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가스사 직원이 난검침 지역에 설치한 원격검침시스템의 안정적 운영을 체크하고 있다.

본 궤도 오른 가스AMI사업

[가스신문=주병국 기자] 정부의 가스AMI 실증사업이 제주도를 시작으로 수도권, 중부권, 호남권, 영남권 등 4개 권역별(5개 지자체)로 확대 시행하면서 마침내 본궤도에 올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9년 1월 실증사업 시범지역으로 제주도(1만5000대)외 수도권에는 서울시(3500대)와 경기도(4500대), 중부권에는 강원도(500대), 영남권에는 대구시(4000대), 호남권으로는 광주시(2500대)를 각각 확정하고, 총 3만6500대의 스마트 가스계량기를 보급키로 했다.

이 계획에 따라 사업 주관인 한국도시가스협회는 가스AMI 시범사업에 참여할 계량기 제조사(2개)와 통신사(2개)를 선정하고, 1차 목표분 1만3627대를 지난해 10월 완료, 2차 목표량 1만6373대도 설치 완료를 앞두고 있는 등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 <표1>

정부 예산 22억원이 투입되는 이번 실증사업은 시범지역 11개 도시가스사를 통해 접수된 희망세대(1인 여성·고령자)를 우선 보급하고, 여기에 검침이 어려운 난검침세대(12,730호) 등 근무환경개선이 필요한 지역 세대까지 원격검침이 가능한 지능형 스마트계량기를 보급했다.

산업부는 실증사업 기간인 2021까지 스마트 가스계량기 운영과정에서 나타나는 기술적, 제도적 보완사항을 파악하여 해결하고, 소비자 호응도와 실시간 가스누출 감지기능 효과 등 지능형 가스계량기의 효용도 검증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본 사업이 미칠 사회적 및 경제적 편익 등을 분석하는 별도의 연구용역과 소비자 만족도 등도 상반기 중으로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이번 실증사업은 향후 지능형 스마트 계량기가 향후 전국적으로 보급, 확대될지, 아니면 제한적 수요를 대상으로 간헐적 공급에 그칠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도시가스 분야에도 원격검침을 통한 계량 선진화로 ▲가스사용자의 사생활 보호 ▲검침원의 근무환경 개선 ▲가스누출에 대한 안전성 향상 ▲가스계량산업의 기술 경쟁력 확보 등의 긍정적 변화를 꾀하겠다는 계획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택용 도시가스 사용 가구(1903만여호) 중 신규 공동주택을 제외한 대부분의 가구에는 저가형 기계식(막식) 계량기가 보급되고 있고, 그 비율은 95% 수준에 이른다.
이처럼 지능형 스마트계량(가스AMI)사업은 ICT기술을 활용하여 무선검침, 정밀계량, 가스누출 실시간 감지 등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한 다기능 계량기에 원격검침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으로, 실증사업 완료 후 전국적으로 보급, 확대가 이뤄지면 주택용 도시가스시장에도 긍정적 변화와 함께 공급자 및 소비자에게도 편익이 기대된다<[가스신문:1373호 계량시스템 선진화는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 ‘윈 윈’>

저가의 보급형 기계식 계량기는 공급량 및 사용량을 부피로 측정하다보니 열량검침과 맞지 않은데다, 동·하절기 온도·압력 변화에 대한 감지가 불가능하다.

또 일간 발열량의 변동이 반영되지 않아 판별 상의 오차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게다가 가스계량기 설치 위치가 대부분 가정 내 설치되어 있어 외부인인 계량점검원이 직접 방문하여 검침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소비자가 직접 자가검침을 하고 이를 알려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특히 코로나19 후 외부인 출입을 극도로 꺼리는 비대면 시대가 도래하면서 언택트 방식인 원격검침을 희망하는 세대가 급증하고 있다.

이런 시대적 트렌드 변화가 가스AMI사업의 추진 목적과 부합되면서 지능형 스마트 계량기 시대로 조기 진입을 요구하고 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느림의 미학’ 보여야

하지만 이런 기대와 달리 정부의 가스 AMI사업은 더디게 추진됐다.

도시가스 분야에 계량 선진화를 추진하겠다는 정부 정책이 수립된 것은 2016년 산업부가 ‘가스AMI 로드맵’을 발표하면서다. 당시 정부계획은 5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1700만호에 설치된 기계식 계량기를 단계적으로 스마트계량기로 교체한다는 것으로 2017년부터 시작해 2022년까지 보급사업을 완료하겠다는 목표였다.

이 같은 로드맵은 정부의 정책추진 의지 부족과 관련 업계 등의 준비 부족으로 5년이 지나서야 실증사업이 시작됐고, 이번 필드 테스트 후 가스AMI 사업이 전국적으로 보급 확대가 될지 여부를 결정하는 중대한 분수령이 된 셈이다.

비록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부가 보급에 필요한 선행과제부터 하나씩 개선해 나간다면 비대면 시대를 맞아 사회적 편익은 물론 계량 및 loT산업의 경쟁력까지 높일 수 있는 스마트계량기를 전국적으로 성공리에 보급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하며 ‘느림의 미학’의 좋은 예로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 여성검침원이 다가구세대를 대상으로 구형인 막식계량기 검침을 하고 있다.

실증사업 참여한 사업자들, 그 역할에 충실

현재 가스AMI 실증사업에는 11개 도시가스사, 2개 제조사, 2개 통신사 그리고 설치를 희망하는 3만6500세대의 소비자가 참여하고 있다.

도시가스사는 제조사 및 통신사가 제공하는 플랫폼을 소비자에게 설치하는 등 수요관리 역할을 맡으며, 앞으로 계량기 자산화가 추진될 경우 그 역할은 기기관리를 넘어 교체, 적정가 검정 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한, NB-loT망을 제공하는 LG유플러스 등 통신사는 이번 실증사업에서 스마트계량기의 원격검침과 데이터 전송 등 통신 부문의 유지·관리 등의 서비스 플랫폼을 맡는다. 실증사업 기간 자사의 통신기술의 안정성과 서비스 능력 등을 입증해야 하며, 통신상의 문제점 또한 보완하여 안정적인 통신서비스 풀랫폼을 제공해야 한다.

이와 함께 표준화된 스마트계량기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기기 제조사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실증사업에 요구된 제품 수준은 전력 소비가 적으면서도 무선원격검침이 가능해야 하며, 일정 이상의 사용유량과 압력, 압력센서 등을 요구하는 등 기계식 계량기보다 한층 진화된다.

이처럼 가스 AMI 실증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은 저마다 중요역할을 수행한다, 정부 또한 이들과 소통을 통해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리더 역할을 해야 한다.

이처럼 가스 AMI사업은 도시가스사, 통신사, 제조사 그리고 소비자라는 서로 다른 네박자가 하나의 소리를 내기 위해 협력해야만 성공을 기대할 수 있고, 정부는 이를 지휘할 감독관으로 가장 중요한 제도개선을 마련해야 한다.

적정원가 반영 등 선행과제 해결해야

제도개선 부문에서 무엇보다 먼저 다뤄져야 할 선행과제로는 소유자와 관리자로 구분된 현행 주택용 계량기의 관리체계를 정비하는 일이다. 고급화 및 다기능화될 향후 스미트 계량기에 대한 소유와 관리를 도시가스사로 일원화하는 것이 필요하며, 법적 근거를 위해 현행 도법 시행규칙(제2조 제5항 제2호)에 명시된 ‘계량기의 가스사용시설’ 규정을 ‘가스공급시설’로 개정하는 방안이다. 다만 관련법 개정인 만큼 절차상 까다롭다. 또 다른 방안으로는 현행법상의 가스사용시설 관련 규정은 그대로 두고, ‘도시가스공급규정’ 개정을 통해서 설치 및 소유 주체를 공급자로 바꾸는 방안도 있다. 어떤 방법을 취할지는 정부가 선택해야 할 몫이다.

또 스마트계량기로 교체시 발생하는 비용 문제를 가스요금(공급비용)으로 회수하는 합리적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최근 신규 아파트단지 곳곳에서 다기능계량기(특수계량기) 교체 건으로 민원이 야기되고 있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가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가스신문: 1361호 등 가정용 특수계량기 교체 민원 ‘나몰라라’ 관련기사 보도>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가스AMI사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따라서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이번 실증사업 기간에 정부는 찾아야 할 것이다.

이 외에도 중요한 현실적 문제로 스마트계량기의 적정 공급가 산정이다. 너무 높게 가격으로 산정시 소비자의 가격부담은 커져, 자칫 가스 AMI사업 자체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다. 그렇다고 너무 낮게 산정시 제조사의 안정적인 공급환경을 파괴할 수 있고, 향후 공급 불균형도 야기 할 수 있다. 현재 실증사업에 보급되는 제품의 공급단가(5만원)는 생산원가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반영되어 제조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대로 재조정이 없이 대량 생산·공급이 가능할 시점까지 원가 이하의 비용을 감소해야 한다면 분명 안정적인 공급이 불가능할 것으로 우려된다. 합리적 선에서 적정원가가 반영될 수 있도록 제조사와 지자체 그리고 정부가 함께 논의해야 한다.

또 통신사 역시 지난 5년간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했지만, 정부의 추진계획이 5년간 지연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련업계가 느끼는 정부의 신뢰성인 바닥이다. 이런 불신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이번 실증사업 기간에 산적한 과제들을 해결해야 할 것이다.

인력 확대해, 고객서비스의 질 높여야

또 하나의 핵심과제로는 도시가스에 원격검침이 가능한 스마트 계량기가 앞으로 보급, 확대될 경우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인력 변동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분명한 것은 종전까지 대면으로 진행된 업무가 앞으로 비대면 또는 원격검침으로 시장구조와 시스템이 바뀌는만큼 이에 따른 인력감축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도시가스의 경우 다른 에너지산업과 달리 점검원은 가스공급을 함에 있어 가장 최접점에서 요금부과를 위한 계량기 검침 업무는 물론이고 사용자시설(주택용, 영업용)에 대한 안전점검 업무보 병행을 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 248개소의 도시가스 고객센터(위탁)가 도시가스사와 위탁계약을 통해 고객관리 업무를 대행하고 있고, 고객센터 종사자는 7684명에 이른다.

이중 세대방문을 통해 사용자시설(가스레인지, 가스보일러 등)의 안전점검과 계량 검침을 하는 업무를 전담하는 인력은 4571명이며, 이중 안전점검과 검침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는 인력이 전체 90.1%를 차지하는 3660명이다.<표2>

즉 계량검침 업무를 하는 인력 대부분은 안전점검도 병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도시가스에 가스AMI 보급사업을 확대하더라도 심각한 인력감축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하나같은 지적이다. <1416호 가스신문: 가스AMI, 선행과제와 기대효과>

오히려 정부가 일부 제도개선만 한다면 가스AMI 보급사업을 통해 더 많은 인력 창출은 물론이고 근로환경 개선과 소비자 만족도까기 높아질 수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현재 도시가스 계량검침과 사용자시설에 대한 업무는 대부분 여성 인력들이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하루 평균 159.3세대를 방문하고, 월평균 807세대를 방문하여 가스사용시설의 안전점검과 계량 검침을 수행하고 있다.

여성 점검·검침원의 월평균 근무시간은 177.6으로, 고객센터의 사무직 직원보다 17시간/월 많으며, 과도한 업무량 때문에 고객센터의 세대별 안전점검 서비스 수준은 소비자로부터 만족을 충당시키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안전점검원들이 세대 유형별 업무 수행 소요시간을 보면 이동 후 점검시간을 까지 합쳐 취사전용 공동주택의 경우 5.4분, 취사·난방 공동주택은 6.7분, 단독(취사) 6.7분, 취사·난방 단독 7.6분이 각각 소요됐고, 영업용은 이보다 2배 많은 10.7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표3>

이동시간을 빼면 세대별 방문 후 점검과 검침을 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겨우 160~170초에 그친다. 소비자가 만족할 만한 안전점검을 기대하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안전점검 서비스 수준을 높이려면 지금보다 많은 검첨·안전점검원이 필요한 만큼 인력충원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현행 안전점검원의 법정관리세대수(공동주택 4000명, 단독주택 3500명)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또 전국적으로 난검침 세대도 50만호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검침에 어려움을 겪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근로환경개선과 함께 고객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관련기준에 명시된 법정관리세대수를 낮추는 등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원격검침시스템이 도시가스에 도입되더라도 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관련 사업을 추지 하느냐에 따라 인력은 줄 수도 있고, 늘릴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말아야 할 것이다.

▲ 여성점검원이 계량검침을 하기 어려운 난검침세대들, 이런 난검침세대는 전국에 수십만 세대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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