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신문=최인영 기자] 석탄 연료를 사용하던 국내 유일 화력발전소가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탈바꿈하고 있다.

강원 동해안권경제자유무역 북평지구가 지금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메카로 부상하기 위해 새단장하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한 무연탄을 이용해 발전하던 탄소경제 중심지가 그린수소단지로 바뀌고 있다.

지난 1975년 12월 국토균형발전과 경제부흥을 위해 지정된 강원도 동해시 구호동 북평국가산업단지에 오는 2022년 4월부터 그린수소 발전단지가 들어선다. 동해안 중심지역으로 동해항과 묵호항 등 인근에 국제항구를 둔 동해시가 그린수소산업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연료공급창구이던 이곳에 그린수소 생산시스템이 들어서고 있다. 태양광발전설비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고, 그 전력으로 수소를 만드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019년 공고한 에너지기술개발사업에 선정되면서 북평국가산업단지도 변화를 시작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급 그린수소 실증을 추진하고 있다.

인근 지역에 전력뿐 아니라 열도 공급하는 연료전지설비를 통해 소규모 분산발전을 실현하고 있다. 태양광 기반 수소생산시스템을 통해 탄소배출저감(Net Zero)에도 기여하고 있다.

 

전력·수소·열 등 공급하는 ‘에너지자립모델’

태양광 발전의 출력변동뿐 아니라 전력계통 문제도 극복할 수 있는 P2G(Power to Gas) 실증단지가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 북평지구에 조성되고 있다.

한국동서발전(주)이 국내 유일의 ㎿급 그린수소 생산 R&D 실증단지를 구축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수소, 메탄 등 가스로 변환한 후 이를 장기간 저장할 수 있는 P2G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2019년 6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과 과제협약을 체결한 동서발전은 약 3만2000㎡ 부지에 3.2㎿급 태양광 발전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9월 말 태양광 발전설비를 준공하고, 내년 4월까지 2㎿급 P2G시스템 설치도 마무리할 예정이다.

총 217억원의 연구개발 사업비가 투자되는 이 사업은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뿐 아니라 지역경제에도 기여하면서 수소사회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 단위의 그린수소 생산단지 구축은 이번이 국내 최초다.

그린수소 실증단지에는 ▲수소생산설비 ▲수소저장설비 ▲메탄화설비 ▲조경공간 등을 조성하고 있다. 오는 2024년 12월이면 실증사업은 완료될 예정이다. 이후 그린수소 상용플랜트로서 활용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P2G시스템은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 등 유럽을 비롯한 미국 캘리포니아, 일본 등 해외에서 신뢰성을 평가하고 있다.

에너지저장뿐 아니라 도시가스망에 수소를 주입하는 혼소기술, 수송연료 생산 등에 대해 실증하고 있다.

P2G는 태양광, 풍력 등의 출력을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하면서 수소를 만드는 기술이다.

전력계통에 여유가 있을 때는 태양광, 풍력발전을 계통에 투입하고, 전력계통을 초과하는 잉여전력이 생길 경우 생산전력을 P2G시스템에 활용하고 있다. 수전해 방식을 거쳐 수소를 생산하거나 이산화탄소(CO₂)와 반응시켜 메탄(CH₄)으로 변환해 가스망(Grid)에 주입할 수 있다.

배터리 등과 달리 전력을 연료형태로 장기간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친환경 에너지저장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자연‧기상조건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본질적으로 간헐성과 변동성을 지닌 셈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잉여전력 발생 시 수전해 방식을 통해 전력을 가스로 전환해 저장하는 P2G시스템이 경제성을 높이고 있다.

동해 북평지구 P2G 실증단지는 그린수소 생산뿐 아니라 연료로 전환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메탄화반응을 통해 연료로 전환해 도시가스 관로에 공급하는 모델이다.

에너지저장을 비롯한 연료공급, 난방시스템까지 연계한 사업모델을 통해 수소의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 강원 동해안권경제자유무역 북평지구 내 연료전지발전사업 위치도

도시가스 배관망 길이 줄인 ‘연료전지발전’

강원 동해시 북평레포츠센터 인근에 내년 6월 준공 예정인 열공급형 연료전지발전소는 전력공급뿐 아니라 열 수요처도 확보하고 있다. 내년에 문을 여는 구미동 소재 북평레포츠센터에 배열을 무상 공급할 계획이다.

4.2㎿ 규모로 건립되는 연료전지발전설비는 기존의 틀을 깨는 사업모델이다. 발전소는 대규모로 지어진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 수요처에서 필요 전력을 자체 생산하는 분산전원의 사전적 정의를 현실에서 보여주는 셈이다.

수요처 인근에 자리하고 있어 경제성도 확보할 수 있다. 배전선로를 이용할 수 있고, 도시가스배관망도 짧게 구축하면 되기 때문이다. 전력손실과 인프라 구축비를 낮춰 경제성을 높인 셈이다.

연료전지는 블룸에너지의 열공급형 SOFC(고체산화물연료전지)를 사용하고 있다. 공사는 SK에코플랜트가 맡고 있다.

블룸에너지(Bloom Energy)가 열공급형 SOFC를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SOFC에 SK에코플랜트가 개발한 열회수 모델을 탑재하고 있다. 열회수 모델은 연료전지에서 나오는 열을 회수해 100℃ 이상의 중온수를 공급할 수 있다. 전력효율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열공급까지 추가한 것이다. 열효율은 65% 수준에 이르고 있다.

연료전지에서 나오는 열은 북평레포츠센터의 수영장을 비롯한 건물 내 난방과 급수에 쓰일 예정이다. 연간 약 4000G㎈ 정도 생산되는 열은 약 3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여가‧체육시설에서 난방과 온수를 무상으로 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익공유형 신재생에너지 발전인 셈이다.

발전소가 정상 가동되면 연간 3만5000㎿h의 전력도 생산할 수 있다. 약 7000 가구가 한해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동서발전 관계자는 “실수요지 인근에 소규모 연료전지발전소를 구축하면서 경제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주민과 함께 하는 에너지복지의 모범사례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한국동서발전(주) 동해바이오발전본부 남석열 본부장

주민과 함께하는 에너지복지 모범사례될 터

 

 

에너지패러다임 변화

발전공기업 책임 중요

“향후 10년 안에 동해시에 획기적인 에너지전환이 이뤄질 것입니다. 석탄을 사용해 발전하던 화석연료 시대를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 P2G시스템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초 열공급형 SOFC발전단지를 조성 중인 동서발전의 남석열 본부장은 에너지패러다임 전환에 맞춰 에너지수급계획을 발빠르게 수립하고 있다.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수소연료전지발전설비를 구축하면서 친환경 분산전원의 개념을 정립하고 있다.

“송전선로를 통해 전력을 공급하던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수요처 인근에서 전력을 자체 생산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수소경제사회를 맞아 그린수소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죠.”

태양광에서 나온 전력으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얻는 방식은 세계 각국이 주목하는 기술이다. 그린수소는 우리에게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반드시 가야할 길이기 때문이다.

“동해시에는 현재 화석연료와 신재생에너지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수소 생산에서 저장, 운송에 이르는 전주기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재생에너지를 기반한 수전해기술은 아직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투자비용도 높을 수밖에 없다고 그는 설명했다. 장기간 저장할 수 있는 수소를 만든 후 필요 시 전력생산에 활용하는 이 기술은 차세대 에너지저장기술로 떠오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버려지는 잉여전력을 활용해 수소를 만드는 P2G시스템은 경제적 가치가 낮은 시기에 수소형태로 연료를 저장한 후 활용가치가 높을 때 전력을 생산하는 기술이죠. 전력과 연료를 동시에 공급할 수 있어 에너지자립모델로도 불리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보급확대와 더불어 탈탄소화에도 기여하는 P2G시스템은 전력저장뿐 아니라 수송‧발전용 연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연료전지의 경우 분산전원이자 비상발전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기 때문에 P2G시스템의 잠재력은 무한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사업 계획 단계부터 연료전지의 열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심했습니다. 가정‧건물용 연료전지가 난방용으로 열을 활용하는 점에 착안해 인근 여가‧체육시설에 무상공급하기로 결정했죠. 발전공기업으로서 에너지복지실현에 힘쓰고 있습니다.”

그는 지역경제활성화뿐 아니라 기술력 있는 수소 관련 기업을 강원도에 유치하는 시너지효과를 꾀하고 있다. 동해화력본부에서 바이오발전본부로 부서명도 바꾼 그에게서 동해시의 에너지패러다임 변화도 조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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