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남지역에 소재한 한 산업용가스플랜트. 질소 등의 고압가스를 탱크로리차량에 충전하고 있는 모습.
[가스신문=한상열 기자] 지난해 말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0%로 기대 이상의 수치다. 2020년 성장률 추정치 -1.1%에서 큰 폭의 반등을 예상했으나 높은 불확실성이 있다는 점은 빼놓지 않았다. 이와 함께 세계 경제성장률은 2020년 -4.0%에서 2021년 4.8%로 상향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산업용 고압가스시장에서는 이 같은 경기 회복에 대한 전망치가 피부에 와닿지 않고 있다. 계속되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해 고압가스판매량이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특히 탄산, 수소, 헬륨, 삼불화질소, 크립톤, 제논 등 일부 품목의 수급 불안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행히 호조를 보이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산업에 힘입어 산업용가스제조사를 비롯해 특수가스 제조 및 판매업체들은 올해도 순항할 것으로 보인다.

본지는 2021 신축년(辛丑年) 소의 해를 맞아 산업용 고압가스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산업용가스 제조분야, 산업용가스 충전·판매분야, 반도체용 특수가스분야, 탄산 및 수소분야, 의료용가스분야 등으로 나뉘어 전망해본다. 특히 올해는 고압용기 및 초저온저장탱크분야의 전망은 별도로 기획을 통해 다루고 최근 관심이 늘어난 의료용가스분야를 신설했다.
▲ 고압가스충전소에서 탄산을 용기에 충전하고 있다. 올해도 탄산 수급 대란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고압가스제조 분야

국내 주요산업 중 불패 신화를 쓰고 있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산업의 호조에 힘입어 반도체공장에 초고순도 질소 등을 공급하는 고압가스제조사들의 경영실적은 올해도 예년 수준의 신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이들 고압가스메이커들은 반도체용 특수가스까지 함께 공급하는 경우가 많아 그 어느 업종보다 높은 이익을 실현해낼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기업이 포진해 있는 우리나라는 코로나19의 위기 속에서도 높은 경영실적을 올리고 있어 당분간 고압가스제조사들의 가스판매량도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이차전지, 태양광, 수소에너지 등의 에너지업종에서도 산업용 고압가스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여 고압가스제조사들의 지속적인 성장을 예상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올해 코로나19가 종식될 경우 세계 경기의 회복세로 수출량이 다시 늘어나게 되면 산업용 고압가스의 판매량도 큰 폭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의 산업용 고압가스제조업계에는 국내 최고의 전통을 자랑하는 에어프로덕츠코리아(대표 김교영)를 비롯해 프렉스에어코리아의 합병으로 국내 최대의 산업용가스메이커로 등극한 린데코리아(대표이사 회장 성백석)가 쌍벽을 이루고 있다.

이와 함께 순수 국내자본의 산업용가스메이커인 에어퍼스트(대표 양한용)가 지난해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에 건설될 세 번째 반도체공장의 산업용가스공급자로 선정되는 등의 호재가 있으며, 대성산업가스(대표 이재익)는 지난해 충전사업자 5곳을 매각하는 등 경영환경 개선에 박차를 가함으로써 높은 이익률이 기대하고 있다.

고압가스 충전·판매 분야

지난해 탄산 수급 대란으로 인해 탄산 공급을 포기하는 등 큰 홍역을 치렀던 고압가스 충전·판매업계는 올해도 심각한 구조조정의 압박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탄산메이커로부터 공급 중단이라는 공문을 받아들었던 고압가스충전소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기타 고압가스의 판매량 감소 외에도 탄산 수요처를 앉아서 놓치는 상황이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탄산이 부족해지자 일부 충전소들은 판매소를 대상으로 임대용기 및 미결제 가스대금 회수에 나서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판매소들은 탄산을 공급받는 것조차 힘든 마당에 탄산가격을 올려주는 등 심각한 경영압박을 받는 상황이다.

수도권 고압가스충전업체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탄산메이커들이 가격을 큰 폭으로 인상했으나 우리와 같은 충전소들은 수요처를 대상으로 원활하게 공급하지 못하고 있어 소비자가격에 오른 가스가격을 반영하지 못하는 등 채산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면서 “올해는 경영난에 봉착하는 충전소들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가운데에서도 신규 고압가스충전소가 전국 곳곳에서 늘어나 고질적인 과당경쟁이 줄지 않고 있어 향후 고압가스 충전·판매소의 경영환경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게 고압가스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 5인 이상 50인 이하 사업장은 주 52시간 근무제가 의무화되는 만큼 대부분의 충전소가 이에 해당, 막대한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미 고압용기에 충전하는 패키지가스사업을 줄이는가 하면, 탱크로리기사 등 일부 직원의 업무시간 조절이 힘든 경우에는 지입차량으로 돌려 소사장제로 운용하겠다는 충전소들도 늘어나고 있다.

반도체용 특수가스 분야

반도체용 특수가스업체들은 지난해에 이뤄진 설비투자가 많아 올해부터 서서히 경영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 가운데 지난해 2월 투자의사를 밝힌 SK머티리얼즈(대표 이용욱)는 금호석유화학의 전자소재사업을 인수하고 반도체공정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포토레지스트 소재시장에 본격 진출하기로 했다. SK머티리얼즈는 또 일본 JNC사와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산업 진출을 지난해 11월 발표한 바 있다.

TEMC(대표 유원양)도 충북 보은에 새로운 특수가스품목을 제조하기 위해 지난해 5월 새로운 특수가스공장 건설공사에 나섰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제조사들의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특수가스 판매량은 올해도 전방산업의 호조에 힘입어 고공행진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해는 삼불화질소(NF3)의 수요가 대폭 늘어날 것을 예상됨에 따라 SK머티리얼즈는 물론 효성화학 등의 약진이 기대된다. 이밖에 원익머트리얼즈, 한국머크, 에프알디 등 주요 특수가스메이커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꾸준한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탄산 및 수소 분야

탄산과 수소는 정유 및 석유화학공정에서 나오는 부생가스를 받아 정제, 공급하는 사업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심각한 공급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한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석유화학제품의 재고량이 전 세계적으로 남아돌아 정상적인 가동이 어려울 것이라는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요즘처럼 기온이 내려가 드라이아이스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탄산의 공급 부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오는 3~4월에는 정유 및 석유화학플랜트의 정기유지보수가 이어져 가동률이 급격하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5월부터는 드라이아이스 수요가 또다시 늘어나 액체탄산의 부족을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국내 조선업계에서 LNG운반선 등의 선박 수주가 잇따르면서 선박 용접용 탄산의 수요도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보여 물량이 모자랄 경우 조선업계의 타격이 예상된다. 이외에도 농업용 탄산 등의 신규수요도 꾸준히 늘어나 수급 대란이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또 원료탄산공급처인 석유화학사들의 플랜트 노후도가 진행되면서 정기보수기간이 평균 20일에서 크게 늘어 요즘은 한 달 정도 걸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원료탄산 발생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뿐만 아니라 석유화학사들은 정기보수를 할 때마다 촉매를 교체하고 있는데 최근 촉매제품의 품질이 개선되면서 정반응 물질이 더욱 오랜 기간 생산된다는 점도 원료탄산 발생량이 감소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에는 에틸렌글리콜(EG) 공정에서 원료탄산이 많이 나왔으나 중국 석유화학산업 등의 영향으로 대외경쟁력이 떨어지면서 해외시장에서 국내 EG제품의 판매 부진이 가동률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수소도 석유화학공정의 부산물로 나오기 때문에 그 발생량이 줄어 이 시장 또한 심상찮다. 특히 최근에는 수소차의 증가 등으로 인해 수송용 수소가 산업용 수소를 빨아들일 것이라는 예측도 많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수소가 일시적으로 부족한 상황이 재현됐으며, 수소경제의 바람을 타고 늘어나는 수소충전소의 공급량이 늘어나다 보면 머지않아 산업용 수소의 수급에도 큰 차질이 우려된다.

의료용가스 분야

지난해 국내 의료용가스분야는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보건복지부가 강행했던 의료용가스 상한금액 10% 인하에 대해 의료용가스협회를 중심으로 해 업계 전체가 나서 반발하면서 소송을 벌인 결과 집행정지라는 큰 성과를 올렸다.

무엇보다 지난해에는 국공립병원들의 의료용가스입찰에서 부정당업자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조달청은 물론이고 해당 대학병원 및 국공립 의료기관들도 이를 바로잡고자 하는 의지가 없어 의료용가스업계만 혼란스러워운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올해는 의료용가스업계 관계자들이 나서 부정당업자 제재를 위한 정부의 철저한 관리·감독을 요청할 것을 보인다.

특히 최근 의료용가스업계에서는 국내 의료용가스 상한금액을 재정비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정부와 의료용가스협회, 그리고 업계가 나서 의료용가스 상한금액 현실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쇄도하고 있어 업계 종사자들이 획기적인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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