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신문=주병국 기자]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맥쿼리인프라펀드, MKIF)의 해양에너지 인수 작업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광주시민과 시민단체 그리고 광주시까지 반대 입장을 표방하고 있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맥쿼리인프라펀드가 지난 6월 15일 국내 사모펀드(PEF) 글랜우드PE로부터 해양에너지와 서라벌도시가스의 지분 100% 인수를 조건으로 7951억원을 지급키로 하고 7월 12일 인수작업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가스일보 6월 15일자 1489호 ‘맥쿼리인프라펀드, 해양에너지·서라벌도시가스 결국 인수’>

이 같은 인수 소식에 광주시는 6월 17일 ‘인수반대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도시가스는 공공재이며, ㈜해양에너지는 시민에 의해 성장한 회사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이런 일방적인 매각결정은 시대정신인 ESG경영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비난하고 인수반대의 뜻을 명확히 했다.

 

투자기관 인수 따른 지역 여론악화 등 우려

지역 여론 악화로 지난 7일 맥쿼리인프라펀드는 광주시를 전격 방문, 해양에너지 인수 후 향후 경영방침과 운영 방안 등에 대한 입장을 광주시에 전달했다.

하지만 여전히 광주시와 광주시민, 시민단체는 해양에너지가 외국계 투기자본에 인수되는 것이 적절치 못하며, 향후 도시가스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 도시가스 소매시장에 국내·외투기자본의 유입에 따른 도시가스사의 인수 환경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공공성이 강조되는 도시가스의 경우 경쟁시장인 타 에너지분야와 달리 40년 가까이 시·도 권역별 지역독점 형태의 가스 판매사업을 유지하고, 지자체가 공급사의 투자에 따른 적정 이익을 보장하는 특별한 구조로, 단순히 투기자본의 유입에 따른 기업의 매각과 인수는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특히 도시가스 판매사업은 공급배관망을 근간으로 한 기간산업(장치산업)인 만큼 매년 일정 규모 이상의 신규 배관투자와 함께 노후 설비시설의 재투자가 수반되고, 지역주민들에게 안정적으로 도시가스를 공급하면서, 요금의 안정성도 꾀해야 한다.

 

투기자본 先 사례로 입증된 도시가스시장의 환경 악화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국내·외 투기자본의 유입으로 도시가스사의 매각 사례가 급증하고 있고, 그 부작용이 소비자인 지역주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해양에너지의 경우 지난 2018년 12월 GS에너지가 사모펀드(PEF) 글랜우드PE에게 지분 100% 매각을 단행했고, 또 다시 2년 6개월 만에 맥쿼리인프라펀드가 인수를 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두 차례 투기자본이 유입되면서 펀드사는 수천억원의 매각 차익을 벌어들였다. 그 사이 해양에너지의 기업 성장은 제자리 걸음을 했다.

수천억원의 매각차액은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지역주민의 편익에 이용되지 못했고, 이 기간 도시가스 요금은 안정화되지 못했다. 또 기업의 건전성은 떨어졌고, 여기에다 수년간 노후배관 교체 및 설비시설 교체 등의 재투자로 활용되지 못하는 등 지역 도시가스 산업 발전과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에 역행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부작용은 이미 서울권에서 귀뚜라미에너지(구 강남도시가스)의 2차례 매각(세아제강→맥쿼리→귀뚜라미그룹) 과정을 통해 투기자본 유입에 따른 부작용으로 ▲5개 공급사 간의 균형발전 저해 ▲공급사 간의 자발적 투자환경 억제 ▲배관증설 등의 공급시설물 투자 위축 ▲노후배관의 선제적 교체 불가 ▲지자체와 공급사간의 신뢰성 상실 ▲지역 소매공급비용 불안정성 등이 나타났고, 이런 현상은 전국 34개 도시가스사의 소매시장 환경에 악영향을 미쳤다.

또 지난 2017년 호주계인 프로스타 캐피탈 (이하 프로스타)에 인수된 경남에너지 역시 외국 투기자본의 유입 사례로 대표적이다.

프로스타의 경우 인수 첫해부터 투자금의 회수를 위해 재투자보다는 배당금 회수라는 경영에 집중했고, 지금도 도시가스사업 관련 투자보다 경영효율화라는 명목 아래 자본금 회수를 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지역 소매공급비용은 인하보다 인상됐다.

중앙대학교 김정인 교수는 “도시가스사업자에게 권역별로 판매사업 독점권을 준 것이 대주주의 기업 매각 및 인수를 통해 수천억원의 차액을 취득하라고 준 것이 결코 아니다”며 “최소한 사업허가권을 가진 지자체가 양수·양도 과정에 관여하도록 하거나, 투기자본의 유입을 막을 수 있도록 최소한의 심의나 심사를 통해 이뤄지도록 해야 투기자본 유입에 따른 도시가스산업의 부작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기간산업은 투자의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그 부실은 고스란히 국민의 혈세로 메워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최소한의 조치가 필요하다. 이미 전기사업의 경우 전기사업법을 통해 공공의 이익차원에서 산업부의 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으나 도시가스사업은 없다”고 말했다.

올해로 인수 4년 차인 프로스타의 경우 책임경영을 표방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경남에너지 매각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나선다는 게 투자기관 사이에선 정설로 알려지고 있다.

 

투기자본 차단 위한 제도적 장치 필요

이렇다 보니 관련 업계는 물론 지자체와 전문가들까지 국내외 투기자본의 유입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국내 도시가스 산업의 경우 공급 초기 시절부터 40년 가까이 정부로부터 막대한 정책자금과 정책지원을 받아 성장해 왔고, 시·도 권역별로 여전히 도시가스 판매사업 독점권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이익만을 쫓는 국내·외 금융 관련 투기자본(펀드 등)의 도시가스사 인수행위는 국내 도시가스산업의 건전한 발전보다 투자환경 황폐화 등 많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더 늦기 전에 적절한 법적 기준을 마련하고 국내외 투기자본의 유입을 근원적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설득력이 실리고 있다.

게다가 사업허가권을 가진 지자체가 권역 내 도시가스사의 매각건을 전혀 인지할 수 없는 상태에서는 지역주민들의 반대는 물론 요금의 불안정성, 나아가 지역경제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제도적 장치가 시급한 실정이다. 현재 도시가스시장에서는 한때 수면위로 떠올랐던 SK E&S의 8개 자회사 매각설을 비롯해 대륜이엔에스와 경남에너지의 재매각이 거론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더 늦어질경우 자칫 도시가스 산업의 건전성과 지속 발전을 통한 국민 편익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전문가들은 도시가스사업의 경우 기업의 초기 투자비용의 사업 리스크를 줄여주기 위해 일정 수준의 투자수익을 보장하는 현행 적정투자보수율(4~7%)이 국내·외 투기자본의 표적이 되고 있는 만큼 이를 ‘조건부’ 적용으로 개정할 경우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산업부가 지자체의 여건에 따라 적정투자보수율(4%) 중 가산(+3%)으로 적용하는 기준을 국내외 투기자본의 인수 기업에 대해서 가산율을 제한적으로 적용하도록 관련 기준을 개정한다면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지자체와 산업부가 지역독점 형태인 도시가스사업자의 국내외 투자기관에 인수시 사업허가 기준 적합 여부와 공급 안정성 등 공공의 이익을 심사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여 관할 지자체의 요금 안정성을 유도하고, 지역 경제 및 도시가스 산업의 지속성장을 유도하도록 관련법을 통해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광주시는 앞으로 시민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도시가스 소매요금의 적정 관리뿐만 아니라 회사가 도시가스 공급규정, 안전관리규정, 공사계획 신고사항 등을 보다 철저하게 준수하도록 하여 시민에게 안전하고 편리한 도시가스를 적정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대폭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맥쿼리인프라펀드는 지난 7일 광주시를 방문하여 인수 후 해양에너지의 운영방안에 대해 5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우선 도시가스요금은 산업부와 지자체의 공급규정에 따라 정해지는 것을 이해하고 있고, 이런 절차를 존중한다고 했다. 또 도시가스사업법이 요구하는 자본구조를 준수할 것이며, 회사 경영상 재무상태의 변동이 고객에 대해 서비스, 시설유지관리, 도시가스 요금 산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 외 근로자들의 고용안정을 약속하고 여기에 정부가 추진 중인 2050 탄소중립추진전략에 따라 저탄소 연료인 천연가스의 수요증대를 회사의 주요 성장전략으로 수립하고, 지역 바전회사와 협업을 통해 신재생에너지의 하나인 연료전지발전 확대를 통해 지역경제와 고용창출에 적극 나서겠다고 했다.

반면 맥쿼리자산운용 및 한국맥쿼리측 임원진 관계자는 “이번에 해양에너지와 서라벌도시가스 인수는 단순히 5~7년간의 투자기간을 설정하지 않았으며, 가능한 10년 또는 20년 이상 장기투자 형태로 사업인수를 한 만큼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며 앞으로 행보를 지켜봐 달라고 전했다.

또 그는 "언제까지 외국자본의 유입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자본시장에서 바라보는 시각에서는 기업의 예치금을 쌓아 놓는 것보다 재원을 재투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볼수 있다. 맥쿼리자산운용은 다른 펀드와 달리 상장된 공모펀드이며 시가 총액이 4조5천억원이라 재원 조달능력이 뛰어나는 만큼 배당수익보다 향후 해양에너지와 서라벌도시가스가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공급시설비설 확충 등 재투자에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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