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신문=양인범 기자] “자격증 공부는 어렵거나 힘든 일이 아니라, 제 인생에 활력을 주는 일입니다.”

서울 강북구에서 30년 이상 보일러 및 건축 시공업을 하고 있는 고일귀 대표(66)는 국가기술자격증만 30종이 넘는다.

고 대표는 에너지관리기능장(과거 보일러기능장), 배관기능장, 소방설비산업기사, 가스산업기사 등을 포함해 수많은 자격증을 갖고 있다. 고 대표에게 자격증을 이렇게 많이 취득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를 물었다.

“84년에 처음 온수온돌기능사를 취득한 이후 보일러, 가스시공, 건축업을 꾸준히 하며 필요한 기술을 익히기 위해 하나둘씩 공부하며 취득했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입니다. 예를 들어 미장일은 처음 작은 집의 공사를 할 때 바닥공사를 하는 사람들이 일을 너무 못하는 것 같아서 직접 교육원에 등록해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고 대표는 시공업만 했던게 아니라 도시철도공사에서 일한 이력도 있다. 2000년부터 2018년까지 철도공사의 시설관리 업무를 했다. 지난 2018년 퇴직 후 고 대표는 지난해 9월 자신이 살던 지역에 작은 설비업체를 열었다.

“무릎 수술을 받고 치료를 한 뒤 가만히 집에만 있으려니 우울증도 오고 해서, 일하고자 업체를 연 겁니다. 큰 돈을 벌 필요도 없죠.”

그는 한국가스기술인협회의 이사로도 활동하며, 가스기술교육과 취약계층에 대한 봉사활동도 꾸준히 해왔다.

“가스기술인협회를 통해 젊은 기술자들을 교육하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동시에 독거노인 등을 위해 봉사활동도 했습니다. 다만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봉사와 교육을 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40년 가까운 세월동안 보일러와 가스시공업을 해왔던 고일귀 대표는 안전에 대해 강조했다.

“가스시공에서는 CO중독사고에 대비해야 합니다. 80년대에 연탄, 기름보일러를 쓰던 시절을 지나 지금의 가스보일러는 효율도 좋고 수명도 길어졌지만, 배기가스의 누출은 매 순간 긴장해야 합니다.”

다양한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기에, 기술 교육에 대해서도 그는 남다른 지론을 갖고 있었다. 특히 보일러 및 가스시공업계 종사자들의 나이가 점점 고령화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가스기술인협회, 열관리시공협회, 에너지관리자격증연합회 등 가스 관련 기술 자격을 가진 기술인들의 단체가 많지만, 제대로 교육 할 수가 없습니다. 가스안전공사에서 모든 교육을 받아야만 하는 현행 규정에서는 각 지역의 기술자들이 기술을 교육받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안전공사가 모든 교육을 독점할 것이 아니라, 보수교육같은 일부 교육이라도 관련 기술인 단체에 이관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 대표는 오랫동안 보일러를 설치하면서 보일러업계에 대해서도 한 가지 화두를 던졌다.

“국내 보일러산업은 80년대부터 시작해 연탄보일러, 기름보일러에서 현재의 가스보일러까지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해 좋은 기술을 갖췄지만, 배기구의 연통이나 설비 규격이 제각각일 때가 많습니다. 보일러의 부속 설비에 대한 공통 규격 기준이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60대 중반을 넘긴 나이에도 고 대표의 기술 습득에 대한 열정은 끝이 없었다.

“봉사활동을 하려고 미용 자격증도 취득하고, 조경기능사 자격증도 취득했습니다. 그런데 돈을 벌려고 공부를 한게 아니에요. 그냥 배우는 게 즐거워서 하는거지. 앞으로도 아프지 않는 한 꾸준히 공부하면서 일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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