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신문=유재준 기자]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해 10월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한국지역난방공사와 신규 열병합발전소 3곳(양산·대구·청주)에 약 15년간 연 40만 톤 규모의 천연가스 고정약정물량을 공급하는 ‘발전용 개별요금제 공급·인수 합의서’를 체결했다. 한난의 양산(119MW), 대구(261MW), 청주(261MW) 열병합 발전소는 시설용량 100MW 이상의 대량수요자로서, 경제성과 물량관리의 안정성을 고려하여 개별요금제 조건에 합의한 것이다. 

또한 지난 12월 14일 가스공사와 내포그린에너지는 충남 내포신도시 열병합발전소(555MW)에 2023년부터 15년 동안 연간 약 33만 5천 톤 규모의 천연가스 고정약정물량을 공급하는 ‘발전용 개별요금제 공급·인수 합의서를 체결했다. 내포그린에너지는 한국남부발전(사장 신정식)과 롯데건설(대표이사 하석주) 등이 충남 내포신도시 집단에너지 사업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이번 합의는 가스·발전 분야 공기업인 가스공사와 남부발전, 플랜트 기술을 가진 롯데건설이 핵심 역량을 결집해 성취한 상생협력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며, 각 부문의 경험과 기술력 조화를 통해 향후 사업 운영에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가스공사는 이들 두 건의 계약 물량 이외에도 약 200만~300만 톤 규모로 발전사들과의 협상 및 입찰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가스공사는 각각의 발전기와 개별 연계해 발전사의 계약선택권을 확대하는 개별요금제를 시행 중이다. 사진은 가스공사 기지에 접안 중인 LNG선

국내 천연가스 시장은 한국가스공사가 34개 도시가스사에 공급하는 규제영역과 발전용 및 산업용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용도로 소비할 목적으로 천연가스를 직접 수입하는 경쟁영역으로 이원화되어 있다.

도입부문의 경우 자가소비 직수입 가능물량을 대상으로 가스공사와 직수입사간 경쟁체제이며 설비부문의 경우 배관망 특성을 고려해 가스공사가 운영하고 자가소비용 직수입자에 대해 가스배관 사용을 허용해 주는 배관공동이용제가 실시되고 있으며 도시가스사가 운영하는 도시가스배관은 도시가스사와 직수입사간 협의 후 배관을 사용하고 있다.

국제 LNG시장은 수요의 변화를 공급이 쫓아가는 기간 동안 시장불균형이 지속되어 공급과잉 상태인 구매자 우위시장과 공급부족 상태인 판매자 우위시장이 반복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14년 이후 미국, 호주 등의 수출 증가로 LNG 인프라 한계에서 오는 중국 수요성장의 정체로 인해 현재까지 구매자 우위 시장이 유지되고 있으며 이러한 구매자 우위의 저가시장에서 가스공사의 평균 도입가격은 과거에 계약된 고가물량을 포함하기 때문에 시장가격 변화보다 완만하게 하락하여 필연적으로 현재의 시장가격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국제 LNG시장이 판매자 우위로 전환될 때는 완만하게 가격이 상승하여 시장가격보다 가스공사 평균도입가격이 낮아지는 것이 필연적이다. 따라서 천연가스 수입가격은 개별회사의 역량이나 국내 회사 간 경쟁보다는 수입결정 시점의 국제 LNG시장 상황에 크게 좌우되고 있다.

평균요금제와 직수입 공존 문제점

가스공사는 장기 천연가스수급계획에 따라 고가시장인 판매자 우위시장에서는 수급에 필수적인 최소한의 도입계약만을 체결하고 저가시장인 구매자 우위시장에서 주로 도입계약을 결정짓도록 조정해 왔다.

직수입이 허용된 이후 직수입자는 신규 수요발생 시 국제 LNG시장 상황에 따라 유리한 경우(LNG가격이 낮은 구매자 우위 시장)에만 직수입을 추진하고 불리한 경우(판매자 우위 시장) 가스공사로부터 LNG를 공급받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가스공사는 국가적 수급관리책임에 따라 주로 직수입이 감소하는 고가시장, 즉 판매자 우위시장에서 공백물량에 대한 구매계약을 체결하여 가스공사 기존 평균요금 물량의 가격 경쟁력이 하락되곤 했다.

특히 개별기업의 직수입 의사결정이 지연되거나 직수입 추진 도중에 직수입을 포기하는 경우 가스공사는 불리한 시장상황 및 협상여건에서 해당 물량을 확보할 수밖에 없어 수입가격의 상승을 초래했다.

실제 시황의 차이를 배제하고 동일한 시기에 체결된 직수입계약과 가스공사 개별계약을 비교해보면 가스공사 도입물량의 가격경쟁력을 지닌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가스공사 노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경쟁도입의 최종 목표로 제시되는 저가 LNG 도입유인 발생 및 소비자요금 인하는 국내외 가스산업 특수성을 고려할 경우 서민 가스요금을 털어 직수입자 초과이윤을 보장해 주는 구조”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발전용 직수입 28% 급증, 2025년 연간 1500만톤 예상

국내 LNG직수입량은 2005년 33만톤(전체 수입의 1.4%)에서 2019년 약 730만톤(17.8%)으로 증가했다.

직수입자수는 2005년 발전 및 산업용 각 1개소에서 2019년 11개소로 늘었다.

발전용은 2005년 5만톤으로 총 발전용 수요의 0.5%에서 2019년 567만톤으로 총 발전용 수요의 28%로 급증했다. 산업용은 2005년 28만톤으로 산업용 수요의 2.0%에서 2019년 163만톤으로 17%를 차지했다.

기존 직수입자의 계열업체 중심으로 수입물량이 증가하고 있으며 가스공사 대비 상대적으로 스팟 구입비중이 높은 편이다.

한편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 및 국네 LNG시장을 활용하여 2025년 이후 직수입 물량은 제13차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상 연간 1000만톤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구나 최근 다수의 직수입 의향자 출현으로 2025년 연간 1500만톤 이상의 직수입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으며 특히 발전용 직수입이 약 6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직수입 확대, 국가 수급어려움 커져

정부의 탈원전·친환경정책에 따라 신규 LNG발전용량은 증가하는 반면 LNG발전량 비중이 감소하므로 직수입사의 발전량 증가 시 국가 천연가스 수급불안은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즉 LNG발전량 비중의 하락 및 증가된 직수입자간 경쟁심화로 전력시장 불확실성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자사 발전소 이용률 하락에 따른 TOP우려 등으로 스팟물량 의존도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동절기 이상 한파 등 스팟물량 필요 시 중국, 일본 등 주변국 동시구매로 스팟가격 상승과 수급불안 부족을 초래할 수도 있다.

국가 수급책임 즉 비축의무가 없는 직수입사의 스팟물량 비중은 2017년 기준 40% 수준으로 가스공사의 10% 대비 매우 높으며 글로벌 평균 18%와 비교해도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가스공사가 장기도입계약을 체결한 이후 예상치 못한 직수입 의향이 실행되는 경우 기존 계약물량의 처리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단기 시황에 의존하여 직수입 여부나 규모 결정시 국가 차원의 장·중·단기 및 도입선 등 최적의 포트폴리오 구성이 곤란하며 원전 불시 정지, 신재생에너지 보급률 변화, 직수입자의 선택적 발전소 가동 등으로 수급 불확실성이 증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지난 10월 말 개별요금제 1호 공급·인수 합의를 체결했다.

개별요금제도, 한시적 대안 지적도

이처럼 직수입 물량 급증이 예상됨에 따라 직수입사와 가스공사 공급발전사간 공정한 경쟁한 유도를 위해 현행 가스공사 평균요금제와 달리 개별 수입계약으로 천연가스를 공급하고 각각의 가격, 조건을 바탕으로 요금을 산정, 부과하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민간 직수입사와 달리 천연가스 도입 원료비에 이윤을 포함하지 않고 발전사에 공급비만 원가로 공급하며 물량 및 설비용량 과부족 해소 등 수급관리 서비스를 포괄적으로 제공하게 된다.

가스공사는 개별요금제를 통해 급변하는 전 세계 LNG 시장 추이를 유연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해 국내 천연가스 시장을 선도함과 동시에 ▲저렴한 LNG 도입가 ▲다양한 계약 옵션 제공 ▲다년간의 경험을 통한 안정적 수급 및 공급 ▲국내 최대 저장·기화·송출설비 보유 등 가스공사만의 특장점을 살려 발전사들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순기능을 지닌 개별요금제도 초기 제도시행에 따른 여러 가지 현실적인 한계점이 있어 새로운 보완대책 및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개별요금제는 국민의 가스요금으로 건설된 5개 저장시설을 이용하므로 시설이용요금 인상 억제 기능이 있다. 하지만 가스공사가 수행하는 직수입이므로 기존 직수입제도의 대표적인 문제점을 답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별요금제 발전사는 도입계약 물량에 대한 책임만 존재하므로 유사 시 수급불균형이 발생되며 평균요금제 적용 모든 발전사가 계약종료되는 2041년 이후 개별요금제와 직수입발전사만 남을 경우 국가적 수급위기는 가중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현재의 국제 LNG시장 상황을 활용하여 가스공사의 개별요금제 수익은 계약발전사에게만 돌아갈 것이며 평균요금제 물량 내 저가 LNG 유입차단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개별요금제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해도 평균 요금제를 적용받고 있는 기존 계약 발전사에 대한 차별 논란이 있으며 평균요금제가 존재하는 한 전력요금인하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즉 개별요금제도는 가스공사 5개 저장시설을 이용해 서민 천연가스 공급비용 인상억제 효과는 거둘 수 있으나 기존 직수입제도의 구조적인 모순을 궁극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한시적 대안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만일 국제시장 가격수준이 가스공사 평균요금제보다 올라가거나 비교대상인 평균요금제 발전소가 하나도 남지 않는 상황이 되면 필연적으로 불리한 요금을 적용받는 발전사들은 개별요금제 폐지를 요구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가스공사 노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직수입제도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개별요금제를 시행했으나 이 역시 여러 가지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이에 따라 예상되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위한 심도깊은 대안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우회도매사업 문제 공감, 미흡 사례 제도개선 의지보여

한편 천연가스 직수입자 중 일부가 해외트레이딩을 통한 우회도매사업으로 산업용 물량을 도입하는 사례가 가스 수급안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정부 관계자에서 제시돼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지난 해 11월 한국가스연맹·WGC2021 조직위원회 주최로 서울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에서 열린 가스연맹 정책간담회에서 산업부 김진 가스산업과장은 이 같이 밝혔다.

김진 가스산업과장은 발전용LNG 중 직수입 비중이 25.7%에 달해 발전사 급전순위 격차가 벌어지고 전력시장에서 ‘기울어진 운동장’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개별요금제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가스공사가 계약종료되는 프로젝트들에 대해 가격을 내리고 물량을 보전받는 등 가격재협상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며 발전사협의체 등을 통해 개선방안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른 개별요금제와 기존 직수입제도의 경쟁구도도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일부 직수입자의 우회도매사업이 늘면서 기존 신고의무 등 법적준비가 미흡한 사례 등이 발생함에 따라 직수입 계열사도 아닌 업체들의 직수입은 자제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며 TOP와 무관하고 요금인상 요인이 발생하지 않아야 직수입제도의 긍정적인 측면이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수급안정을 위한 물량 비축의무는 가스공사에게 있는 것이 맞지만 동절기 한파 시에는 LNG수급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민간사 자체 트레이딩, 또는 가스공사와의 스왑 등을 통해 ‘소프트웨어적인 비축’ 개념을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해 향후 제도개선 가능성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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