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신문 = 양인범 기자]  ESG란 ‘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의 머리 글자를 딴 단어이다. 기업 활동에 있어서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 투명한 경영을 해야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ESG는 개별 기업을 넘어 자본시장과 한 국가의 성공과 실패를 가를 대표적인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ESG는 어찌보면 기업 운영의 기본적인 원리를 이야기하기 때문에,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세계적으로 ESG경영의 중요성이 급부상했다. 이유는 최근 소비자와 투자자들 모두 착한 기업에 투자하는 성향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기업들이 발맞추고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기업들이 ESG경영을 실천하지 않으면 이제는 기업의 실직적인 실적과 투자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본지는 이번 창간특집호에서 가스연소기 분야 기업들의 ESG경영 적용 사례와 향후 개선사항 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좌측부터)귀뚜라미, 경동나비엔, 린나이의 수해복구 지원 현장
(좌측부터)귀뚜라미, 경동나비엔, 린나이의 수해복구 지원 현장

경동나비엔, ESG 개선 앞장

국내에 ESG경영이 도입된 지는 길지 않지만, 대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기업은 재무적 위험뿐만 아니라 비재무적 위험을 관리함으로써 지속가능경영을 실천하고, 성장하는 책임투자시장을 통해 자본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ESG를 외면하는 기업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기준을 세운 만큼, 기업은 ESG를 경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 ESG기준원에 따르면 ESG등급은 S부터 D까지 7단계로 나뉘는데 B+ 이상은 양호군, B 이하로는 취약군에 속한다. 환경 부문은 국내외 주요 환경 이슈 업종에 따른 환경 경영 체계, 위험관리 및 환경성 등이 고려된다. 리더쉽과 거버넌스, 위험관리, 운영 및 성과, 이해관계자의 소통 등을 평가한다.

가스연소기 기업 가운데 가정용보일러 제조사들은 중견기업 이상의 규모를 가지기에 해마다 재무제표를 발표하면서 ESG등급에 대한 평가가 나온다.

국내 보일러 제조사 가운데 유일하게 ESG평가를 받는 기업은 경동나비엔이다. 경동나비엔은 지난해 대비 올해 ESG 등급에서 하향 평가를 받았다.

사실 이번 평가는 평가 모형의 급격한 개정에 따른 영향도 있는 것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경동나비엔은 이에 대응해 지난해말 ESG 태크스포스팀을 신설하고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을 준비하고 있다.

체계적인 조직 운영과 전 직원의 동참을 위해 대표이사를 포함해 본부장급 임원을 팀원으로 포함했으며 환경, 사회, 공급망, 지배구조의 4개 분과로 구성해 ESG경영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각 분과는 다시 관련 부서의 팀장 및 실무자로 구성해 대응 역량을 높였으며, 월 1회 정기회의를 통해 분과별 과제를 설정하고 추진 실적도 관리 중이다.

경동나비엔은 여기에 ESG 전담 부서를 정규조직으로 신설하고 별도 의결기구도 설치할 계획이다. ‘ESG 실무협의체(가칭)’를 상근 조직으로 만들고, 현 TF팀 간사를 ESG 조직으로 확대 개편해 의결기구와 실무협의체 운영을 지원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그 외의 제조사들도 동일하게 가져가고 있다. 귀뚜라미, 대성쎌틱에너시스, 린나이코리아는 모두 가정용 친환경가스보일러를 제조·판매하면서 동시에 해마다 전국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기부와 장학금 사업, 봉사활동을 겸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서 친환경연소기 제조사들은 제품 단계에서부터 이미 가점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ESG기준원 관계자는 “ESG 평가 모형은 해마다 개정되는데, 2022년 평가 수준이 많이 상향 조정됨에 따라 적극적으로 ESG평가에 대응하지 않거나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는 기업은 평가 등급이 낮게 나왔다”며 “기업이 자체적으로 공개를 하는 정보에 기반해서 평가를 진행하기에, 기업이 공개하는 정보의 양이 많을수록 ESG 평가에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기술 적합 평가 받아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ESG경영에 대한 논의는 뜨겁지만, 예전과 비교해 ESG경영에 대해 회의적인 비판론자들도 있다. 2년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기업에 투자할 때 ESG를 고려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비용 상승 등 예기치 못한 요인들이 발생하면서, 블랙록의 정책도 달라졌다.

실무적으로 ESG에 대한 필요성 및 실효성에 대해 찬반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학계에서도 ESG의 성과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다. 대부분의 기존 연구는 ESG가 먼저 도입된 미국과 유럽의 자료를 이용해 분석하고 있다. 한양대 이은정 교수의 최근 연구인 ‘ESG와 기대수익률’ 논문은 국내 기업의 ESG와 기대수익률간의 관계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를 정리하면, 적어도 한국에서는 아직 ESG가 미래 기대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은 일관되고 강건성있는 결과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특성으로 구분한 그룹별로 ESG와 기대수익률의 관계가 양(+), 중립, 음(-)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이 결과는 아직 ESG 정보에 대한 국내 시장의 불확실성이 크고, ESG에 대한 인식이 투자자별로 다르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그럼에도 ESG 경영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다. ESG 채권의 국내기관 발행 추이를 보면 2018년 1조 2,500억원에서 2021년 7월 기준 133조원 가량으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환경 분야에서 글로벌 대기업들은 탄소배출 감축, 신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제품과 서비스의 탄소발자국 감축, 오염 및 폐기물 배출 감축 등 기업의 비즈니스 활동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국내의 가정용보일러, 산업용보일러·버너 업체 등은 중소기업이 대부분이고 이들의 경영 환경에서 상세한 평가를 할 수 있는 지표가 따로 마련되기가 힘든 상황이다. 예를 들어, 환경 평가에서 청정기술 개발은 ESG 경영에서 장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롯데케미칼, 엑슨모빌, 옥시덴탈과 같은 대기업들의 탄소포집·활용 실증설비 설치나 그린수소 생산시설 등은 좋은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친환경보일러, 저녹스버너 등을 생산하는 국내 연소기 업계가 이러한 부분에서 상향 평가를 받고 투자와 경영에 도움을 얻고 있는지는 알기가 힘들다. 경동나비엔과 같은 코스피 상장 기업이 아니면, 1년에 1회 재무제표를 공개하는 선에서 경영 활동이 나오고 그 이외의 지표에 대해서는 ESG 전문가들의 평가가 전무한 상황이다.

친환경 보일러의 환경·경제적 편익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환경부가 올해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노후LNG보일러를 친환경보일러로 교체할 경우 NOx는 87%, CO₂ 19%, CO 70%, 도시가스 사용량은 19% 저감시킨다고 한다. 게다가 연간 가스비 사용량은 약 438,820원이나 절감되어 친환경보일러를 구매하면 약 3년 안에 구매비용을 보전한다는 설명도 했다.

또한, 국내 산업용보일러·버너 업계에서는 자신들의 저녹스버너 기술에 대한 홍보가 부족한 점과 정부의 공장·사업장의 연소기 배출시설에 대한 관리·감독이 소홀한 점을 지적했는데, ESG경영을 확산해야 한다고 하지만 중소기업들 입장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대신 연소기 업계에서는 지역 내 사회환원과 재무구조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보일러제조사의 한 관계자는 “ESG 경영이 좋은 의미라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중소기업들 입장에서는 일일이 신경쓰며 관리하기가 힘들 수밖에 없다”며 “저녹스버너와 같은 친환경기술에 대해 자금 융통과 투자평가에서 가점을 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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