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판매협회가 차단기능형 LPG용기밸브 때문에 가스안전공사 본사에서 시위를 하는 모습은 예사롭지 않은 장면이다. 오죽 답답했으면 전국의 사업자 100여명이 음성까지 달려왔을까? 과연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까? 우리의 생각은 여전히 원점에서 재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이미 1998년 5월 20일자 사설 ‘어디「과류차단형밸브」뿐이랴-무조건 법제화해 놓고 보자면’에서 잘 설명되고 있다.

『과류차단형 LPG용기밸브의 법제화 과정을 지켜보면 마치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형국이다. 그리고 가스안전관리를 위해서라면 무슨 법이든지 만들 수 있다는 법규강화 지상주의 풍토를 다시한번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과류차단형 밸브란 일정량 이상의 가스가 과도하게 흐를 때 유량을 검지하여 가스를 차단하는 기능을 가진 특수밸브로 내장형과 외장형의 두 종류가 있다.

일본의 경우 방진대책의 일환으로 특수한 곳에는 외장형밸브를 부착하여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LPG용기밸브에 그 기능을 내장시켜 사용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것은 충전 및 가스공급 상 상당한 문제점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퓨즈콕과 마이콤미터의 보급이 보편화되어 그 기능을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정부는 금년 1월 10일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시행규칙 개정 시 고의(故意)사고를 방지한다는 명분아래 이러한 기능을 가진 밸브를 올 6월부터 LPG용기에 의무적으로 부착해야 한다고 법제화한 것이다.

선진국에서 조차 특수한 경우에나 사용하는 제품을 충분한 검증절차도 없이, 수급과정도 간과한 채 하루아침에 일반적인 사용을 의무화해 버린 것이다.

더욱이 시판되고 있는 제품이라도 있다면 이해가 되겠지만, 아직까지 완벽하게 개발이 완료된 제품도 없는 상태에서 왜 그렇게 법제화를 서둘렀는지 그 배경이 궁금할 따름이다.

가스관계법에 있어 납득하기 어려운 법제화가 어디 한두가지이겠는가 만은, 이런 졸속입법이 계속된다면 되레 업계의 공연한 반발만 살 뿐이다.

물론 가스안전이란 측면만 놓고 보면 당국의 입법취지와 그 순수성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보편타당한 경제적 기회비용과 법률효과는 접어두고 좋다는 것은 무조건 의무화하는 식으로 법제화를 남용한다면 결과적으로 가스안전의 진정한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현, 대구사고 이후 가스안전관리하면 세계 어디에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제도장치 상 강화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법제화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결과 가스사고가 대폭 감소했다고 자위하지만, 그것은 시대의 큰 흐름을 읽지 못하는 처사다. 특히 우리는 이러한 규제일변도의 방법으로는 곧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다.

개방된 의견수렴과정과 기술적인 검증절차, 법률효과와 법리에 대한 심도 깊은 분석이 선행되지 않는 법제화는 반드시 후유증이 있기 마련이다 』

이번의 차단기능형 밸브 역시 우리의 생각은 기본적으로 23년전의 이 논리와 변함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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