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이 되어도 전 세계의 석유 소비량은 2010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다름 아닌 세계에서 가장 큰 에너지 회사인 엑손모빌이 최근 발표한 내용이다. 탄소중립에 가장 적극적이지 않은 대표적인 미국 석유회사로 알려져 있다.

한편 미국 정부는 탄소중립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제도로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하는 경우, 톤당 85달러의 세제 혜택을 주는 법안도 실행 중이다. 그리고 이산화탄소를 석유회수증진을 위해 활용하여 유가스전에 주입하는 경우에도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

아마도 많은 에너지 생산 회사들이 현실적인 탄소중립기술로 눈여겨보고 있는 것이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CCS)기술과 수소생산 기술인 것 같다. 그리고 그 핵심을 수소생산과 이산화탄소를 연계하는 청정수소기술로 판단하고 있고 그 중심에 있는 에너지자원이 천연가스일 수밖에 없다. 국제협력이 필수적인 세계 탄소중립이 계획대로 추진되지 못한다면 탄소중립은 2100년이 되어야 가능할지도 모른다. 중국과 인도, 미국이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특히 인구가 많고 국가 경제규모가 확장기로에 있는 중국과 인도의 탄소 방출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에서는 좀 더 현실성 있는 탄소중립 정책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한국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현재 20% 수준인 전기화 비율을 45% 이상으로 늘리고 에너지원의 7% 수준인 재생에너지원을 36%로 늘려야 한다. 현실적으로 화석연료가 전체 에너지원의 80%를 차지하고 있고, 또한 전력 생산의 60% 이상을 석탄과 LNG가 담당하고 있다. 또한 미래 탄소중립의 한 축인 수소에너지의 생산도 대부분 천연가스를 비롯한 화석연료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의 수소 공급도 현재 연간 200만톤에서 2700만톤 규모로 커져도 80% 이상은 해외에서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에너지자원의 종속은 계속된다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에너지 문제는 단순히 국내에서 전력을 생산하는 문제만은 아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더 폭넓고 더 많은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에너지원이 충분하게 확보되어 필요한 곳에 제때 공급될 수 있는지 중요하다. 즉, 해외에서의 에너지원의 개발과 생산, 도입, 저장, 활용 문제 등이 연계되어 추진되는 것이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탄소중립 정책을 위해서는 석탄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이 60% 수준인 천연가스의 역할이 중요하다. 또한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해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지층에 주입하여 저장격리하는 이산화탄소 지중저장(CCS) 분야가 연계되는 것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특히, 가스전은 개발·생산시 최종 회수율이 높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저장소로 활용하기 용이하다. 생산을 끝낸 한국의 동해가스전도 이산화탄소 저장지로 활용하려고 추진중에 있는 이유이다. 탄소중립 정책이 시간표대로 제대로 수행되더라도 석유가스의 역할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며 특히, 천연가스의 역할은 수소에너지 시대에 접어들어서도 CCS 기술과 연계되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만약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이 우리의 청사진처럼 이루어지지 않고 늦어진다면 천연가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게 남아있을 것이다.

불확실한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시대에서도 핵심 역할을 수행할 천연가스, 수소, CCS 분야를 연계한 적극적인 정책이 장기적으로 추진되면 에너지 신산업화 뿐만 아니라 국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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