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제조업계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 충실할 터”


내수시장 과포화에 대응
해외수출 적극 도모해야 

R&D, 기술표준 전문성 갖춰 
경쟁력 확보 지원 기여


[가스신문=정두현 기자] “가스보일러, 온수기, 레인지로 대변되는 국내 가정용 가스연소기기 시장은 과포화 상태에 접어든지 오래입니다. 이 때문인지 업체 간 제살 깎아먹기식 가격경쟁은 유통구조에 깊숙이 뿌리 내렸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에너지기기 분야 제조업체들은 해외 수출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한국에너지기기산업진흥회의 제12대 집행부를 이끌고 있는 고봉식 회장(61)은 시장 성숙기에 직면한 국내 가정용 가스기기업계의 돌파구는 결국 해외시장 진출에서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가스보일러 제조사 대성쎌틱에너시스의 대표이사직을 겸하고 있는 그는 가스기기업계가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일러사 전문경영인으로서의 견해를 보태 가감 없이 제시한다.

“한국도 이제는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가스기기 내수는 앞으로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국 가스기기업계는 해외수출로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사실 이마저도 녹록지 않은 상황입니다.”

고 회장에 따르면 가스보일러, 온수기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은 현재 일본과 유럽 기업들의 후발 진출이 가시화 되고 있어 향후 수출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미국 보일러·온수기 시장에서 경동나비엔 등 국내 보일러사들은 높은 점유율을 보이며 선전해왔습니다. 하지만 가스보일러 수출에 소극적이었던 일본 기업들의 미국 진출이 이어지고 있고, 여기에 ‘보일러 전통강호’인 유럽의 보일러기업들마저 미국시장을 노크하고 있어 진입장벽은 더욱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고 회장은 또 다른 가스기기 주요 수출시장인 러시아도 상황은 비슷하다고 밝혔다. 동토에서 가스보일러로 선전했던 경동나비엔 등 한국 보일러사들의 러시아 중저가 벽걸이형 가스보일러시장 점유율이 무려 60%에 육박한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점차 중국 현지 보일러사들의 저가공세에 입지가 줄어드는 실정이다.

“러시아에서 국산 보일러는 최근 중국 기업들의 저가공세에 밀려 가스보일러 저가시장에서 밀리고, 프리미엄시장의 경우 유럽 기업들의 탄탄한 입지에 압박을 느끼고 있습니다. 유럽도 국내 보일러사들이 꾸준히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시장이 워낙 보수적 이다보니 진입장벽이 높습니다.”

그는 이렇듯 가스기기업계가 처한 대외적 난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세계적으로도 가성비가 뛰어난 국산 제품의 장점을 더욱 살리거나 신재생에너지 등 타 분야와 접목을 통한 제품경쟁력 확보가 절실하다고 언급했다.

결국, 해외시장 진출은 에너지기기업계의 생존과 지속성장을 위한 필수과제라는 것이 고 회장의 지론이다. 이를 위한 진흥회의 업계 지원 방안에 대해 그는 “해외인증 분야 역량 증대 측면에서 가스온수보일러 등 기존의 CE인증 시험업무 대행 이외에 주요 수출대상국과의 인증업무 추진 및 해외인증기관과의 교류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업체가 보다 원활하게 수출시장 개척에 매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것”이라면서 “정부 및 관련기관과의 협조체계도 한층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진흥회는 지난 한·중 FTA 체결 당시 관세분야에서 발생한 과중한 업체부담 경감을 위해 가스보일러와 온수기를 전 세계 17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WTO 환경협정 상품에 포함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 바 있으며, 이를 통해 가스보일러 8%, 가스온수기 31.5%의 기존 대중국 관세율을 2~3% 수준으로 낮추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고 회장은 관련부처와 긴밀한 협의시스템을 구축하고 진행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수출시장 확대를 위한 해외기술 및 시장동향 파악은 물론 환경규제, TBT 등의 필수적인 기술자료 수집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진흥회가 해외시장을 자체조사한 바에 따르면, 글로벌 기기시장은 새로운 트렌드로 가고 있습니다. 친환경 저녹스(NOx) 가스보일러라든지 히트펌프와 접목시킨 가스보일러를 일례로 들 수 있겠죠. 신재생에너지, 바이오매스, 수소연료전지 시스템과 IoT(사물인터넷)를 접목하는 분야도 국내외 기기업계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죠. 국내 기기업계도 이 같은 ‘친환경화’, ‘스마트화’의 국제적 흐름에 순응해 브랜드가치를 혁신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무엇보다 그는 국제시장의 정세에 맞는 국내 기기제조업체들의 체질변화가 요구되는 가운데, 제조업계를 지원하고 대변하는 진흥회의 역할과 기능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기기사들의 니즈 파악과 만족을 위해 그는 직원들에게 맡은 직무에 대한 프로의식을 갖고 해당 분야의 베테랑이 될 것을 강조해왔다고.

“우리 진흥회 직원들의 개별 능력과 이들이 모였을 때 발휘되는 조직 능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단체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열정이 더해질 때 제조사들과의 신뢰가 형성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도전과 결실을 거둘 수 있는 것이죠.”

고 회장에 따르면 대체로 국내 기기시장이 어려운 여건에 직면하고 있음에도 진흥회의 시험검사 및 연구용역 건수는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성과는 진흥회가 내부적으로 시험검사, 표준화, 연구용역 등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춰온 결과라는 설명이다.

현재 국내 누적보급 1400여만대로 추산되는 가정용 가스보일러를 포함해 가스레인지, 가스온수기, 시스템분배기 등 이미 국내에 광범위하게 보급된 가스기기에 대한 정밀 제품검사 시행도 에너지기기산업진흥회의 몫이다.

이 밖에 연구용역 및 표준화 분야에서도 시장잠재성이 감지되는 m-CHP, 히트펌프 등과 같은 미래지향적 품목에 대한 작업이 선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고 회장은 “진흥회가 자체적인 전문성을 갖춤으로써 기기제조사들에 기술적 지원을 한다면, 상징적 의미에서는 회원사들의 화합과 건전한 경쟁문화를 정착시키는 것도 하나의 책무라 생각한다”며 “기기제조업계의 배타적 경쟁관계를 지양시키는 가운데, 에너지기기산업의 대승적 발전을 위해선 상생의 원칙과 동반성장 분위기 조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진흥회 회원사의 대표이사 모임을 매년 분기별로 갖고 있으며, 지난해부터는 마케팅과 해외영업 분야의 실무부서장 간담회 등 실무자 중심의 모임도 주선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R&D, 품질관리, 마케팅 등 각 분야별 회원사 담당자와 협조체계를 강화하고, 품목별 운영위원회 상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품질관리 지도, 국가·단체 표준 제·개정에 대한 회원사 의견수렴, 시험검사장비 공동활용 확대 등 진흥회가 회원사에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업무지원 분야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에너지기기산업은 산업 전 분야의 기초가 되는 산업으로 국가의 산업고도화 및 기술발전의 핵심분야로 고부가가치가 기대됩니다. 앞으로도 진흥회는 에너지기기산업 발전의 든든한 후원군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갈 것이며, 기기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단체로 거듭날 것입니다.” 

끝으로 고봉식 회장은 에너지기기산업진흥회 회장으로서 한국 기기제조업계가 내수·해외 시장에서 처한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협회가 첨병역할을 적극 수행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시장 포화상태에 처한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데 첨병 역할을 맡는 것이 우리 협회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30년이 넘는 오랜 협회 역사만큼의 역량을 발휘해 회원사들을 합심시키고, 더 나아가서는 업계 공동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남은 임기 동안 회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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