에 직접투자 또는 공동투자, M&A 등 다양한 방법으로 참여해야만이 지속가능한 기업으로써 미래를 밝힐 수 있을 것이다.

 
▲ 하수를 재활용하여 bio-gas를 생산하는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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