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택시 거점형 수소생산설비에 납품될 고순도 수소생산유닛.

[가스신문=최인영 기자] 천연가스 생산설비 전문기업인 ㈜원일티엔아이(대표 이정빈)가 2009년부터 시작한 수소사업으로 연일 업계의 탄성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1990년 설립된 가스설비 전문기업 원일티엔아이는 1991년 12월 한국가스공사로부터 가스필터(Gas Filter) 국산화 업체로 지정받으면서 사업영역을 확장해 갔다. 천연가스 분야에서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SCV(고압연소식 기화기), 재액화기, 연료주입시스템, 가스히터 등을 연이어 국산화하는데 성공하면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 천연가스, 발전, 원자력, 조선‧해양플랜트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기술집약기업이다.

수소추출 기술자립화 견인

▲ 수소저장합금.

탄소중립시대를 맞아 원일은 그동안 해외기술에 의존하던 거점형 수소생산기술 국산화를 목표로 지난해 5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고순도 수소생산유닛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도시가스 파이프라인을 연결해 수소충전소 등 수요처 인근에서 99.999% 이상의 고순도 수소를 경제적으로 생산‧공급할 수 있는 기술이다. 향후 현장생산형(On Site)수소충전소뿐 아니라 수소도시, 수소생산기지 등에 적용 가능한 핵심기술을 100% 국산화해 기술자립과 상용화를 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원일은 수소순도 99.999% 이상, 개질효율 80% 이상, 일산화탄소(CO) 농도 0.2ppm 이하의 성능을 입증받은 고순도 수소생산설비를 기반으로 수소생산기지형 중형 수소생산설비 국산화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원일은 평택시에 거점형 수소생산설비로서 3000N㎥/h급 1대와 300N㎥/h급 1대의 납품 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안산 수소시범도시에 소규모 분산형 수소생산설비로서 300N㎥/h급 3대를 공급하는 계약을 수주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수소생산유닛을 통해 추출한 수소는 파이프라인을 거쳐 시범도시 내 산업단지나 수소충전소 등 수요처로 공급될 예정이다.

지난달에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공고한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과 연계한 스케일업 과제도 참여하면서 2000㎏/day급 탄소배출 저감형 고효율 중대형 개질기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 수소저장합금 내 수치분석 등을 위해 관계자가 모니터링하고 있다.

수소 활용 다변화 기여

원일은 지난 2009년 새로운 기술개발을 위해 수소 산업으로 눈을 돌리면서 수소저장합금 기술에 주목했다. 당시 국방과학연구소(ADD)과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고체수소저장합금 및 저장용기 국산화 업체로 지정되었기 때문이다. 차기 잠수함인 3000t급 잠수함에 적용될 연료전지에 수소를 공급하는 기술이다.

이후 이들과 10년 간의 공동연구 끝에 응용‧시험개발 단계를 거쳐 2012년 마침내 상용화에 성공하게 된다. 원일의 수소저장합금은 차기 잠수함인 장보고Ⅲ에 납품하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수소저장합금은 티타늄, 망간 등 10여 개 금속을 혼합해서 만든 특수합금 안에 적정온도와 압력으로 수소를 주입한 것을 가리킨다. 여기에 저장한 수소와 합금을 수소저장합금, 즉 고체수소라 부르는데 수소저장합금 100㎏에 수소 약 1.8㎏을 저장할 수 있다.

수소저장합금은 잠수함의 엔진 가동이 불가능한 경우 고체수소에서 분리해 낸 수소를 연료전지로 투입시켜 전기를 만들 수 있어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원일은 지난 2017년 불량판정을 받은 수소실린더를 납품했다는 오해를 받으면서 감사를 받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흔들림 없이 연구개발에 매진한 결과 누명을 벗고 제품의 안전성과 완벽성을 인정받았다.

원일티엔아이의 이정빈 대표는 “독일 기술에만 의존하던 잠수함용 수소저장합금과 저장용기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원일은 스케일업 과제를 지속 수행하고 있다”며 “중대형 개질기에는 탄소포집(Carbon Capture) 유닛을 국내 최초로 적용해 추출수소 생산기술 확보를 꾀하고 있고, SCV(고압 연소식 기화기) 등 천연가스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은 원일이 에너지 패러다임 시대 수소 분야에서도 글로벌 기술경쟁력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원일은 가스히터, 가스필터, Pig Launcher& Receiver(파이프라인 이물질 제거 장치), 리콘덴서(가스 재응축기), 연료가스 공급 시스템 등 한국가스공사와 도시가스사에서 천연가스를 공급하는데 필요한 설비를 개발‧생산해 오고 있다.

이 가운데 핵심 제품은 2013년 국내 최초로 국산화한 SCV로 2019년 전체 매출액인 304억원의 절반이 넘는 165억원이 SCV에서 나왔다. 원일티엔아이는 이 제품을 미국, 캐나다, 중국, 쿠웨이트, 인도, 싱가포르 등에 수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국영석유가스공사에 3800만 달러 규모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올렸다.

▲ 수소생산유닛 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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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원일티엔아이 이정빈 대표 이사

“천연가스서 인정받은 기술력…글로벌 수소시장 선점”

 

온사이트형 수소충전소와

수소시범도시서 우수성적

잠수함 연료전지에 쓰이는

고체수소 개발로 외화절감

 

“일본 기술과의 경쟁에서 이긴 수소추출기를 바탕으로 수소 생산, 저장, 활용, 운송에 이르는 전(全)주기 수소생태계 전문기업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탄소배출저감뿐 아니라 외화획득 성과를 이뤄 글로벌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기체수소보다 낮은 압력으로 장기간 저장해도 가스누출이 거의 없는 수소저장합금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원일티엔아이 이정빈 대표이사가 밝힌 포부다. 해외의존도가 높은 수소산업의 주요장비를 비롯한 수소 생산, 저장, 공급, 유통, 인프라에 이르는 수소산업 전방의 기술력을 확보해 수소전문기업로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고순도 수소생산유닛 기술을 50억원에 인수할 당시 주위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는 초기 단계인 수소추출기술 100% 국산화해 대한민국이 수소경제를 선점하는데 기여하겠다는 일념을 갖고 있습니다.”

순도 99.999%의 수소를 생산하는 수소생산유닛은 에기연이 정부지원금 217억원을 받아 7년 간 연구 끝에 개발한 100N㎥/hr(215㎏/day), 300N㎥/hr(645㎏/day)급 수소생산기술이다.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파이프라인을 연결해 수요처 인근에서 고순도 수소를 경제적으로 생산‧공급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수소충전소 450기와 기지별 1일 생산량 1000㎏ 규모의 소규모 분산형 수소생산기지 40곳, 총 80기의 수소생산설비를 갖춘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국내기술을 적용한 국산제품 설치가 늘어나면 외화절감과 수소생산기술 향상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지난달 22일 전북 완주수소충전소에 300N㎥/h의 수소추출설비 2대를 납품하는 계약수주에 성공한 원일은 일본기술과의 경쟁에서 당당히 이뤄낸 쾌거라 자부했다.

완주수소충전소는 기존에 세워진 저장식(Off Site) 수소충전소를 보다 안전하고 경제성 높은 온사이트형 방식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원일의 고순도 수소생산유닛은 이곳에서 분산형 수소생산기지로서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수소 생산, 압축, 충전에 이르는 전 과정을 수요처에서 한번에 처리할 수 있는 온사이트충전소는 운송비 절감뿐 아니라 사고위험도 줄이는 효율적 대안입니다. 정부가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강소기업에 자양분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주었으면 합니다.”

원일의 수소생산방식은 메탄(CH₄)에서 탄소를 분리하기 때문에 물을 전기분해하는 수전해방식보다 폭발위험이 적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수소전기차 내 수소저장용기가 충돌 등으로 인해 파손되더라도 공기 중으로 수소가 빠르게 분산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잠수함용 연료전지시스템의 핵심구성품인 수소저장합금 상용화에 성공해 지금까지 3000t급 잠수함인 장보고Ⅲ항 여러 척에 납품하는 성과를 기록했습니다. 이 사업을 통해 현재까지 총 600억원 이상의 외화절감효과도 거뒀죠.”

이정빈 대표는 AIP(공기불요추진체계)를 사용하는 잠수함용 연료전지에 수소저장합금방식으로 수소를 공급한다는 것이 주목할 부분이라 설명했다. 특히 실린더에 저장한 수소에 일정압력을 가해 고체화하면 실린더 내부압력도 1MPa 미만으로 낮아지기 때문에 수소저장의 안정성과 동일 체적당 기체저장방식 대비 최대의 수소를 저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건설장비, 버스, 철도 무인잠수정, 수소신도시 분야에 이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에기연 등과 여러 국책과제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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