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산플랜트에서 제조된 액체탄산을 탱크로리로 이·충전하고 있다. (사진은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

 

건전한 시장조성 차원서 유통생태계 교란행위 적극 대응

소모적 경쟁은 공멸 자처 시장안정화 중요성 공감
99.999%로 정제한 제품 반도체 세정가스로 각광
식음료용·의료용 탄산은 기준 충족 위해 특별관리

 

[가스신문=한상열 기자] 국내 조선경기의 위축은 탄산업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동안 조선사들의 선박수주량이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블록회사들의 일감이 크게 줄어들자 하나 둘 씩 문을 닫기 시작했다. 탄산의 최대 수요처인 조선사들이 이처럼 붕괴위기에 빠지면서 탄산의 수요도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요즘은 현대, 삼성, 대우 등 빅3 조선사 정도만 살아남아 얼마 되지 않는 탄산의 수요를 이끌 뿐이다. 탄산업계는 한 때 농업용 수요에 기대를 걸기도 했으나 수요가 예상보다 많지 않아 탄산메이커들의 갈증을 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여기에다 메이커들이 탄산플랜트의 신증설에 나서면서 시장에 공급과잉현상까지 겹쳐 가격이 폭락하는 등 탄산업계는 그야 말로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탄산업계에 새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공급업체 간 소모적인 경쟁은 공멸을 자처할 뿐이라면서 건전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것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조선 3사들이 부치는 탄산의 구매입찰에서 과거의 가격을 회복하는 등 적정가격에 낙찰되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요즘 탄산메이커들의 영업 전략도 매우 긍정적인 방향으로 선회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본지는 이처럼 과도기적인 양상이 나타나는 탄산시장을 점검하고 업계 전문가의 의견과 함께 향후 시장을 조망해보고자 한다.

 

탄산메이커들의 인식변화

석유화학공정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이산화탄소(CO₂)를 정제, 공급하는 탄산제조사업자들의 인식에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올 상반기 대부분의 탄산메이커들이 적자를 기록하면서 더 이상의 과당경쟁은 ‘다 같이 죽자’는 것과 같으므로 소모적인 경쟁을 자제해야 한다는 인식이 싹트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변화와 함께 태경화학, 선도화학, 덕양, 창신화학, 한유케미칼, 동광화학, 유진화학, 신비오켐 등 국내 탄산메이커들은 최근 국내 빅3 조선사들이 내놓은 탄산의 구매입찰에서 낙찰가가 예전 가격으로 회복하는 등 나름대로 적지 않은 성과가 일어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지난 9월부터 몇몇 탄산메이커들은 고압가스충전소와 같은 유통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탄산가격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보고 가격현실화 차원에서 잇따라 인상, 적용하고 있다.

사실상 그동안 탄산가격을 상대적으로 낮게 공급 받아온 고압가스충전소들은 이번에 대폭적인 인상률이 적용된 것으로 밝혀져 탄산메이커들을 대상으로 한 저항도 만만치 않은 분위기다.

일부 고압가스충전사업자는 “최근 국내외 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데 어떻게 탄산수요처에 가격인상분을 반영할 수 있겠느냐”며 “이번에 인상된 가격은 모두 충전소들의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탄산메이커의 한 관계자는 “이번 탄산의 가격인상은 영업손실 등 적자를 보전하기 위한 방편일 뿐”이라면서 “공급과잉으로 탄산이 넘쳐날 때 몇몇 고압가스충전소들은 탄산메이커들과 2way 및 3way로 거래해오면서 가격인하를 주도해 오지 않았느냐”면서 가격인상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다양한 곳에 쓰이는 탄산

탄산만큼 다양한 곳에 사용되는 고압가스도 없을 것이라는 게 고압가스사업자들의 말이다.

이산화탄소는 탄소와 산소의 화합물이며, 실온 및 대기압에서는 무색·무취를 나타내는 불연성가스다. 대부분의 탄산메이커들은 기체상태의 탄산을 압축, 냉각시켜 투명한 액체탄산으로 제조·공급하고 있다.

탄산은 조선 및 철 구조물 용접용으로 가장 많이 쓰이고 있으며, 식음료용으로도 널리 사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의료, 펄프 및 제지공정, 용수 및 폐수처리 등 쓰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폭 넓게 쓰인다.

또 채소나 과일의 광합성작용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생장을 촉진시키기도 한다. 이와 함께 탄산나트륨, 탄산수소나트륨 등의 원료가 되기도 한다.

탄산은 대기압 및 상온에서는 기체로 존재하며 대부분 액체탄산을 기화시킨 기체상태로 사용한다.

고압의 상태에서 기체탄산을 냉각, 압축시키면 액체탄산이 투명한 액체로 되는데 압력 및 온도에 따라 31℃~-56℃를 유지한다. 액체탄산의 통상 취급온도 및 압력은 각각 -17.8℃ 및 2.1㎫이며 -56℃ 이하에서 액체탄산은 고체탄산인 드라이아이스로 동결된다. 또 탄산의 끓는점은 -78.5℃이다.

 

방역에도 액체탄산 이용

우리 주변에는 산업용가스의 ‘고압’이라는 특수성까지 활용해 고압가스의 수요를 늘리는 한편 사업다각화를 꾀할 수 있다.

에어백과 비슷한 원리를 이용한 것이 새로운 개념의 구명조끼로 각광 받고 있다. 배, 비행기, 레저 등 다양한 곳에 널리 보급된 구명조끼는 케이폭을 부력재료로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구명조끼는 너무 두꺼워 착용하고 활동하기에 다소 불편하다.

하지만 약 10㎫의 압력으로 충전할 수 있는 100㏄ 크기의 초소형 고압용기를 구명조끼로 활용하면 매우 가볍고 편리하다. 평상시 자유롭게 활동하다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곧바로 용기밸브를 개방하는 끈을 잡아당겨 고압으로 충전된 탄산이 구명조끼를 부풀어 오르게 하는 것이다.

액체탄산은 기화되면서 부피가 534배로 늘어나므로, 적은 양으로 액체탄소로 많은 양의 기체탄산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을 활용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액체탄산을 이용해 침대의 매트리스, 소파, 카펫, 베개, 이불 등의 집먼지진드기, 빈대, 벼룩 등 해충을 박멸하는 기술이 선보여 화제가 되고 있다.

그동안 집먼지진드기와 같은 해충을 단지 청소기와 같이 흡입력을 이용해 방역 및 청소를 해왔으나 영하 80℃의 초저온이라는 악조건을 만들어 해충을 박멸함은 물론 탄산의 소독 및 세정효과를 통해 매트리스의 청소까지 돕는다.

이밖에 고순도 탄산(99.999% 이상)은 초임계 상태에서 반도체기판을 세정하는 특수가스로서도 각광을 받고 있다. 고순도 탄산의 경우 향후 탄산메이커들의 매출증대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료탄산은 주정회사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제품을 비롯해 석유화학사의 EO(산화에틸렌), EG(에틸렌글리콜)공정에 나오는 제품, 그리고 수소크래킹을 통해 제조되는 제품 등이 있는데 각 공정에 따라 품질의 차이가 크게 난다.

하지만 최근 충남서부지역에 탄산플랜트를 가동하고 있는 일부 탄산메이커가 고순도 탄산으로 정제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해 향후 반도체제조공정용 세정가스로 납품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반도체공정용 세정가스로서 고순도 탄산을 제조, 공급하는 메이커가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미 몇몇 탄산메이커는 까다로운 정제과정을 거쳐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반도체제조사들이 요구하는 기준에 따라 제조, 고품질의 탄산을 납품하고 있다.

 

엄격한 기준으로 제품차별화

의료용고압가스 가운데 특히 이산화탄소는 GMP(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를 충족하기에 매우 까다롭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현재까지 선도화학 대산공장만 의료용가스 GMP 적합판정을 받은 상황이다.

탄산은 복강경수술 등에 쓰이며 사용량은 그리 많지 않고 한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태경화학, 선도화학, 유진화학, 동광화학 등 여러 탄산메이커들이 GMP에 관심을 갖고 준비했으나 일부에서는 품질기준 미달, 사업성 등을 검토한 결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포기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는 듯하다.

특히 국내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의료용 탄산의 수요량이 그리 많지 않아 수익을 낼 수 있는 정도가 되지 못한다는 판단에 따라 탄산메이커들이 GMP를 준비해야 할지, 포기해야 할지 망설이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산화탄소의 경우 식음료용이나 의료용의 품질기준에 미달되는 제품도 적지 않다고 한다. 탄산업계 일각에서는 석유화학사의 EO 및 EG공정을 통해 제조되는 이산화탄소의 경우 식음료 및 의료분야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정제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지만 최근 정제기술의 발달로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탄산의 경우 아주 미량의 일산화탄소(CO)나 수분, CH계열의 성분 등 불순물의 종류도 많아 정제하기 매우 힘들다는 것이다. 이산화탄소의 경우 수요도 매우 적고 제조원가는 매우 높기 때문에 의료용가스 가운데 가격인상이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상생 차원 과당경쟁 억제

지난 2~3년간 탄산업계에는 탄산플랜트의 신증설이 늘어 공급과잉현상이 나타나 가격하락현상이 뚜렷했다. 하지만 최근 일부 탄산메이커들의 플랜트가 가동 중단되고 또 예상돼 있던 플랜트의 가동이 무기한 연기돼 탄산시장에서 공급과잉현상이 다소 완화됐다.

이 같은 여건에 따라 요즘 탄산사업자들은 시장에서 탄산의 유통경로가 단조로워 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용이하게 시장안정화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까지만 해도 탄산시장에서는 고압가스충전소가 조선사가 부치는 탄산의 구매입찰에 참여해 메이커의 출하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 받는 사례가 많았다. 문제는 일부 탄산메이커들이 덤핑에 가까운 가격으로 낙찰 받은 충전소에 더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탄산업계에서는 이 같은 유통행태를 보고 생태계를 교란하는 행위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탄산업계 내에서는 유통질서를 어지럽히는 고압가스충전소를 대상으로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시장안정화 차원에서 적정 이하의 가격으로 공급하는 것을 엄격하게 자제하겠다는 분위기가 무르익어가고 있다.

시장보다 더 공평하고 현실적인 것은 없다. 가격이 너무 높으면 경쟁업체들의 표적이 되어 내리려는 힘이 가해지고, 너무 낮으면 기존 공급자가 올리려 안간힘을 쓴다. 이 모든 것이 경쟁을 통해 깎이고 또 메워진다.

탄산사업자들은 적정수익에 초점을 맞춰 가격이 형성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적정가격의 범위를 벗어나면 또 다른 경쟁이 벌어지는 등 큰 홍역을 치러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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