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신문=양인범 기자] 코로나19의 대유행과 무려 50일이 넘는 최장기간 장마는 우리 주변 모든 분야에 큰 타격을 안겨주고 있다.
이런 급격한 위기 속에 취약계층 등 사회적 약자들은 훨씬 더 큰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한국에너지재단(사무총장 최영선)은 이런 위험에 처한 사회적 약자들을 돕기 위해 에너지복지와 관련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본지는 에너지재단의 주요 사업인 에너지효율개선사업이 그동안 어느 정도 진행되고 저소득층에 대한 에너지복지와 더불어 냉난방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본다.

양극화, 에너지빈곤 심화시켜

사회 양극화와 열악한 환경 등으로 저소득층의 에너지빈곤 격차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소득 5분위 가운데 1분위 가구의 68%가 주택연한이 20년을 초과한 노후주택에 속한다.

또 노후화된 건물일수록 에너지 사용량이 증가해, 저소득층의 비용 부담이 가중된다. 게다가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폭염 일상화 가능성에 대비해 냉방복지 지원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한국의 기초생활수급가구,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가구는 141만 가구 이상이다.

전국적으로 기초생활수급가구는 133만9천가구이며 이 중 자가는 46%, 임차는 54% 수준이다. 기초수급가구 중 이 사업의 지원대상은 72만3천가구로 추정하고 있다. 차상위계층은 약 94만2천여명이며 가구수는 68만3천여 가구로 추정한다.

또 전국 아동·장애인·노인시설은 1만8000개소이며 이 중 노인시설이 9,563개소, 장애인 시설이 3,926개소, 아동시설이 5,359개소이다.

에너지효율개선사업은 연간 저소득층 3만가구 및 사회복지시설 190개소의 에너지 사용환경을 개선하는 데 목적이 있다.

 

13년 간 50만가구 지원받아

한국에너지재단은 2007년부터 2019년까지 약 50만가구와 사회복지시설 2,300개소에 대해 단열·창호·바닥배관 공사 및 냉난방기기를 지원하고 있다.

2007년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기초수급가구와 차상위계층 대상으로 가구당 90만원을 지원했으며, 2014년에는 지자체가 추천하는 일반 저소득가구까지 확대하고 사회복지시설도 지원대상에 포함시켰다.

2015년에는 주거급여가 신설됨에 따라 기초생활수급가구 중 주거급여 수혜 대상인 자가가구는 지원대상에서 제외했다.

또한 해마다 폭염이 심해짐에 따라 2019년부터는 창호일체형, 벽걸이형 에어컨 보급 등 냉방지원도 시행하고 있다.

▲ 12년 연식의 보일러. 10월 중순 경 교체 예정

단열, 창호, 보일러, 에어컨 등 지원

에너지효율개선사업의 주요 내용은 주택의 에너지효율을 높이기 위한 단열·창호·바닥배관 공사 등의 시공 지원부터 보일러·냉방기기 등의 가전제품 지원까지 주택의 효율적인 냉난방을 위한 공사다.

이 가운데 창호, 단열재, 보일러, 에어컨 등 주요 자재 및 물품은 수행기관인 한국에너지재단에서 중앙 공급형태로 지원한다.

단열공사는 외기의 벽면에 단열성능을 가진 재료를 설치해 열손실 및 유출을 차단한다. 벽면에 단열재를 부착 후 석고보드로 고정 후 도배로 마무리한다.

창호공사는 창호가 낡거나 뒤틀림 등에 의해 외부공기 유입이 많은 경우 복층유리 및 PVC 교체 등으로 기밀성을 강화한다.

바닥공사는 난방배관이 파손되어 사용할 수 없는 바닥에 공사를 하는데, 우선 장판을 제거하고 바닥판넬을 설치 후 보일러에 연결하고 다시 장판을 부착한다.

보일러 공사는 기존의 노후된 보일러를 철거하고 에너지효율이 높은 보일러로 교체한다. 올해에는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 두 회사가 이 사업에 참여한다.

냉방기기는 저소득가구의 거주 공간을 고려해 효율적인 창호일체형 에어컨을 설치한다.

 

다양한 지원현장

에너지효율개선 지원을 받는 서울의 한 가구를 직접 취재했다. 이 가구는 여성 노약자 1명이 살고 있었다. 대상자는 올해 1월에 이사해 거주 중인데, 추위는 크게 느끼지 않았으나 여름철 폭염에 시달려 구청을 통해 에너지재단에 사업을 신청했다.

공사는 창호공사와 에어컨 설치 후 도배공사로 진행했다. 신청자는 안방 한 곳만 요청했고 보일러는 2009년 제품이었으나 큰 고장이 없는 상태였다.

다만 12년 가까이 쓴 일반보일러였기에 재단 매니저의 조언을 받아들여 신청자는 보일러도 교체하기로 했다.

안방에 설치한 일체형 에어컨은 설치 후 수혜자들의 평가가 좋은 상황으로 특히 원룸 형태 거주자들에게 인정받고 있었다.

에너지재단의 매니저는 이 사업이 단순한 인테리어공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인테리어는 미관을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지만, 효율개선사업은 정확한 진단과 분석을 통해 주택 내부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매니저는 이 부분에 대해 수혜자들을 이해시키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반지하 주택은 저소득층의 주거실태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모습인데, 반지하 주택들은 내부에 습기가 많아 곰팡이가 핀다. 이런 곰팡이를 없애려면 바닥공사를 해야 하는데, 습식과 건식 공사가 있다. 습식은 바닥의 콘크리트까지 공사해야 하고, 건식은 장판을 걷어낸 상태에서 난방배관·패널 공사만 하게 된다.”

관계자는 곰팡이를 없애기 위해서는 하루 10~20분이라도 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주민들의 직접적인 관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 6년째 효율개선사업의 시공을 맡은 건설업체는 효율진단과 하자보수·보강공사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사업의 진행은 먼저 대상 주택 내부의 에너지손실 등을 진단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보일러 교체는 응축수의 배수구 여부 등을 확인한 뒤 재단에 알리고, 그 뒤에는 보일러 제조사에서 직접 설치하는 방식이다.”

이 업체에서는 6년째 은평, 마포, 서대문구 지역의 효율개선사업을 하고 있었고, 은평구에서는 1년간 약 300가구에 공사를 하고 있다.

“올해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창문형에어컨 제품의 수입이 중국 현지공장으로부터 늦어져 에어컨 설치도 늦어진 상황이다. 또 창문형 에어컨 설치는 창문에서 뒤쪽의 벽까지 최소 50cm는 떨어져 있어야 설치가 가능하다.”

관계자는 해마다 폭염이 심해짐에 따라 에어컨을 포함한 냉방기기 지원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과, 그 외에 필요한 것은?

에너지효율개선사업의 지원 전·후 분석결과를 살펴보면 연간 259.4kWh/㎡에서 203.5kWh/㎡로 약 21.5%의 에너지가 절감되고 있다. 또 성과분석 보고서를 살펴보면 에너지효율개선사업의 만족도는 100점 만점 기준으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 연속 90점을 넘겨 ‘매우 만족’ 수준을 보인다.

이 사업을 통해 적정난방을 유지할 시 가구당 연간 18만7000원을 절감할 수 있으며, 가구당 연간 1.2t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다. 특히 공사 후 열화상카메라로 내벽을 측정한 결과 평균온도가 3.1℃가 상승해 커다란 단열효과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밖에도 해당 지역 인근 시공업체가 참여함으로써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2019년에는 약 100여개의 시공업체가 참여하기도 했다.

큰 성과를 내고 있지만 개선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가구당 지원금액은 2007년 90만원에서 2019년 200만원으로 증가하는 등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지만 적정 수준에는 못 미치고 있다. 200만원 수준의 지원 규모는 주 생활공간(안방 등)에 단열 2면, 창호 1개소 지원이 한계다.

이 때문에 재단에서는 향후 지속적인 지원금액의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2018년 폭염을 계기로 냉방기기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사업 지원대상 3만가구의 주택환경이 모두 달라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현행 지원물품 이외에도 주거여건에 맞는 다양한 냉방 지원 제품군이 필요하다.

에너지재단 관계자는 “에너지 취약계층의 지원 강화를 위해 사업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효율개선사업은 단순한 복지정책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에너지 절약의 큰 요소가 될 수 있음을 많은 국민들께서 알아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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