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활용측면에서 보면, 21세기 전반은 에너지 변환기다.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에너지의 탈탄소화가 변환의 방향이다. 잘 알다시피, 화석연료를 햇빛, 바람, 수력, 파력, 생체, 폐기물 등의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에너지변환의 실상이다. 신재생에너지원은 에너지 밀도가 낮고, 수요에 비탄력적인데다 대부분 전기에너지의 형태로 생산된다. 신재생 에너지의 이러한 특성은 현대 문명을 지탱하는 전기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을 보장하기 어렵다. 이러한 약점을 극복할 기술 혁신의 대상으로 전고체 배터리와 함께 수소가 에너지 전환기의 총아가 되었다. 엄밀히 얘기하면, 전세계 에너지 업계의 화두가 되는 수소는 에너지원이라기보다는 에너지를 저장하고 운반하는 물질이다.

화석연료의 종류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이 다른 것처럼, 수소는 생산과정에 따라 탈탄소화 기여도가 달라 녹색 수소, 회색 수소, 청색 수소, 청록색 수소 등으로 구별된다. 녹색수소는 신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활용해 물을 전기분해하여 얻으므로 가장 친환경적이나 다른 수소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낮다. 청색 수소는 천연가스를 증기로 개질하여 이산화탄소와 함께 생산된 수소로서 생산된 이산화탄소를 분리 저장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회색수소는 석탄이나 천연가스의 증기개질을 통해 생산하면서 대기 중으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므로 온실가스 배출측면에서 부정적이다. 녹색 수소와 청색 수소의 융합이란 의미의 청록색(turquoise) 수소는 천연가스를 열분해(pyrolysis)하여 고체탄소와 함께 생산된 수소를 가리킨다. 청록색 수소생산의 부산물인 탄소는 타이어산업 등에서 활용할 수 있으므로 최근에 독일, 미국, 일본 등이 대대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이태리의 수전해 수소생산업체(Enapter)에서는 신재생에너지 설비의 전주기 비용(Capex+Opex)을 포함한 녹색 수소의 전체생산단가를 현재의 €9.5/H2kg에서 2023/24년까지 €4.15~1.75/H2kg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러한 분석에 비추어 수소의 생산단가는 지역에 따라 머지않은 시기에 화석연료와 충분히 경쟁 가능한 수준에 도달할 것이다.

첫째, 수소 활용이 온실가스 저감 방안이라면,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을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의 경우 신재생에너지원의 한계로 인한 녹색 수소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렵고, CCS의 기술적 대안이 보장되지 않으므로 청색 수소의 경제성이 낮은 만큼 그레이 수소가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에너지 사용량도 많고 열에너지 활용이 많아 에너지 사용량 대비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철강산업과 시멘트산업에서의 수소 활용가능성을 제시하고 업계에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나 산업공정상 제한이 크므로 이런 산업계에서 수소를 온실가스 저감수단으로 활용하기에는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둘째, 우리나라의 에너지원 수급여건에 비추어 경제성 있는 수소생산방식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수소경제의 핵심을 에너지전환기의 일자리 창출 및 국가경쟁력 확보라 한다면 신재생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국가와의 협력을 내세우는 일본식 접근도 필요하고, 천연가스자원 활용이 유리하다면 천연가스자원 보유국과의 수소 생산협력을 도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현재 각국에서 수소 유형별 생산단가에 대한 계량적 분석이 시도되고 있다는 점은 수소 활용에서 규모의 경제가 가시권에 들어 왔다는 의미다.

셋째, 수소활용의 경제성은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지닌 전지 분야의 기술혁신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활용분야가 다양한 수소를 우리경제 및 산업에서 어떻게 수용할 지 주기적으로 점검하여 투자의 최적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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