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덕동 시영아파트의 「열린 가스보일러 장터」는 우리에게 새로운 화두(話頭)를 던져주고 있다.

입주자들 스스로가 85년부터 사용해 왔던 중앙난방방식을 폐지하고 개별난방으로의 전환허가를 득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지금까지의 관례(慣例)이던 단체납품 입찰방식을 탈피하고, 2500세대가 자유의사에 따라 가스보일러사와 각각 세대별로 개별계약을 했다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이다.

물론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스스로 선택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제까지 우리 가스보일러시장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이번 일은 결코 평범한 사건이 아니다.

가스보일러는 전기 플러그만 꼽으면 사용할 수 있는 일반 가전제품과 달리 수도, 전기, 가스가 함께 연결되었을 때 비로소 완제품으로 작동되는 특수 공산품이다.

따라서 이러한 메카니즘속에서 소비자의 선택권은 자연스럽게 제한되었다. 즉 신축(新築)의 경우에는 당연히 건설회사의 몫이고, 개축(改築)의 경우에는 대부분 가스공급회사와 시공업소의 일방적인 권유에 따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고덕동 2500세대가 개별계약을 맺기위해 가스보일러 7개사를 한 장소에 불러 모아놓고 소비자의 권리를 마음껏 향유한 것은 소비자보호운동 측면에서도 일대 사건이라 하겠다.

물론 이러한 난장 형태로 시설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단체입찰에 비해서 오히려 가격이 비쌀 수도 있고, 시공의 안전성과 통일성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 역시 현명한 소비자들이 선택할 사안이다.

우리가 진정 우려하는 것은 가스보일러제조회사들의 전향적인 수용태세이다. 이와 같은 추세가 단시일내에 급속히 확산되기는 어렵겠지만, 앞으로의 가스보일러 개체(改替)시장에는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새로운 시장패턴에 부응해야 한다. 결국 소비자가 원하는 품질좋은 제품을 값싸게 만드는 것이 정답이지만, 외견상으로는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우리의 시장풍토에서 그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진정한 차별화는 품질, A/S, B/S의 바탕위에 어느 보일러회사가 좋은 기업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느냐로 귀착된다.

기업의 대외이미지는 기업의 생명력이요, 기업의 얼굴이며, 소속 구성원들의 자존심이다.

그러나 좋은 기업이미지는 하루아침에 구축될 수 없는 일이다. 누가 얼마나 꾸준하게 열심히 홍보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좋은 광고를 많이하여 기업의 얼굴을 자주 알리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에다 기업의 윤리성과 공익성, 최고경영자의 개인적인 이미지까지 결합될 때 소비자들은 비로소 그 제품을 기꺼이 선택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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