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에너지금융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지속가능한 융자’ 증가이다. 이는 대부분 ‘녹색 채권(Green Bond)’ 발행으로 구현된다. 그러다 최근 들어서는 사회적 채권, 지속가능 채권 등으로 다양한 상품들이 출현하고 있다.

이에 BNEF(블름버그 신에너지 펀드)사는 2020년 세계 지속가능사업 융자가 전년 대비 29% 증가한 7320억불에 달하고, 2021년에는 9000억불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이와 함께 탄소배출 감축 의무 수행이 부진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탄소배출권 거래증가는 불가피하다. 당연히 이에 관련된 각종 금융상품 출현이 예고된다. 이러한 추세를 가장 정확히 반영하는 시장이 유럽연합(EU)이다.

EU집행위의 방침에 따라 유럽투자은행(EIB:European Investment Bank)는 최근 천연가스 산업에 대한 투자제한방침을 천명하였다. 이는 올해 말 이전에 여타 화석연료에 대한 자금지원을 종식할 것이라는 기존방침의 연장이기도 하다. EIB은행장은 연례보고서에서 유럽의 주종 연료인 천연가스 금융지원시대가 끝나가고 있다(Gas Is Over)고 분명히 언급하였다.

이는 EU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공식화함에 따라 2030년까지 온실가스배출을 55% 감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거 에너지소비 관행에서 획기적인 탈피(?)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심지어 보조가 없는 화석연료 사용도 자제되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런 여건을 반영하여 지난해 EIB 금융지원의 절반을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한 환경조성에 할당하고 있다. 이런 추세를 더욱 강화하여 파리협정 의무이행을 위해 2030년까지 1조€(유로) 규모의 녹색금융(Green Funding)체제를 구비할 목표를 EIB는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는 천연가스는 EU에서 아직도 완전토출이 예상되지 않는 ‘회색지대(Grey Area)에너지로 간주한다. 지금 EU는 어쨌든 석탄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아직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석탄을 이용에서 탈피하는 에너지전환이 시급하며, 이 과정에서 천연가스가 석탄 등 화석연료를 우선 대체하는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EIB는 가스발전에 대한 자금지원은 지속하되, 다만 그 지원조건으로 CO2 배출이 250G/Kwh 수준을 보유한 가스발전에 국한하기로 명시하였다. 그리고 이런 조건의 지원도 점차 축소할 것 같다.

미국에서도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으로 기후변화 대응 노력이 강화되고 있다. 탄소배출 저감 노력이 부진한 석유, 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에 의한 열 생산과 석유-가스 상류부문 인프라(생산 및 운송파이프라인 포함)투자 금지가 올해 1월부로 시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에너지 절약과 신재생에너지, 그리고 녹색기술혁신 등에 대한 지원은 강화되고 있다. 이런 미국 추세와 경쟁적으로 EIB는 ’녹색수소(Green Hydrogen)’개발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 녹색수소는 신재생 전력에 의한 물 분해에 의한 것과 원자력발전과 탄소포집기술을 활용하는 천연가스발전에 의한 속칭 ‘저탄소(Low –Carbon) 수소’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또한 EIB는 에너지 절약사업과 신재생에너지개발에 대한 지원은 더욱 강화할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금 유럽에서 녹색금융에 대한 전략수정은 ‘코로나 위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정치경제 대변혁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종 에너지이자 청정화석에너지인 천연가스 퇴출마저 거론되는 풍조가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마냥 두려운 것이다. 우리 가스산업도 코로나 방역체제에 안주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저작권자 | 가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