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회 변리사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
전 대한변리사회 회장

①이런 일

꽤 오래전 일이다. 특허권을 받으려면, 권리를 신청(출원)하고, 심사를 청구하고, 심사에서 특허등록결정을 받고, 등록료를 내면 이때부터 독점 배타권이 생긴다. 심사는 ‘출원일부터 5년 안’에 청구해야 한다. 국내 출원일 때에는 언제부터 5년인지가 분명한다. 그러나 외국에서 우선권(외국의 출원일을 인정하는 제도)을 주장하여 우리나라에 특허 신청한 때에는 규정이 명확하지 않았지만 실무에서는 우선권 주장의 기초일을 적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특허청은 엽서로 국내 출원일을 기준으로 심사청구 날이 다가왔음을 알렸고, 이에 따라 심사를 청구했더니, 특허청은 날짜가 넘었다고 하면서 서류를 퇴짜 놨다.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끝내 졌다. 특허청이 안내한 것에 따랐지만 법은 그렇게 해석할 수 없다면서 법원은 특허청 손을 들어주었다. 특허청이 안내하지 않고 그냥 있었더라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잘한다고 한 일이)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그 부스럼을 터뜨려버렸죠. 그러면서 책임을 지지 않는 게 법의 잣대였다.

②저런 일

꽤 오래된 어느 날, 사무소 직원이 밤샘하며 일하다가 새벽에 일이 끝나 억지로 창문을 타고 나가다가 바닥에 떨어져 허리를 다쳤다. 사업주는 산업재해로 처리되길 바랍니다. 사례도 찾아보고 노무사에게 조언을 구했더니 산업재해로 볼 수 없다했다. 그래서 건강보험으로 치료했다. 1년여 지난 뒤 건강보험에서 치료비를 지급할 수 없다면서 산업재해 보험을 신청해야 한다고 했다. 그제서야 사고를 신고하고 보험금을 받았다. 그 뒤 노동부 근로감독관에서 연락이 왔다. 조사를 받은 뒤, 그때 법에 산업재해 사고가 생기면 석 달 안에 신고해야 하는데 1년이 지났으니(악덕사업주이니) ‘1년 이사의 징역 등’의 처벌을 받아야 하니 고발하겠다고 한다. 그간 과정을 아무리 설명해도 ‘법 규정을 봐라, 3달이 넘도록 신고하지 않았던 사실이다’라며 막무가내였다. 저간의 사정을 외쳐봐야, 법 규정만 기계처럼 읊으니 넘을 수 없는 장벽이었다. 기계 앞에서는 포기하는 수밖에요. 어디 어떻게 하소연해야 하나?

③법을 뭉기는 일까지

변리사법 8조(소송대리인이 될 자격)는 ‘변리사는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의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변리사법이 1960년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있던 규정이다. 법조문이 무엇을 말하는지 명확하다. 변리사는, 특허에 관한 사항이기만 하면 사안이나 어느 법원인지를 가리지 않고 소송대리권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변호사, 판사, 심지어 헌법재판관까지 다르게 해석하여 변리사가 법정에 서지 못하게 한다. 법의 잣대가 왜 이럴까?

이런 형편 때문에 현행 변리사법 8조에 제2항을 덧붙여서 ‘변호사와 공동’으로 특허 침해 소송을 대리할 수 있게 하는 변리사법 개정안이 추진되고 있다. 법조문대로 적용되지 않는 바람에 법을 구차하게 고쳐야 한다. 이나마도 변호사 단체는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으니 참 딱하다.

법이 대상에 따라, 행위자에 따라, 적용하는 기관에 따라 달라지면 곤란하다. 이는 예전부터 ‘돈이 있으면 죄가 없고, 돈이 없으면 죄가 되는 세상’이 된다. 요즘 신도시 개발계획 정보를 미리 알고 땅 투기에 뛰어든 사람을 놓고 말이 많다. 조사 범위 방법 대상이 법이 정한 것에서 차별이 있으면 안 된다. 법 앞에서 차별당하지 않는 세상이 선진국이다. 한층 나은 세상에 사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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