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신문=최인영 기자] 탄소 없는 섬(Carbon Free Island, CFI)을 꿈꾸는 제주도가 오는 2030년 도내 전력수요를 100%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신재생에너지 설비만 4085㎿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제주 뉴프런티어 전략을 발표하면서 국내 최초 ㎿급 P2G 그린수소 생산·저장 기술개발의 포부도 밝힌 바 있다. 제주의 바람으로 전기를 만들고, 그 전기로 물을 분해해 그린수소를 생산한 후 필요할 때 사용하는 시스템 실증사업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오는 2023년 4월까지 31개월 간 사업비 약 205억원을 들여 추진하는 이 사업에는 제주에너지공사를 주관기관으로 제주특별자치도, 제주대학교, 한국중부발전, 한국가스공사, 두산중공업, 지필로스, 수소에너젠, 지티씨,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한국선급 등 10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사업을 주관하는 지방공기업 제주에너지공사의 황우현 사장을 만나 연구과제의 단계별 로드맵과 기대효과를 비롯한 핵심기술, 안전관리 현황 등에 대해 들어본다.

 

▲국내 첫 그린수소 실증사업에 제주에너지공사가 주관기관으로 참여한 이유는.

- 제주도의 에너지 전문 공기업으로서 미활용전력 해소방안을 마련할 뿐 아니라 CFI 2030 계획 달성에 기여하기 위해 이번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도에는 재생에너지 변동성으로 인한 전력 수요‧공급의 불균형과 전력계통 여건에 따른 풍력발전 출력제한 등의 이슈가 초미의 관심사다.

전력거래소의 급전지시 요청에 따라 발전소의 출력을 제한하는 문제다. 지난해 기준 77회의 출력제한(Curtailment)이 있었는데 이를 발전량으로 추산하면 19GWh에 이르는 손실을 유발한 셈이다.

계통 수용량을 초과해 버려지는 미활용전력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최근 그린수소가 방법론으로 대두되고 있다.

▲미활용전력 해법론으로 주목받는 P2G기술은 무엇인지.

- P2G는 미활용전력으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H₂)를 생산한 후 이를 저장‧이용하는 기술이다.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극복하는 동시에 미활용전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P2G(Power to Gas)와 P2H(Power to Heat) 등이 각광받고 있다.

전력과 비전력 부문을 연계하는 섹터커플링(Sector Coupling) 기술인데 발전량이 많을 때는 전력을 가스 또는 열로 저장해두었다가 필요 시 활용한다.

바람 많은 제주에서 풍력발전을 멈추지 않고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저장‧활용하는 사업모델 실증에 나선 셈이다. 많은 바람으로 인해 계통수용량을 초과하는 전력생산이 이뤄져도 풍력발전기를 강제로 정지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더불어 풍력이라는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으로 수소를 만들기 때문에 이산화탄소(CO₂) 등 온실가스 배출 없는 그린수소(Green Hydrogen)를 생산할 수 있다.

▲국내 최초의 ㎿급 그린수소화시스템 실증에 대해 소개하면.

- 재생에너지 연계 그린수소 생산기술을 활용한 수소(600㎏) 및 배터리(2㎿h) 저장시스템 실증과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하는 에너지기술개발사업이다.

국내 최초의 풍력발전단지인 제주 행원풍력발전단지에서 ▲3㎿급 수전해시스템(50㎏/h 수소생산) ▲600㎏ 수소저장시스템(3㎿ 수전해 및 20% 풍력이용률) ▲대당 25㎏ 충전 가능한 수소버스충전소(하루 최대 9대 버스충전) ▲20㎿h 배터리저장시스템 ▲전기차충전소(하루 최대 30대 전기차 충전)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풍력발전의 출력변동성 대응과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전력변환장치와 ESS(Energy Storage System)를 도입하며, 수전해를 통한 수소생산에서 정제, 압축, 저장, 운송까지 고려한 복합플랜트를 구축한다.

수전해기술은 알칼라인 2㎿급과 PEM 방식 1㎿급 설비를 구축한다. 수전해 설비에서 만들어진 수소는 압축과 저장을 거쳐 수소충전소로 공급, 수소버스 등 충전에 쓰이게 된다.

▲P2G시스템 구축을 위한 단계별 로드맵은.

- 본 사업은 ▲실증사이트 선정 ▲시스템 설계 ▲수용성과 인허가 확보 ▲시스템 제작 및 구축 ▲시운전‧실증 순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시스템 설계와 수용성 확보에 집중하는 초기 단계로 내년 상반기 공사를 시작해 하반기 중 완공하는 것이 목표다. 이후 1년의 실증기간을 거쳐 최적화 조건을 도출해 상용화할 계획이다.

제주도와 제주에너지공사를 주축으로 6개 국내 기업, 2개 연구기관, 1개 대학 등 산‧학‧연 밸류체인을 구성해 국내 그린수소 기술개발과 수소생태계 밸류체인 구축에 이바지하고 있다.

제주도는 현재 전기차 보급률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버스, 트럭, 특수차량은 물론 선박 등 대형 모빌리티의 수소차량 전환을 꾀하고 있다. 현재 수소 공급의 어려움으로 인해 수소차와 수소충전소 보급이 0인 제주도가 수소버스, 수소화물차 등 대형차를 중심으로 수소선박, 수소트램까지 연계한 그린수소 기반 모빌리티 전략에 성공해 에너지자립섬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여기에 농‧축‧수산업을 위한 스마트팜 개발과 관광타운 조성, 가정용 연료전지 공급, 가스배관망 구축 등 관광산업과 연계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출력제한 해소와 도민 에너지 복지증진이다. 신재생발전 수용성 확보와 더불어 발전사업의 경제성을 향상한다는 복안이다.

부생수소나 추출수소 등 수소에너지 활용사례가 없는 제주도에서 그린수소 생산이라는 신산업 개발에 성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이끄는 동시에 정부, 제주특별자치도의 수소 정책 교두보로써의 역할을 해낼 것이다.

▲이번 사업의 기대효과와 수소 활용방안은.

- 수소는 생산유발계수 1.94, 부가가치유발계수 0.86, 취업유발계수 12.55인 고부가가치산업인 만큼 지역 일자리창출 등 경제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한다. 그린수소를 수소버스에 충전하는 사업모델을 통해 도내 수소인프라 운영 관리와 유지보수뿐 아니라 운수업, 관광산업 등 직‧간접적 일자리창출을 도모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사업을 계기로 그린수소 생산이 확대될 경우 수소 수입 대체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정부의 수소충전소 증대계획에 따라 오는 2030년 전국 누적 520기의 수소충전소가 보급된다면 약 1560억원 규모의 수입대체가 예상된다.

이와 함께 국내 수전해 설비 제작사의 트랙 레코드도 쌓아 향후 설비 수출도 활성화하는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계통안정화에 따른 도내 신재생에너지 출력제약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가까운 미래에 제주처럼 신재생에너지 출력제약 문제를 겪는 타지역에 좋은 본보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현재 해외에서는 해상풍력과 연계한 그린수소생산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다. 국내에서도 대규모 해상풍력단지와 연계해 해상 그린수소생산 플랜트를 다양한 방식을 접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 2월5일 시행될 수소법(수소경제 육성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강화될 것으로 예상하는 안전관리 방안은.

- 기본골격은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액화석유가스안전관리 및 사업법, 도시가스사업법 등 가스 3법의 틀을 준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더해 수소의 물리적 특성을 고려해 사고위험과 유사시 피해를 경감하는 안전시설 규정을 적용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와 분산전원의 변동성에 대응하고, 수소품질 저하방지를 위한 전원공급체계와 비상전원을 마련하는 동시에 수소품질 감시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수소배출, 방폭기준, 안전거리기준, 수소누출감지, 비상정지시스템, 재시동 잠금장치 등의 기준과 자동소화설비, 안전관리자, 정기검사 등의 기준정립이 필요할 것이라 예상한다.

수소는 종합안전성에서 다른 가연성 기체보다 안전하지만 사고 발생 시 큰 피해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색, 무취의 기체이면서 작은 불꽃에도 발화 가능성을 지니고 있어 육안으로는 위험성을 조기 파악하기 어렵다.

수소안전성 확보를 위해 이번 실증사업을 바탕으로 전문기관과 협업해 3단계의 안전관리방안을 확립할 계획이다. 우선 P2G 기술을 활용한 수소생산‧저장시스템이 현재 개발‧실증단계인 만큼 기초자료 분석을 토대로 안전기준 준수방안을 마련한다.

이어 실제 개발 중인 시스템의 기술자료를 기반으로 위험성 평가를 실시한다. 그 결과에 따라 위험경감대책을 수립‧반영해 시스템 안전성을 보다 강화한다.

마지막 단계는 안전관리 규정‧지침을 작성하고, 안전 진단‧관리에 관한 교육 등을 실시하는 것이다. 실증단계에서 사용자의 직접적인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안전규정을 세워 나간다. 이와 더불어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과 제어시스템 등 이중화 체계를 구축해 P2G시스템을 안전하게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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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너지공사는

신재생에너지보급, 전기차 충전, 가스‧열공급 및 스마트에너지시티 구축, 에너지 이용효율화 등 CFI 2030 조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012년 7월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가스, 석유, 석탄 등의 생산, 수송, 분배, 판매 관련 사업 추진을 위해 설립된 에너지 공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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