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신문=최인영 기자] 수소시대를 맞아 국내에서 처음으로 지자체가 나서 액화수소생태계를 조성하는 곳이 있다. 기존 원전부지를 활용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감자 대신 수소에너지 육성에 나선 강원도다.

강원도는 도시가스보급률이 49%로 중앙집중형 에너지공급 방식을 분산·참여형 전원으로 전환하는데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지난 2019년 말 원전 예정부지이던 삼척 지역을 규제자유특구로 선정받으면서 강원도의 액화수소산업은 시작됐다. 튼튼한 지반 여건을 갖춘 삼척 지역은 액화수소를 생산하기에 충분했다.

액화수소는 고압압축의 기체수소와 달리 평상기압으로 저장하기 때문에 폭발위험성이 적어 안전하다. 기체수소 대비 부피 1/800, 충전소 면적 1/4로 경제성도 유리하다.

지난해 8월부터 오는 2024년 7월까지 48개월간 강릉, 동해, 삼척, 평창 일대 총 25만4031㎡ 부지에서 진행 중인 강원 액화수소산업 규제자유특구의 현 주소와 향후 계획 등을 강원도 최문순 도지사에게 직접 들어본다.

 


▲ 수소 R&D특화도시 강원도를 액화수소산업 메카로 성장시킬 사업로드맵은.

- 강원도 액화수소 규제자유특구 사업은 3개 사업 7개 관련 규제로 이뤄져 있다. 액화수소 생산‧저장을 위한 제품, 액화수소충전소, 액화수소 모빌리티 등의 상용화다.

삼척, 동해, 강릉에서 생산한 액화수소를 용기에 저장해 차량을 통해 원거리로 운송하는 액화수소 생산 및 저장제품 상용화 사업이 그 중 하나다.

차량으로 운송한 액화수소는 평창 대관령 수소충전소에 저장해 차량에 충전하거나 이동형 액화수소 충전시설을 이용해 선박과 드론 등 모빌리티에 충전하는 충전소 상용화 사업이 다른 하나다.

액화수소 모빌리티 상용화로 강원도 영동지역에서 소형 어선급 선박을 수소로 운행하는 것과 더불어 장시간 비행하는 액화수소 드론을 산불감시 등에 활용하는 사업도 있다.

규제자유특구에서 이뤄지는 모든 사업은 아직 세계에서 진행한 적 없는 사업들로 강원도가 세계 최초로 액화수소를 활용한 실증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 삼척 LNG기지 냉열을 활용한 액화수소산업의 추진현황과 기대효과는.

- 액화수소 저장‧운송 클러스터 구축을 통해 미래 수소공급망을 완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강원도를 동북아 수소에너지 혁신허브로 만들기 위한 사업이다.

삼척 호산항 LNG인수기지에서 동해시 북평 산업단지까지 반경 20㎞ 이내에 사업비 총 2874억원을 투입해 동해 북평 제2산업단지 약 33만㎡ 부지에 액화수소 저장‧운송 산업진흥 기반시설, 기술검증 기반시설, 기업입주 공간 등을 구축한다. 경제적이고 안정적인 수소공급을 위해 삼척 LNG생산기지 인근에 일일 30t 규모의 액화수소플랜트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올해 2월부터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중으로 핵심기술을 보유한 대기업 등 민자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연내 예타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원도형 수소경제 실현과 동시에 국내 수소에너지 거점으로서 거듭날 계획이다.

▲ 국내 1호 액화수소충전소인 삼척시 복합체육공원 내 실증사업을 소개하면.

- 현재 국내 수소충전소는 70MPa의 고압으로 수소를 저장, 공급, 충전하고 있다. 압력과 부지의 한계 등이 따를 수 밖에 없다.

액화수소충전소는 기체수소 충전소에 액화수소 저장용기를 설치한 후 공급받은 액화수소를 저장용기에 담아 운영한다. 도심형 소면적 충전소 구축을 가능케 하는 셈이다.

극저온 액화수소전문기업인 하이리움산업 등과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액화수소저장용기의 제작과 설치에 대한 기준안과 함께 연내 실증 기준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이 기준안을 토대로 액화수소충전소를 실제로 운영한다.

현재 액화수소충전소에 관한 법규는 전무한 상황으로 특구사업자인 미래기준연구소와 함께 해외사례 등을 토대로 실증기준안을 수립할 예정이다.

▲ 산업통상자원부의 수소생산기지와 강원도 액화수소 실증플랜트의 연관성은.

- 산업부는 올해 사업계획발표를 통해 사업비 666억원을 들여 전국 단위 수소생산기지(SMR방식) 10기를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강원도는 PSMR(플라즈마 스팀개질) 방식으로 수소생산기지 도입을 시도했지만 산업부로부터 플라즈마 기술의 미성숙, 가스안전 등의 사유로 시기상조라는 견해를 들었다.

이에 도 자체사업으로 플라즈마 수소생산실증을 연내 추진해 기술확립과 수소제조 기준 등을 산업부와 수소융합얼라이언스(H2KOREA) 등에 제안할 계획이다.

강원도형 액화수소 실증형 플랜트는 수소 액화플랜트 공정기술을 비롯한 수소액화 핵심설비, 액체수소 저장탱크 기술 등을 개발해 특구 내 수소 밸류체인별 기반 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즉 산업부의 수소생산기지 구축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셈이다.

▲액화수소 생태계 조성을 통해 얻게 될 지역 내 파급효과는.

- 전국 최초로 액화수소 전(全)주기 실증사업을 추진하면서 혁신기업의 도내유입과 확산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 에너지복지 구현 등을 기대하고 있다.

깅원도는 액화수소 규제자유특구사업을 통해 30개의 기업유치와 300개의 일자리창출, 연매출 1100억원의 경제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

더불어 수소 저장‧운송클러스터 조성과 수소특화도시조성사업 등과 연계할 경우 70개의 기업유치와 2800개의 일자리창출, 연매출 3조8000억원의 경제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한다.

나아가 수소를 완전한 에너지원으로 쓰는 수소도시, 수소타운 등도 건설할 계획이다. 수소에너지로 밥을 짓고 난방을 하면서 수소버스와 택시를 타는 완전한 청정지역을 꿈꾼다.

사업에 성공하면 우리나라 전체를 수소도시로 만들 뿐 아니라 세계에 수소기술을 수출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 다양한 모빌리티 분야에서 액화수소산업을 어떻게 육성할 계획인지.

- 액화수소를 활용한 장거리 운행 선박을 비롯한 철도, 드론 등 실증을 통해 모빌리티 분야를 새로운 제조산업 동력으로 육성하고자 한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해 1월부터 선박연료유(油)의 황 함유량 상한선을 3.5%에서 0.5%로 대폭 강화했다. 이에 대응코자 강원도는 자체사업으로 올해 말까지 3t급 액화수소 선박을 제작‧완료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규제자유특구사업으로 삼척 대진항에서 실제 운항한다.

액화수소를 원료로 쓰는 수소열차는 국가별 전력망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작은 부피에 많은 수소를 싣고 더 멀리 갈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 대륙 간 열차에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강원도는 강릉에서 제진까지를 수소열차 실증의 최적구간으로 보고 있다.

드론은 항공, ICT(정보통신기술), SW(소프트웨어), 센서 등 첨단기술 융합산업인 만큼 4차산업기술과 융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자 한다.

강원도는 액화수소드론을 개발‧상용화해 기존 배터리 드론의 한계를 극복할 계획이다. 장시간 비행뿐 아니라 지리적 한계, 안전상 이유 등으로 가지 못하던 장소에 드론을 투입해 촬영‧관측하는 것이다. 향후에는 해안을 감시하거나 산불, 재해, 재난 등을 모니터링하는데 활용할 예정이다.

▲ 내년 2월 시행될 수소법의 안전관리 강화에 맞춰 강원도의 추진전략은.

- 올해 2월5일부터 수소법(수소경제 육성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의 경제조항이 시행 중이다. 안전 분야는 내년부터 시행되는데 강원도는 액화수소산업의 안전관리 기본원칙을 수립해 위험요인을 사전에 차단할 계획이다. 체계적인 관리를 바탕으로 발생 가능한 사고의 위험요인을 정립하는 것이다.

액화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활용에 이르는 단계별 안전관리 계획을 기반으로 가스안전 사각지대를 해소한다. 사업참여 기관, 단체 간 안전협의체를 구성해 사고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핵심사항을 결정케 할 계획이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이다.

수소가 설비 밖으로 유출되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파손 발생 없는 설비재료를 선택하고, 설계 시 압력감시시스템도 설치하도록 한다. 또 압력상승 시 파손방지를 위해 안전밸브 등도 설치‧운영할 계획이다.

수소유출로 인한 피해방지를 위해 수소누출경보기, 긴급차단시스템, 누출가스 환기설비, 가스점화차단을 위한 방폭 전기설비, 액화수소 접촉차단 방호시스템 등도 설치하도록 한다.

여기에 대형 피해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안전거리 유지와 방화‧방호벽 설치 등도 규정할 계획이다. 화재‧폭발위험을 막는 동시에 폭발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저작권자 | 가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