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 간 탈(脫)원전, 녹색에너지, 신재생 중심에다 탄소중립에 이르는 새로운 에너지미래정책 제시가 지속되었다. 처음 보는 홍보 이벤트도 많았다. 이 과정에서 우리 가스업계는 천연가스의 가교(架橋: bridge)역할은 확고할 것으로 인식돼 왔다. 더욱이 탄소중립이 강조될수록 가스발전을 중심으로 가스미래는 더욱 밝을 것으로만 생각하였다.

탄소중립이란 ‘불’로 대변되는 에너지사용 증가의 후유증인 이산화탄소의 실질 배출량을 제로(0)로 바꾸는 개념이다. 이런 점에서 탄소중립은 전통적 시장분석에서 벗어나 보다 높은 형이상학적 가치추구과정이다. 기존시장논리 붕괴와 함께 인류문명사의 대전환을 전제로 한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과 함께 우리나라도 2050년 탄소중립 선언을 하였다.

경제구조의 저탄소화, 저탄소산업 생태계 조성, 탄소중립사회로의 전환 공정성 강화 등 3대 정책목표를 추진한다. 그러나 많은 실행수단들을 제시되었지만 가치충돌적인 요소가 커서 비현실적인 측면도 많다. 그나마 지금 무리 없이 실현 가능한 정책대안은 수소경제 구축 정도인 것 같다.

탄소중립과 같은 장기-가치중립적 정부정책은 과학적 정책논리가 필수적이다.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이에 정부는 환경 요소를 반영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새로운 정책안을 하루가 멀다고 발표한다. 그러나 불확실한 외부위험을 핑계로 국민희생 강요소지가 많다.

따라서 지금 탄소중립, 수소경제 등은 무작정 새롭게 제시된 경제 사회적 이슈들을 확고한 논리체계를 통해 우선순위를 선정하는 것이 긴요하다. 구체적 실행수단이 없는 ‘이념의 정치화’는 탈피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탄소중립은 우선 수소경제 달성의 정책수단들을 실행 가능성 차원에서 검증이 완료된 이후에나 본격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대응에 가장 앞섰다는 유럽(EU)의 경우도 각종 학술자료에 의하면 탄소중립 성공 가능성은 불명확하단다. EU사무국과 영국 옥스퍼드 연구결과 유럽탄소중립 달성의 기본전제는 현재 전체 에너지소비의 23% 수준인 전력이 2050년 51% 수준에 달해야 한다. 거의 완전한 ‘전력화’수준이다. 이때 경제성이 부족한 신재생발전이 신규발전설비의 80% 이상인 것은 큰 문제이다. 에너지비용급등을 막기 위해서는 에너지소비량을 1/3쯤 감축 요구가 나온다.

이보다 더 큰 단기 해결과제는 2030년 중반부터 그동안 증설된 가스발전설비를 수명기간 이전에라도 효율적 퇴장(매몰비용 최소화를 위한)이 불가피한 점이다. 결국 유럽의 탄소중립은 가스발전의 희생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당연히 국가·유럽공동체가 그 매몰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탈원전 논란에 휩싸여 가스발전 퇴출전략은 아직 생각도 못 한다. 그러나 신규발전의 절반 이상이 가스발전인 상황이 탈-원전 정책과 함께라면 피할 수 없는 문제이다. 정확한 매몰비용 평가는 필수불가결하다. 수소경제 정착을 위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허망한 녹색성장이나 불확실한 탄소중립전략 논의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정치권 말 잔치이자 미래 국민부담일 뿐이다. 그 대신 가스발전 증설과 퇴출전략에다 매몰비용의 사회적 부담체재 정립만이 우리 가스 산업의 절박한 미래 생존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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