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종합병원 옥상에 설치된 GHP실외기들.

[가스신문=양인범 기자] NOx 등 GHP(가스히트펌프)에서 나오는 대기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한 ‘저감장치 시범 부착사업’에 여러 잡음이 들려오고 있다.

지난해 10월경 SBS의 방송 이후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은 관련 정부출연기관, 제조사 등과 협의해 GHP의 대기오염물질 배출수준 시험측정 실시와 저감방안을 마련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에 올해 5월 31일 국가기술표준원은 GHP 배출가스(NOx 등)관리를 위한 기준값을 담은 ‘가스열펌프-일반 요구사항(KS B 8051)’을 개정 고시했다.

개정된 GHP배출가스 기준은 CO 2,800ppm을 공통으로 하고 NOx 1등급 20ppm, 2등급 40ppm, 3등급을 100ppm으로 하고 있다.

또한 지난 5월 12일 한국자동차환경협회는 ‘GHP 냉난방기 배출가스 저감장치 시범 부착사업’의 사업자를 공모해 사업을 추진하는 상황이다.

다만 이번 저감장치 시범 부착사업 공모에서는 저감장치 제조업체만 참여한 반면 GHP  제조 및 판매사인 LG전자, 삼천리ES, 삼성전자 등은 배제된 채 관련사업이 추진된다. 이렇다보니 제품에 대한 전문성과 A/S 문제 그리고 공모사업의 공정성까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저감장치 부착, GHP 임의개조 우려

국내에서 GHP를 제조·판매하는 기업은 삼천리ES, 삼성전자, LG전자 등 3곳이다. 이들 기업 가운데 삼천리ES는 일본 얀마사의 제품을 수입해 판매·시공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실내기는 자사가 만드는 대신 실외기는 일본 아이신의 제품으로 하고 있다. LG전자는 실내기와 실외기 모두를 직접 제조하는 유일한 기업이다.

이들 기업들은 정부의 GHP배출가스 규제에 따른다는 원칙을 갖고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 전국에 설치된 약 6만6천대가 넘는 제품에 어떻게 저감장치를 부착할 것이냐다.

환경부와 한국자동차환경협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저감장치 시범 부착사업은 자동차 엔진에 부착하는 저감장치를 GHP에도 적용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GHP에 들어가는 엔진이 자동차 엔진과 거의 같다고 해도, 저감장치를 부착하는 경우 기존 GHP 엔진의 구동 방식이 확연히 바뀔 수 있다.

<그림1>에서 보듯 GHP의 가스엔진에 삼원촉매를 설치해 배기가스를 정화한다는 개념인데, 촉매장치를 부착하게 되면 기존의 연소시스템이 변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게 제조사들의 설명이다. 저감장치가 엔진 가동에 영향을 주면서, 연료 제어방식이 바뀐다는 것이다.

게다가 GHP의 핵심인 실외기는 건물의 옥상에 있어서, 고장나기 전까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만약 이렇게 저감장치를 부착한 채 사용을 하다가 고장이나 사고가 나면 누가 고칠 것인지 그 주체도 불분명하다. GHP 판매·제조사들은 저감장치 등의 외부 부품이 부착되는 순간 더이상 본래 제품이 아니기에 고장진단과 수리가 모두 어려워진다고 말한다.

만약 그렇게 되면 저감장치 제조사들은 GHP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소비자의 심각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GHP 관련 한 전문가는 “엔진에 촉매장치와 별도의 제어장치를 부착하는 경우 전체 기계의 기능이 크게 변경될 수 있다”며 “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연소기기인만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고 말했다.

이 시범사업을 공모하면서, 자동차환경협회는 GHP의 핵심 부품인 엔진에 대해 내연기관 전문가를 참여시켰다. 그러나 제조사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결국 엔진과 저감장치, 그리고 열교환기들이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가동하는 GHP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GHP 제품 전체에 대해 제조사와의 협력을 강화해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방지하면서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는게 업계의 의견이다.

삼원촉매 저감장치, NOx 97%까지 저감

배기가스를 정화하는 저감장치로는 경유차에는 DPF(Diesel Particular Filter)가 있고, 휘발유차에는 삼원촉매장치를 주로 쓴다. 둘다 배기관 중간에 설치해 배기가스를 정화한다.

삼원촉매장치는 휘발유차량에서 배출되는 유해가스인 일산화탄소(CO), 탄화수소(HC), 질소산화물(NOx)을 산화·환원시켜 유해 배기가스를 크게 줄여준다.

이 장치는 촉매제로는 백금(Pt), 팔라듐(Pd), 로듐(Rh)이라는 금속 촉매제에 몇 가지 첨가물을 더해 사용한다. CO는 산소(O)와 결합하는 산화반응을 통해 CO2로 만들고, NOx는 산소를 분리시키는 환원반응, HC는 각각 분리시키고 산소와 결합시켜, 물(H2O)과 CO2로 만든다.

백금 촉매는 산화반응을 일으키고, 로듐 촉매는 환원반응을 일으킨다. 삼원촉매 장치는 DPF에 비해 고장률이 현저히 낮으며, 외부 충격을 받거나 내부 온도가 약 800℃ 이상의 고온에서 장시간 노출되지 않는 한 변형되지 않는다.

환경부 관계자는 “삼원촉매 저감장치를 이용하면, 기존 배기가스에서 최대 97%까지 NOx배출량을 줄일 수 있기에 효과는 확실하다”며 “인증기준과 부착 후 안전성 등에 대해서는 GHP제조사 등과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험인증에 대한 연구용역을 맡고 있는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현재까지 시험과정에서 안전상의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며 “삼원촉매 장치는 고장률이 낮으며, 가혹한 조건이 아닌 이상 큰 문제가 없다. 다만, 시범 보급은 대응을 바로 할 수 있는 수도권 지역 설치를 우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GHP와 저감장치 제조사 협력해야

GHP의 배출가스를 줄여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모든 판매·제조사들이 이미 동의하고 있다. 문제는 어떻게 줄일 것인지에 대해 합리적인 방안이 없었다는 점이다.

올해 개정된 GHP배출가스에 대한 KS표준은 의무사항이 아니다. 하지만, 개정된 기준을 따르면 GHP 1등급의 NOx 배출은 가정용 가스보일러 1종과 같은 20ppm을 가진다.

이에 따라 GHP제조사와 수입사들은 배출가스가 저감되는 제품을 개발 및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와 빠른 시일 내에 친환경적인 제품이 시장에 출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전국에 설치되어 있는 GHP 제품들을 어떻게 하느냐가 남아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 전국에서 사용 중인 GHP 100대에 저감장치를 부착해 올해말까지 시험을 거칠 계획”이라며 “현장 적용 결과를 놓고 기준을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냉동공조기기업계의 한 관계자는 “GHP를 처음 일본에서 만들 때에는 자동차 엔진을 통해 시작한 것이 맞지만, 2~3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며 냉난방에 적합한 엔진에 대한 연구가 진행돼 현재는 GHP 엔진을 별도로 만들고 있다”며 “저감장치를 만들고, 부착하는 모든 과정을 GHP 제조사 및 수입사, 저감장치 제조사가 함께 협업해 설계부터 시험의 전 과정까지 엄밀히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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