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스케이드 시스템이 설치된 현장(좌측부터 귀뚜라미, 린나이코리아, 경동나비엔)

[가스신문=양인범 기자] 현재 전세계는 코로나19 팬데믹에 신음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많은 국가들에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콜로라도에서는 지난해 9월 초 30℃를 기록했던 날씨가 바로 다음날 폭설이 오는 일이 벌어졌고, 우리나라는 50일이 넘는 역대 최장 기간의 장마가 이어지기도 했다. 과학자들은 이 모든 현상의 원인이 지구온난화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응해 많은 국가들이 앞다퉈 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 선언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해야 한다는 제안을 내놓고 있다. 가정용보일러 여러 대를 병렬로 연결해 대용량 난방과 온수를 공급하는 캐스케이드보일러 시스템도 지구온난화를 저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 볼 수 있다. 국내 가정용보일러 제조사들은 캐스케이드 시스템을 차세대 먹거리로 예상하고, 개발과 보급에 힘쓰고 있다.

본지는 캐스케이드보일러 시스템의 특징과 장점, 국내 설치 사례 등을 통해 이 기술의 미래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캐스케이드시스템이 국내에 도입된 지는 이미 10년이 훌쩍 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시스템이 어떻게 쓰이는 지를 잘 모르고 있다.

대한설비공학회 ‘설비저널’의 설명을 빌리면 열원기기의 콘덴싱효과와 대수제어 기능으로 부분부하에 대응함으로써 에너지 절약을 극대화할 수 있으며 초기투자비 절감, 설치공간 감소, 열원 장비 운전의 안전성, 장비 증설, 유지관리 용이 및 시공성 향상 등의 장점을 가진다.

캐스케이드시스템은 제품 검사 및 물류자동화를 통한 대량 생산으로 우수한 품질과 단위 열량당 낮은 단가를 유지함으로써 원가 경쟁력을 갖춘다.

제품의 크기가 작고 가벼워 운반이 용이하고 설치공간을 최적화하고 유지관리에 필요한 공간도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증설·이설 및 열원 장비 갱신에 대응이 용이하다.

더불어 일반적인 산업용보일러와 달리 거주영역에 설치 가능하므로 2중 3중의 안전장치와 함께 최적 운전조건으로 제어할 수 있고, 운전소음도 작다.

또한 기기 내 관수량이 거의 없어 장비 예열 부하에 따른 손실 열량이 작다. 소용량의 온수보일러와 온수기의 관수량은 진공보일러 대비 약 5% 수준이다. 이는 기기의 내부 관수량에 의한 예열 부하가 줄어들어 온수의 생산 시간이 짧고, 부하 대응이 용이하며 운전 효율의 저하를 방지할 수 있다.

한 예시에 따르면 고효율 진공온수 보일러 40만kcal/hr 2대를 설치하는 경우와 난방용 보일러 4만5천kcal/hr 8대 및 급탕용 온수기 4만8천kcal/hr 12대를 설치할 경우를 비교하면 캐스케이드 시스템 적용시에는 기계실 평면 기준으로 진공온수 보일러 대비 29.6%, 기계실 단면 기준으로 진공온수 보일러 대비 71.4%의 공간 절약 효과가 생긴다.

또 비슷한 용량을 설치하고 운전할 경우 캐스케이드 시스템은 진공 온수보일러 대비 연간 운전비가 약 81%로 비용 절감이 이뤄진다.

운전비의 감소와 더불어 동일한 빌딩에 캐스케이드 시스템을 도입한 후 난방용 가스비가 30~40% 이상 절감된다는 것이 제조사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미국 메리어트호텔, 프린스턴대학에 납품

국내의 가정용보일러 제조사인 경동나비엔, 귀뚜라미, 린나이코리아, 대성쎌틱에너시스 등은 캐스케이드 시스템을 판매·시공하고 있다.

이들 제조사들은 캐스케이드 시스템의 수요처 발굴과 확대를 통해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호텔 및 리조트, 펜션, 모텔 등 숙박시설과 수영장, 목욕탕 등 많은 건물에 적용할 수 있는 점으로 수요처가 늘어나고 있다.

귀뚜라미는 호텔 및 리조트, 펜션 등 LNG 미공급 지역에 위치한 숙박시설에서도 4계절 이용 가능한 수영장을 설치하는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LPG용 캐스케이드 시스템에 대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학교 급식시설에 대해서도 영업을 늘리고 있다. 기존 진공 온수보일러는 조작과 관리가 어려웠지만, 캐스케이드는 가정용 보일러 수준으로 조작과 관리가 가능하기에 관리비를 절감할 수 있다. 설치공간도 기존 산업용보일러 대비 50% 가까이 작게 차지해 시장성을 갖췄다고 판단하고 있다.

귀뚜라미는 이뿐만 아니라 각 지역의 열관리 및 보일러 설비업 종사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캐스케이드 설치 시설팀을 운영하고 있다. 설치 전 현장을 미리 방문해 전기, 응축수 배수로, 배관, 가스, 급·배기통 위치를 먼저 확인 후 현장 설치에 따른 모든 기술지원을 제공한다.

린나이코리아 역시 캐스케이드 시스템 영업에 힘을 쏟고 있다. 린나이는 지난해 10월 경량화된 캐스케이드 시스템인 5만kcal/hr용량의 RCS-50W(온수), RCS-50H(난방) 제품을 출시했다.

이 신제품들은 ‘난방 캐스케이드 시스템의 최적 작동 대수 운전 제어 방법’, ‘대기대수 조정가능 캐스케이드 시스템 및 그 제어 방법’ 등 관련 특허 10개를 출원하면서, 비용 절감 장점을 극대화했다.

또 신제품과 함께 국내 최초로 언제 어디서나 난방과 온수를 제어할 수 있는 통합제어 시스템 모바일 앱도 개발했다. 앱을 통해 캐스케이드 시스템과 관리자 스마트폰을 연동해 온도제어, 원격 감시, 주간예약, 에러 확인 등을 할 수 있다.

린나이코리아는 신제품 개발과 동시에 지역 공동주택에 캐스케이드 시스템 보급을 늘려갈 계획도 세우고 있다.

경동나비엔은 국내 캐스케이드 시장을 가장 먼저 선도한 기업이다. 첫 선을 보인 지난 2009년부터 북미 시장에 제품을 수출해 시장성 확인을 하고, 가스안전공사와 함께 복합연도를 업계 최초로 적용해 이 시스템의 표준을 구축해왔다.

경동나비엔은 최근에는 불꽃크기를 10%까지 제어하는 초정밀 불꽃제어 시스템을 통해 이상적 연소환경을 구축했으며, 이를 해외 시장에도 판매하고 있다.

경동나비엔의 캐스케이드시스템은 미국 프린스턴 대학과 메리어트 호텔 등에 이미 쓰이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지난 2018년 평창올림픽 기간 미디어 레지던스에 적용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 당시 76대 규모의 캐스케이드 시스템을 통해 총 3개동 300개 객실에 난방·온수 솔루션을 구현해 냈다.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캐스케이드 시스템 보급은 늘어나고 있다. 비에스만, 보쉬, 박시 등 유수의 보일러 전문기업들도 캐스케이드 시스템의 개발과 보급을 늘려가고 있으며, 북유럽의 공동 주택에서 보급이 늘어나고 있다.

 

공동주택 시장 등서 블루오션 기대

캐스케이드는 현재 중대형 규모 건물 등에서 주로 쓰이고 있지만, 향후에는 공동주택에 시스템 적용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의거 도시가스 공급지역 등에 주택건설 시 세대 내 도시가스 공급이 불필요하더라도 각 세대까지 가스공급설비를 의무 설치해야 했으나, 2018년 6월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 34조가 개정되었다.

개정된 34조에서는 장기공공임대주택, 세대별 주거 전용면적이 50㎡이하인 경우 세대 내 가스사용시설이 설치되어 있지 않으나 전기를 사용하는 취사시설이 설치된 경우 등에 한해 가스공급설비를 하지 않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소용량보일러를 병렬로 연결해 대수제어를 통해 각 세대에 열원을 공급할 수 있는 캐스케이드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다.

이미 호텔, 기숙사 및 오피스텔에 적용하고 있기에 공동주택도 같은 방법으로 설치가 가능하다.

또한 코로나19 확산과 더불어 언택트 시대가 도래하면서 가스검침원의 방문을 꺼리는 경우가 늘어나는데, 캐스케이드 시스템을 이용하면 집안에서 가스보일러 검침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다만 캐스케이드 시스템 보급에도 규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에너지이용합리화법 시행규칙’의 일부 개정령(안)이 재입법예고됐다.

개정령은 캐스케이드 시스템 가운데 최대 가스사용량의 합이 20만kcal/hr를 초과하는 것에 대해 검사유효기간을 2년으로 명시하고, 압력용기와 동일한 기준으로 검사대상기기관리자의 선임기준을 압력용기와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하게 했다.

이에 대해 캐스케이드 제조사들은 각 온수기와 보일러가 이미 고압가스법과 액화석유가스법에 따라 가스안전공사에서 설치검사를 받기에, 안전에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소비자 부담만 증가시킨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규제가 생긴다고 해도 소비자들의 선택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한 보일러 업계 관계자는 “관리자를 선임한다 해도 초기 투자비, 관리 용이성, 설치면적, 고장시 대응력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캐스케이드가 기존의 진공온수보일러보다 앞선다”며 “향후 산업용 공장을 제외한 거의 모든 건물 등에 캐스케이드가 적용될 지 모른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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