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풀 것은 풀어야 하고 지킬 것은 지켜야 하는데 「규제의 가지수를 절반까지 줄인다」는 총량적 목표아래 무더기로 규제완화를 강행하다보니 정작 꼭 필요한 규제마저 폐지되어 혼선과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가스법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7월1일부로 LPG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실량(實量)표시증지」와 「봉인증지(封印證紙)」의 부착의무화제도가 폐지됐다.

이에 따라 LPG판매업계에서는 가스배달시 정량충전 시시비비 등 소비자와의 마찰이 급속도로 번져 나가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물론 계량기의 검침에 의해서 가스사용요금을 계산하는 체적거래제가 완전정착됐다면 봉인증지는 불필요한 규제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요식업소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일반가정에서는 아직도 중량거래에 의해 LPG를 사용하고 있으며, 체적거래제 자체도 그 시행이 연기된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LPG소비자들의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용기밸브 입구에 견고하게 부착된 봉인증지를 보고, 또는 가스압력으로 증지를 터뜨리는 소리를 듣고 정량(定量)여부를 판단했던 소비자들이 아닌가.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빈용기와 실용기의 구분조차 육안으로는 어렵게 되었으니, 민원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섣부른 규제완화가 LPG소비자들의 불신을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하고만 것이다.

물론 이번 혼선의 일차적 책임은 정부에 있다. 사전에 부작용을 충분하게 검토하거나 소비자에 대한 홍보가 전혀 없었고, 충전소에 대한 자율적인 대용품 마련지침도 없는 상태에서 법령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매업계에는 입법예고 기간중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다가 이제와서 뒤늦게 문제제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충전소 역시 법에 없다면서 배짱만 퉁길 일이 아니다.

증지가 없어진지 벌써 보름이나 되었다.

시간을 오래끌면 끌수록 결국 LPG산업 전체의 이미지만 추락될 뿐이다.

따라서 LPG업계가 지금 선택해야 할 일은 법령의 재검토나 책임전가성의 공허한 논란이 아니라, 이번 일을 기회로 삼아 오히려 한단계 성숙된 신뢰감 확보와 서비스개선의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라 생각한다.

가스공사, 안전공사, 도시가스회사 등이 기업의 새로운 이미지 구축작업(C.I)에 많은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않았듯이 LPG업계도 이번 기회에 자사의 상호, 혹은 협회·조합의 마크가 보기좋게 표기된 증지의 대용품 개발과 더불어 LPG브랜드의 이미지화에 나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봉인증지의 폐지가 시기상조였던 것만은 틀림없지만, 어차피 관인증지의 폐해가 없지 않았고 또 장기적으로 없어져야 할 증지라면 업계 스스로가 발상을 전환하여 소비자를 감동시킬 방안을 강구해야 하겠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먼저 변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선점하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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