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양 LNG터미널기지

‘2050 탄소중립’ 선언, 석탄·천연가스 축소 대상
수소와 전기, 열 중심 전환, 도시가스업계 대비해야

1978년 동력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가 신설되면서 가스관련 법률이 제정·공포되었고 천연가스 도입 및 공급 사업이 시작됐다. 특히 제2차 석유파동 이후 대체에너지 육성 및 도시연료화 사업정책이 추진되면서 도시가스사업이 본격화됐다. 천연가스는 동고하저 소비 패턴을 보이는 반면에 도입은 연중 일정해야 하기에, 여름철 수요 발굴을 위해 천연가스 발전도 시작됐다.

천연가스 공급은 취사·난방용 도시가스 사용자들의 편리성을 제고하면서 수도권의 대기오염 개선에도 큰 역할을 담당했다. 아울러 천연가스 발전소는 석탄발전소 및 원자력발전소에 비해 건설 기간이 짧고 주민 수용성이 높은 장점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동과 동시에 전력공급이 가능한 속응성 자원이라 우리나라의 전력수급 안정화에도 큰 기여를 했다.

천연가스, 온실가스·미세먼지 저감에 순기능으로 발전비중 강화

하지만 최근에 시련도 없지 않았다. 취사용 및 난방용 도시가스가 전기로 대체되고 있으며, 산업용 도시가스도 석유제품과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전기로 대체되고 있다. 2015년 7월에 발표되었던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15-‘29)에서는 천연가스 수급 및 가격의 불안정성을 이유로 천연가스 발전을 대폭 줄이겠다는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2017년 5월 에너지전환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천연가스의 역할은 강조됐다. 이에 2017년 12월에 발표되었던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17-’31)에서는 천연가스 발전을 늘리는 것으로 정책 방향이 전환됐다. 특히 2020년 12월말에 확정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34)에서는 석탄발전을 줄이고 천연가스 발전을 2020년 41.3GW에서 2034년 59.1GW로 약 1.5배 늘리겠다고 천명했다. 천연가스 발전은 석탄발전에 비해 온실가스 및 미세먼지 배출량을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표1, 표2 참조>

수소경제와 천연가스 수요증가 기대, 14차 장기본에도 반영

이에 따라, 제13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17-’31)에서 2030년 약 4천만톤으로 예측되었던 천연가스 수요가 제14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20-’34)에서는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LNG 벙커링, LNG 개질 수소 생산, LNG 자동차 및 수소전기차 출시 등도 천연가스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수요 증가에 따라 천연가스 직도입사가 늘어나고 있으며 신규 천연가스 발전소를 짓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그야말로 천연가스 르네상스 시대가 기대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천연가스의 역할이 크게 변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건이 최근 발생했다.

정부, 탄소중립 선언 등 지속가능한 녹색사회 구현

문재인 대통령이 12월 10일 ‘대한민국 탄소중립 선언(더 늦기 전에 2050)’을 발표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2019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7억3백만톤인데, 2050년까지 이것을 제로로 만들어야 한다. 결국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산업 및 에너지 부문에서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한번 시작되면 돌아가지 못하고 그대로 추진된다. 국제사회에서의 요구가 그러하며, 글로벌 경쟁 상황에서 변화된 산업구조를 다시 조정하기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탄소중립의 법제화까지 추진되고 있다. 따라서 탄소중립이 천연가스 부문에 가져올 변화에 대해 합리적으로 예측하면서 미래를 위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과연 탄소중립은 천연가스 부문에 기회일 것인가? 위협일 것인가?

정부는 ‘지속가능한 녹색사회 실현을 위한 대한민국 2050 탄소중립 전략’이라는 제목을 가진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을 수립하여 국무회의 의결을 거친 후 12월말 UN에 보고했다. LEDS는 2050년의 국가 미래상 및 앞으로 나가야 할 이정표를 담고 있다.

천연가스와 관련하여 공개되었거나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탄소중립’ 구현 시, 천연가스 소비구조 축소 불가피

천연가스 발전은 현재보다 비중이 축소되면서 탄소 포집 후 활용 및 저장(CCUS)을 통해 탄소 배출 제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주택, 상가, 산업체에서의 도시가스는 전기 및 수소로 전환될 예정이다. 2050년이 되면 현재 공급하는 수요처에 도시가스를 공급하기는 어려워질 것이며, 탄소중립을 위해 도시가스 공급량은 점차 줄어들 것이고 공급 용도 및 유형이 변할 것이다.

이번 제14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20-’34)은 탄소중립을 반영하지 않은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후행 계획이므로 탄소중립이 반영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제15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부터는 탄소중립이 반영되어야 한다. 즉 미래의 천연가스 수요를 예측(forecasting)한 후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천연가스 도입 및 공급계획을 수립하는 구도에서, 탄소 저감을 위한 천연가스 목표수요를 정한 후 이에 맞춰 국가 천연가스 소비구조를 조정하는 구도(backcasting)로 변할 것이다.

국가기후환경회의에서는 지난 11월 석탄발전 퇴출을 2045년 혹은 그 이전까지로 하되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2040년 이전으로 앞당기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는 국민정책제안을 발표했다. 아마 많은 석탄발전소는 설계수명 30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산화탄소를 제일 많이 배출하는 석탄발전의 퇴출이 이뤄지고 나면, 그 다음 표적은 분명 화석연료의 하나인 천연가스가 될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활용한 종합 에너지기업로 변모해야

2050년 주택, 건물, 산업체에 연결된 도시가스 배관은 없어지고 전기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전기는 주로 재생에너지 및 원자력 발전으로 생산되며, 천연가스 발전소는 일부만 CCUS(탄소포집: Carbon Capture, Utilisation and Storage)를 전제로 가동될 것이다. CNG버스도 전기버스로 전환된다. 도시가스 회사는 결국 천연가스를 공급할 수 없으며 조림 등 탄소중립으로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방안을 찾거나, 아니면 전기 혹은 CCUS 기반 천연가스 개질 수소를 공급하는 사업만 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하지만 도시가스 회사가 CCUS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CCUS는 현존하는 이산화탄소 저감기술 중에서 가장 비싸며, 이산화탄소를 활용할만한 수요처나 저장할만한 공간이 국내에는 충분하지 않으므로 포집 이후가 문제다. 아울러 기존 주유소 및 LPG충전소가 수소충전소로 변신할 것이므로 기존 도시가스 회사가 새로운 수소충전소 부지를 확보하면서 수소 공급사업에 뛰어들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따라서 천연가스 부문에서 탄소중립은 남의 일이 아니다. 글로벌 동향 및 정부 정책 전개 과정을 살펴보면서 대응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잘못하면 앞으로 이뤄지는 천연가스 공급에 대한 투자는 좌초자산화되면서 대부분의 사업을 접어야 할지도 모르는 극한 상황까지 올 수 있다. 더 나아가 기존 사업 영역을 조정하면서 신규 사업 추진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집단에너지 부문이 재생에너지 유휴전력을 활용한 열공급(Power-to-Heat)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듯이, 도시가스 부문은 재생에너지 유휴전력을 활용한 수소 생산(Power-to-Gas)을 통해 그린 수소를 산업체에 공급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에너지 부문간 통합이 활발해질 것이므로, 집단에너지 부문 등 타 에너지 부문과의 통합을 통해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여, 전기, 열, 수소를 생산하여 공급하는 종합 에너지기업으로 변모해야 한다. 이러한 변모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다.

▲ 파주 LNG발전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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