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물량 중 미국산 큰 폭 증가 불구 정보부재 심각

 

비정상적 가격할인 지속, 공급자 자주 바꿔 안전 위협
지방 일부 자동차충전소는 수입·정유사 가격보다 싸
벌크가격 보고 비롯해 투명한 가격체계 만들어야
 

▲ LPG수입단계부터 충전·벌크사업자들의 가격정보가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사진은 LPG수입 저장시설과 소형저장탱크로 특정 기사와 무관)


[가스신문=김재형 기자] LPG시장은 품질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보니 사업자들 간 가격경쟁이 심한 편이다. 제조업체의 경우 가성비를 고려해 소비자 기호에 맞는 제품을 출시하고 각종 프리미엄 제품도 선보이지만 가스업계는 차별화 전략으로 가격할인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유통업계는 물론 소비자들이 가스가격에 민감한 실정에서 최근 LPG산업에  비정상적인 부분이 감지되고 있다. 국내에 수입된 LPG물량 가운데 미국산이 다수를 차지하는 실정에서 미국산 LPG에 대한 정보는 전무하며 벌크시장은 수입·정유사에서 매달 발표하는 가격보다 kg당 100원 이상 할인돼 유통되고 있다. 일부지역의 부탄충전소는 수입·정유사의 출고가보다 싸게 판매되고 있다. 이처럼 모순된 LPG시장이 형성되는 이유와 개선방안 등을 살펴본다.

 

유통단계 별 이상징후 진단

국내 LPG시장은 수입·정유사 단계부터 충전·판매업소에 이르기까지 모순된 일들이 생겨나고 있다. 국내 LPG가격은 사우디아라비아아람코사에서 발표하는 CP(Contract Pric)와 환율에 의해 바뀌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LPG수입량 가운데 미국산의 비중이 3분의 2에 달한 반면 사우디에서 가져오는 LPG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총 608만2000톤의 LPG가 수입된 가운데 미국산은 2016년 335만1000톤에서 2017년에는 402만6000톤으로 20%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전체 LPG수입량 가운데 미국산은 무려 66.1%에 달해 전년 동기 47.7%보다 18.4%P 늘었다. 국내 LPG가격 조정 시 기준이 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LPG수입량은 2017년 29만2000톤으로 전체 수입량 가운데 고작 4.8%에 그쳤다. 사우디산은 2016년에 62만1000톤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수입물량이 32만9000톤 줄었으며 중동지역에서 수입하는 LPG 전부를 합쳐도 137만4000톤으로 미국산의 3분의 1 정도에 그치고 있다.[표1 참조]

국내 LPG가격의 이상현상은 벌크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수입·정유사에서 매달 발표하는 기준 가격보다 kg당 100원 넘게 가격이 할인돼 벌크사업자에게 공급되고 있다. 과거에는 kg당 100원 미만으로 가격할인이 이뤄졌던 것을 감안하면 큰 폭으로 가격이 조정된 것이다. LPG판매물량이 많은 벌크사업자를 비롯해 현찰거래, 정유사, 석유화학사의 물량 등 다양한 변수들이 생기면서 사업자 별로 LPG공급가격이 큰 차이가 나고 있다.

4월 13일 기준으로 석유정보사이트 오피넷을 보면 서울의 LPG자동차 충전소 가격은 리터당 평균 869.44원을 기록 중인 반면 광주광역시의 최저가 LPG충전소의 소비자판매가격은 리터당 640원이다. 수입사 E1의 4월 자동차용 부탄충전소 공급가격이 리터당 738원인데 이보다 더 싸게 소비자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도시와 외곽지역의 부동산 가치, 사업자 간 경쟁 등 변수가 있지만 서울지역 평균가격과 광주의 최저가 충전소 간 가격차이는 무려 229원이 발생한다.

 

문제점 진단 

유통가격이 낮게 형성되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좋지만 그 속내를 보면 문제점이 수두룩하다. 가스는 일반 공산품과는 달리 안전관리가 중요하기때문에 이 부분을 고려하면 LPG가격은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유지되는게 필요하다.

국내 LPG수입사들의 수입물량 중 미국산이 다수이지만 사우디아라비아아람코사의 CP로 가격을 변동하면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충전·판매사업자들은 도입선 다변화에 따른 이익을 수입사들이 불투명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의심의 시선을 내비친다. 이에 대해 수입사 측은 미국산은 지역별로 가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사우디와 같은 통일된 기준이 없어 가격이 유동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벌크시장은 수입·정유사에서 발표하는 기준 가격에서 100~150원/kg 가격할인이 이뤄지면서 유통사업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마이너스 시장이 기형적으로 활성화되면서 소비자공급가격도 각양각색이다보니 고객불신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달 수입·정유사들이 기준 가격을 발표하는 실정에서 사업자마다 가격할인폭이 워낙 달라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 소형저장탱크와 관련된 사고도 잦아지고 있는데 벌크사업자 간 무분별할 경쟁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벌크사업자들이 기존 LPG소비처를 찾아가 가격할인을 무기로 출혈경쟁을 하고 소비시설이 자주 교체되면서 관리부재 등으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개선방안 및 향후 전망

미국의 LPG수출은 향후에도 계속된다는 전망이 우세하며 전문가들은 아시아지역을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의견을 공동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점유율 확대로 미국지표인 텍사스주 몬트벨뷰 지역의 스팟(수시 계약)가격이 국제적으로 더 중요하게 될 전망이다.

미국산 LPG의 수입비중은 지난해 66%로 절반을 넘은 실정에서 미국산 LPG에 대한 정보가 보다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물론 미국 셰일가스 생산업체들이 중동산보다 가격을 싸게 책정하지 않아 E1과 SK가스는 미국업체들과 직접 거래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싱가포르 국제 LPG시장에서 원산지 구분 없이 LPG거래가 이뤄지는데 국내로 LPG가 수입되는 과정에서 원산지를 확인해보면 그중 미국산이 다수를 차지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LPG산업에 대해 체계적인 관리를 하는 정부가 이제라도 나서 최소한의 통계자료 등을 마련해 공개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예를 들어 국제유가와 LPG수입가격을 공개하는 페트로넷과 오피넷 등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국제유가의 경우 두바이유, 서부텍사스산유, 브렌트유 등 원산지를 기반으로 가격정보를 세부화해서 발표하고 있다.

벌크시장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소비자가격을 분석·공개해 유통사업자들은 물론 소비자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내의 석유제품 거래가격은 앞서 언급한 오피넷과 페트로넷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프로판용기와 체적거래 등에 대한 가격정보만 검색 가능하고 벌크시장에 대한 정보는 없어 실효성이 크게 줄고 있다. LPG의 유통구조가 기존 용기공급방식에서 소형저장탱크로 전환된지 수년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보부재가 심각한 수준이다.

이제 다수의 벌크사업자들은 수입·정유사들이 기준 가격을 높여 발표한 후 가격할인을 하는 것보다 기준 가격이 지켜질 수 있는 선에서 가격조정이 이뤄지길 희망하고 있다. 따라서 오피넷 등에서 벌크가격 현황을 조사·발표할 경우 벌크시장 가격이 어느 정도 안정되는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벌크산업에서 마이너스시장이 너무 확대되면서 유통사업자들은 물론 소비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매달 발표하는 LPG가격이 어느 정도 지켜질 수 있는 선에서 조정돼야 시장이 보다 안정되고 고객과 신뢰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의 자동차부탄 충전소 간 경쟁이 심화되는 것은 차량감소가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된다. 충전사업자들은 LPG차량이 감소하면서 인근의 다른 충전소로 고객을 빼앗겼다는 착각에 빠질 수 있는게 현재 LPG자동차 충전시장이다. 따라서 줄어든 고객을 다시 유치하기 위해 디스펜서 가격을 크게 낮추지만 차량 감소폭이 워낙 커 큰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 실제 LPG자동차는 올해 1분기에만 1만7888대가 줄어 208만6787대를 기록하는 등 자칫하면 200만대도 무너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처럼 LPG자동차가 줄고 있어 충전사업자 간 출혈경쟁보다는 협회 등을 중심으로 사업환경을 개선하는 데 힘을 쏟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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