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고압용기유통업체 창고의 모습. 코로나19로 인해 용기의 수입이 어려워지자 거의 모든 용기가 소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가스신문=한상열 기자] 국내 산업용 고압가스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내용적 40ℓ 및 47ℓ 규모의 고압용기의 수급에 적신호가 켜졌다. 코로나19로 인해 가스안전공사 검사원들이 중국 등 외국으로 출장을 갈 수 없어 입회검사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고압용기유통업체들의 창고에는 내용적 40ℓ, 47ℓ 등 대표적인 규격의 고압용기가 바닥을 드러내 용도변경을 해 근근이 공급하는 등 이미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에 있는 고압용기유통업체의 한 사업자는 “지난 2월 중국에서 고압용기를 들여온 후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가스안전공사 검사원들의 발을 묶어놓는 바람에 수입하지 못하고 있다”며 “창고에 가득 쌓아놓았던 고압용기가 모두 판매돼 나가고 현재 바닥을 드러낸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ENK, 한국HPC 등 국내 고압용기메이커들 또한 원관 등 원자재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내수용 고압용기의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중부지역에 소재한 고압용기메이커의 한 관계자는 “우리 회사가 내수용 고압용기를 생산하지 않는 것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미국, 일본 등의 국가에서 중국보다 우리나라의 고압용기메이커에 발주하고 있어 다소 분주하기 때문”이라며 “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해 국내의 고압용기 수요가 줄어든 이유도 크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국내에서 내용적 40ℓ 및 47ℓ 규모의 고압용기 생산 및 수입이 끊겨 머지않아 수급대란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와 관련 고압용기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고압가스판매량이 줄어 신규 고압용기를 구매할 일이 없는 가스사업자들은 용기의 수급대란 예측을 일축하고 있으나 곧 용기가 없어 가스를 공급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혼합가스충전과 같이 신규용기가 필요한 경우 용기를 구하지 못해 가스공급이 지연되는 등 결국 국내 산업전반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용 특수가스, 혼합가스 등을 충전할 때 필요한 신규용기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국내 제조업에 악영향을 줘 국가적인 손실이 막대할 것이라고 지적이다.

최근 가스안전공사가 비대면 검사방식을 확대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히면서 국내 고압용기유통업계에서도 코로나19에 한정해 화상을 통한 비대면 검사방식의 도입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내용적 10ℓ 내외의 소형 고압용기를 생산하는 메이커들은 비대면 검사방식의 확대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특히 최근 소형 알루미늄용기 3000여개가 출장검사를 하지 않고 국내에 들여와 전문검사기관을 통해 검사, 유통시킬 것으로 보여 고압용기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가스안전공사의 한 관계자는 “용기유통사업자들이 외국산 고압용기 검사를 신청할 경우 적법한 절차에 대해 안내하고 출장검사의 검사기준보다 더 엄격한 기준으로 검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용기수급에 차질이 예상되는 가운데 비대면 검사방식의 확대를 기대하는 사업자가 있는 반면, 출장검사라는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향후 외국산 신규용기의 검사에 대해 고압용기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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