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신문=김재형 기자] 가정·상업용 LPG소비량이 정부의 배관망사업 확대 등으로 잠시 회복하는 듯싶었다. 그러나 도시가스 및 전기에 시장을 계속 빼앗기면서 정체 또는 소폭 감소하는 분위기로 다시 흐르고 있다. 무엇보다 LPG충전·판매사업자들의 경쟁력 회복방안을 모색하는 다양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어 최종 결과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기존대로 연구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실제 변화의 바람이 불 수 있을지 관건이다. LPG충전·판매업소 생존을 위한 방안에 대해 살펴봤다.
▲ 프로판유통방식이 벌크시스템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중복투자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사진은 LPG를 수송하는 벌크로리 차량

LPG유통업 대형화 필요성

LPG유통업계의 대형화는 수년째 되풀이되고 있다. 도시가스의 보급은 지속되고 있고 값싸고 편리한 전기의 득세로 인해 LPG의 설자리가 계속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영향으로 LPG사용가구가 계속 줄어 2013년 532만4000가구에서 2019년에는 411만 5000가구로 120만 9000가구(▽22%) 감소했다. 같은 기간 동안 영업용은 견조하게 사용가구가 줄어든 반면 주택용은 급속도로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표 1]

특이한 점은 LPG 수요가구 수는 줄고 있지만 전체 프로판 소비는 증가하고 있다. 2013년에 282만 7000톤을 기록했던 프로판소비량은 2019년에는 3배 증가한 628만 8000톤을 달성했다. 하지만 세부 내역을 보면 장밋빛 전망을 할 수 없다. 프로판소비량이 증가한 것은 석화용 시장이 활성화된 영향이 크다. 그래도 프로판충전·판매사업자와 연관이 있는 가정·상업용도 다소나마 증가했다. 산업용의 경우 벌크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시장개척에 나서고 대기오염 개선을 위한 정책 등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다만 벌크시장은 한때 경쟁력을 앞세워 LNG의 LPG전환도 이끌어 냈으나 다시 가격이 역전되면서 혼란도 겪었다. 앞으로 어떤 추이를 나타낼지 관심이 커진다.[표 2]

이 같은 경영환경 변화는 LPG벌크사업자와 소형저장탱크 관련 지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벌크판매사업자는 2013년 454개소였는데 2019년에는 955개소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소형저장탱크도 한해 많게는 1만 개씩 증가해 2019년에는 8만 8001기가 소비처에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형저장탱크에 가스를 공급하는 벌크로리 차량 역시 꾸준히 증가하면서 2019년 기준으로 1393대로, 2013년 698대보다 695대(99%)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표 3]

어떤 연구 진행되고 있나

▲ LPG유통구조를 대형화·효율화를 이루는 데 있어 IT시스템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소형저장탱크에 설치된 가스잔량 발신기

현재 LPG유통효율화를 위한 다양한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먼저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으로 해외 유통사례, LPG유통구조개선에 이어 ‘LPG 유통의 대형화 효과분석 및 추진 방안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연구기관은 에너지경제연구원(이소영 박사)과 일신회계법인 주축으로 1월 내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번 용역을 통해 국내 LPG유통의 대형화 사례를 검토하고 대형화에 따른 유통비용 절감효과를 분석한다. 정부는 LPG유통구조의 합리적 개선 방향을 도출할 계획이다. 대형화에 따른 제도개선 사항으로 대형화 참여자에 대한 제도개선 및 지원책 등을 검토한다. 아울러 제도개선 필요성 및 개선 사항 등을 검토하고 대형화 추진 시 소외되는 LPG사업자에 대한 보완책도 제시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한국LPG판매협회중앙회는 중기부의 예산을 받아 계명대학교 산하협력단(단장 남재열)에 의뢰해 판매업 대형화 집단화를 통한 원가절감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과제책임자는 김종승 교수이며 올해 현장적용 가능성을 파악하고 내년에는 다각적으로 분석을 확대한다.

이와 별도로 제주도청은 에너지 형평성 제고를 위한 LPG경쟁력 강화 방안 연구용역을 1월 말까지 진행한다. 제주 LPG생존권 비대위에서는 LNG편향적인 지원책은 철회돼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LPG공급시설 지원 조례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효율적인 LPG유통구조를 만들어 가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그만큼 LPG사업자들이 격동의 시기를 지내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한 것이다. 각각의 연구용역에서 어떤 묘수가 나올지가 관전 포인트이다.

다만 LPG유통 효율화를 위한 연구용역은 과거에서부터 계속해 왔기에 엇비슷한 결과를 도출할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옛 속담처럼 이론적으로 완벽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하더라도 이를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적용할지가 관건이다.

프로판 생존 위한 해법은

한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LPG충전·판매 대형화는 지난 2019년 발표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포함되면서 다시 이슈로 떠올랐다. 석유·가스 등 전통에너지산업 경쟁력 강화 내용을 살펴보면 유통구조 효율화와 관련 LPG충전·판매업 대형화와 소형·복합용기 유통체계 다변화 및 IoT 기술을 활용한 유통비용 절감 지원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다만 그동안 충전소와 판매업소가 결합하는 형태는 지속적으로 논의됐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는 충전소와 판매업소가 유기적으로 화합하기보다는 누군가 주도권을 가져가려는 형국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LPG판매사업자들은 판매사업자들이 뭉쳐서 충전소를 인수받아 경영해 보는 방법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한다. 반면 충전사업자들은 소비처 직공급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더군다나 LPG용기판매업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본인들의 영역을 공고히 다지려고 한다. 또한 LPG벌크판매업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기도 했다. 충전소는 속 빈 강정이 되고 있는 점도 해결과제다. 프로판유통구조가 용기에서 벌크로 전환되면서 더 이상 수익을 내지 못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현장의 사업자들은 물류를 대형화하고 이를 관리하기 위해 IT 기기를 적극 도입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사물인터넷(lnternet of Things) 시대를 맞아 벌크사업자는 일일 배송 계획을 자동으로 계산해 작업 지시서를 작성할 수 있고 충전 시 필요한 벌크탱크 리스트를 출력하고 주소지를 자동 정렬해 준다. 용기사업자 역시 교체가 필요한 리스트를 출력하고 용기 수량을 자동으로 계산할 수 있다.

이 같은 첨단 IT 시스템은 배송 담당자가 바뀌어도 업무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는다. 많은 거래처를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통해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으며 계획 배송으로 업무시간 단축과 인력 절감에 효과가 있다. 소비처의 배송 내역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충전소와 통합사들은 배송 효율화를 꾀할 수 있는데 판매점으로부터 주문을 받지 않고 잔량 현황을 직접 파악해 배송 계획도 세울 수 있다.

원격검침기를 도입한 벌크·판매사업자들은 호응을 보이고 있으나 아직 이를 활용하지 않는 사업자들도 많다. 최근 SK가스가 충전사업자 및 최종 소비자 등 프로판 유통 업계 전반의 상생을 위해 업계 최초로 프로판 유통 플랫폼 ‘위고’를 개발해 제공 중이다. 개선된 서비스가 속속 출시되면서 활용폭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사업자마다 이해관계가 묘하게 다른 지금의 상황에서 획일화된 대형화를 이룩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유통과 물류를 이원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4,500여 판매사업자와 전국 200여 충전소들이 유기적으로 화합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유통부분을 통해 LPG사업자들은 소비처의 검침과 시설점검, 고객관리 등에 나선다. 또한 물류부분을 특화시켜 가스를 전문적으로 운송하는 시스템으로 이원화 시킨다. 앞서 살펴본 대로 벌크시스템이 대세로 떠오르다 보니 벌크사업자와 벌크로리 차량이 급속도로 증가했다. 현장의 사업자들은 수년 내에 폐업에 이르는 벌크사업소는 물론 제대로 운행하지 못하는 벌크로리 차량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만약 유통과 물류가 이원화되면 불필요한 차량을 유지하지 않아도 되고 원거리 수송도 줄어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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