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은 2021년부터 2022년까지 38조 원의 적자를 내 자본잠식이 우려될 정도로 재무 상태가 엉망이다. 한국가스공사 역시 원료비 미수금이 14조 원을 넘고 있다. 에너지 요금을 올리지 않는다면 에너지 공기업의 적자 폭은 더욱 심화돼 조직의 존립마저 위태로울 지경이다.

그 원인은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을 국내 시장에 반영하지 못한 것과 전 정권의 탈원전(脫原電) 정책 탓이 크다고 할 것이다. 원료비가 폭등했는데 그것을 반영하지 못하니 팔수록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러면서도 전 정권은 포퓰리즘에 빠져 요금 인상을 계속 미루다 그 폭탄을 현 정부로 떠넘긴 것이다.

러-우 전쟁으로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할 때도 우리나라의 가스값 상승률은 미미했다. 특히 일본이나 유럽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전기·가스요금은 너무 저렴한 편이다. 올해 1분기 주택용 천연가스요금의 원가 회수율이 평균 62%에 불과하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

올들어 두 차례의 에너지 요금 인상이 있었지만, 그것은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 물론 여기서 다시 요금을 올린다면 국민의 불만이 높아질 것은 뻔하다. 그래도 국가 에너지 공급 체계의 붕괴를 우려해야 하는 현실에서 고통을 분담하는 도리밖에 없다고 본다.

지금 그 누구도 ‘국민의 고통 분담’은 말하고 있지 않지만, 궁극적으로 국제시장의 상승분은 소비자가 감내해야 할 몫이다. 물론 소비자는 당연히 편리하고 값싼 에너지를 원하겠지만, 그 욕구에 포플리즘의 ‘정치적 요금’으로 부응해서는 곤란하다. 공기업의 빚은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되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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