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신문=최인영 기자] 지난 2019년 4월 건전한 수소생태계 조성을 위해 국제표준에 부합하는 국가표준 계획을 담은 수소경제표준화전략로드맵이 발표됐다. 우리가 강점을 지닌 상용차, 선박, 건설기계 등 연료전지 활용 분야를 중심으로 모빌리티, 에너지, 수소공급·계량 분야에서 오는 2030년까지 15건의 국제표준을 제안한다는 목표는 이듬해인 지난해 7월 제2차 로드맵을 통해 목표치가 20% 상향됐다. 시장형성 초기 단계인 수소산업을 국제표준과 연계하는 전략을 통해 세계 시장을 선점하는 동시에 신뢰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확산해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힌 국가기술표준원 이승우 원장을 만나 그간의 성과와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 본다.

     
 

▲ 2019년 5월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표준을 등록하는 성과를 올렸다. 마이크로 연료전지 파워시스템을 제안한 이유는.

-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전자제품의 기술력을 수소연료전지에서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난 2016년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에 소형전자기기에 적용 가능한 마이크로 연료전지 파워시스템을 제안했다. 이후 3년간의 국제표준화 작업을 거쳐 2019년 5월 국제표준 IEC 62282-6-400에 공식 등록됐다.

특히 4차 산업시대를 맞아 ICT(정보통신기술) 영역에도 적용할 수도 있어 의미를 더한다. 소형 전자기기에서 연료전지시스템 성능은 유지하면서 전자기기와 연료전지시스템 간 전력․데이터 호환성도 확보할 수 있도록 표준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 연료전지 시스템의 가장 기본이 되는 표준으로 노트북, 휴대폰, 태블릿, 모바일게임기, 디지털카메라, 캠코더 등 전자기기뿐 아니라 전력원으로서도 사용 가능하다.

기존 이차전지보다 에너지밀도도 높다. 연료카트리지 교체나 메탄올 등 연료주입을 통한 급속충전도 할 수 있다. 동일한 사용환경에서 이차전지 장착 노트북은 약 4~8시간 사용할 수 있는 반면 마이크로 연료전지는 약 12~15시간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효율이 2~3배 더 높다.

현재 마이크로 연료전지 분야 국제표준은 우리가 제안한 표준을 포함해 총 5종이 등록돼 있다. 전력․데이터 호환성, 안전, 성능에 대한 평가방법, 연료카트리지 호환 등이다.

▲ 지난해 7월 발표한 제2차 수소경제표준화 전략 로드맵은 제1차 로드맵보다 목표치를 20% 상향했다. 현재 국제표준 선점이 치열한 모빌리티 분야의 표준화 계획은.

그린뉴딜, 수소모빌리티 등 기술발전 동향을 고려해 제2차 로드맵에서는 2030년까지 국제표준 제안을 종전 15건에서 18건으로 상향했다.

특히 수소건설기계와 충전기 간 실시간 데이터통신을 이용한 수소충전 프로토콜, 선박에 수소를 안전하게 공급하는 수소선박 충전, 드론의 비행시간을 연장할 수 있는 드론 액체수소용기 등의 기술이 국제표준화 신규과제로 포함됐다.

수소에너지원의 활용이 모빌리티의 동력원까지 확대되면서 한국을 포함한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도 관련 기술을 국제표준으로 연계하는 전략을 꾀하고 있다. 현재 모빌리티 분야에는 산업용 전동트럭의 연료전지시스템 성능․안전 등 2건의 국제표준이 제정돼 있다.

우리나라가 강점을 지닌 건설기계 분야에서 국제표준을 주도하기 위해 국표원도 다방면의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굴삭기용 연료전지시스템을 지난 2019년 6월 신규 국제표준으로 제안한데 이어 콘크리트 덤프트럭 등에서도 국제표준을 선점할 계획이다.

또 선박 강국인 점을 활용해 선박용 연료전지 시스템 분야와 액체수소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드론, 수소상용차 영역에서도 관련 기술개발과 국제표준을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 수소연료전지 분야의 국제표준 성과는.

- 가정․건물용, 발전용 분야의 고정형 연료전지시스템은 현재 안전, 성능, 설치 등에 대한 국제표준 개발을 이미 완료했다.

우리나라는 차세대 발전시스템인 전기․열․수소생산 연료전지시스템, 전기․열․냉방이 가능한 트라이젠 연료전지시스템 등에서도 기술개발과 표준을 연계하고 있다.

에너지 분야는 국제표준 외에 KS표준과 KGS인증에 대한 관심도 높은 분야다. 이에 지난 2019년 11월과 2020년 5월에는 SOFC(고체산화물 연료전지)시스템 조기 출시를 위해 국표원에서 적합성 인증을 빠르게 부여한 바 있다.

아울러 KS표준을 개정해 기존 PEMFC(고분자형 연료전지)에만 KS인증이 가능하던 것을 2019년 9월 DMFC(직접메탄올 연료전지), 2020년 10월에는 SOFC까지 가능토록 했다.

이를 위해 연료전지 분야 표준개발협력기관이자 KS인증기관인 한국에너지공단과 협력해 DMFC와 SOFC를 반영한 표준안을 개발했다. 또 10㎾ 이상 중대형 발전용 연료전지시스템 평가를 위한 표준개발도 현재 관련 기관, 전문가와 함께 검토하고 있다.

▲ 그린수소 생산에 필요한 수전해 분야 국제표준은.

-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얻는 방식은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도 중요시하는 영역이다. 이에 이산화탄소(CO2) 배출 없는 그린수소 생산 기술은 각국의 주요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부하변동 대응 기술에 주력하고 있다. 부하변동에 대응한 안전성, 수전해장치 분리막 성능․수명 관련 안전성 평가기술의 국제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2019년 12월 프랑스에서 열린 수소기술표준화위원회(ISO/TC197)를 통해 제안내용을 사전발표했다. 이후 국내 전문가와 국제표준안 작성, 관련 데이터확보 등을 거쳐 지난해 12월 국제표준화기구(ISO/TC197)에 정식 제안했다. 현재 회원국들의 투표가 진행 중이다. 올해 상반기 안에 신규표준작업항목(NP) 채택여부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수전해장치, 노트북용 연료전지 관련 국제표준 2종도 신규제안했다.

현재 제정된 수전해장치 국제표준(ISO22734)은 부하변동, 분리막 등의 안전성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국내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원 연계에 의한 부분부하, 과잉부하 등 부하변동에 의한 동적운전의 안전성, 멤브레인의 수명․성능저하 관련 안전성 평가방법을 표준안으로 개발했다. 이를 국제표준으로 제안한 것이다.

수전해 기술은 연료전지 이외 수소 기술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처음 제안한 표준이란 점에 의미를 더한다.

▲ 수소충전 프로토콜, 이동식 수소충전소 분야 국제표준은.

- 수소충전 프로토콜은 수소차와 수소충전기 간 양방향 실시간 데이터 통신을 통해 수소용기의 온도, 압력 등의 데이터를 교환해 충전속도를 제어하는 표준이다.

충전 시 온도, 압력을 정확히 제어해 고압․고유량의 수소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동시에 빠른 시간에 충전을 가능케 하는 기술이다.

특히 수소충전기는 수소가 충전되는 양을 정밀하게 측정해야 한다. 수소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소비자들도 수소충전량 오차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기술은 고압수소를 고속충전하기 때문에 고도의 측정기술을 요구한다. 현재 국표원에서는 수소충전량 측정 오차를 평가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향후 수소충전기를 ‘계량에 관한 법률’로 관리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이동식 수소충전소 분야에서는 성능평가, 안전관리 기술개발 과제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형 이동식 수소충전소의 안전기준을 개발하고, 이를 국제표준까지 연계하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충전설비의 방폭, 진동 내구성, 환기 등 안전성에 관한 표준을 의미한다.

▲ 수소분야 국제표준 확대를 위한 전문가 육성방안은.

- 지난 2018년 12월 수소․연료전지 등 8개 분과 약 50명의 산학연 전문가로 구성된 수소경제 표준 포럼을 출범했다.

지난해에는 산업계 참여를 확대해 전문가를 100명으로 증원했다. R&D와 표준화의 연계, 산업표준화 지원 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조직구성도 수소모빌리티, 수소에너지․발전, 수소공급․계량, 수소안전․홍보 등 4개 분야와 12개 세부 전문분과로 개편해 분과별 위원회를 구성했다.

수소표준전문가 풀을 확대하고, 기업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올해 10월에는 연료전지기술(IEC/TC105) 국제표준화 회의를 우리나라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산업선진국이 주도해 온 국제표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캐치업(Catch up) 방식을 벗어나 퍼스트무버(First Mover)가 되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11월 국가기술표준원 원장으로 취임한 이승우 원장은 ‘국제표준 전도사’로 불리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표준의 세계적 위상을 높여가는 그는 수소경제 선진국과의 공조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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