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총 656.2백만톤이며, 이 가운데 건물부문은 46.5백만톤에 달하여 탄소중립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요구된다.

그러나 건물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연구는 대부분 화석연료 사용 억제와 전전화(全電化)에만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건물부문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경로에 관한 통찰력 없이 단순히 에너지원별 감축에만 집중하면 건물부문 탄소중립은 요원하다. 전전화의 천문학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몇 가지 정책 방향에 관하여 제언한다.

첫째, 건물의 생애주기에 관한 선행 연구가 필요하다. 통상 연구자들은 건물부문의 온실가스를 냉·난방, 급탕 및 취사로 구분하여 온실가스가 얼마나 발생하고, 감축수단은 무엇이 있나를 고민한다.

그러나 World Building Council은 건축물의 생애주기 중 약 40년에 걸친 운영단계의 배출량(28%) 보다 2~3년에 불과한 시공단계의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디지털 건설기술이 접목되어야 재시공의 폐기물 처리과정까지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둘째, 전전화만으로는 건물부문의 탄소 중립 달성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전전화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국가 경제적 관점, 비용 편익 측면, 국민 수용성, 해외와 다른 국내 에너지 소비실태 등에 관한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다.

전전화는 기본적으로 전력 생산, 공급과 비용분담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요구된다. 추가 전력생산과 계통연계, 수전 설비 확충에 필요한 엄청난 재원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셋째, 전력의 온실가스 배출계수를 감안한 전전화가 검토되어야 한다. 과연 건물의 전전화만으로 온실가스가 감축될까? 전력의 온실가스 배출계수는 0.4468 Co2톤/Mwh으로 천연가스(0.2137 Co2톤/Mwh)의 두 배가 넘는다.

전력생산에 재생에너지 비중이 30% 까지 증가하고, 천연가스가 무대응(기술개발 없는) 한다고 가정할 경우, 전력의 온실가스 배출계수가 개선되어 2035년이 되어야 천연가스 배출계수와 균형을 이룬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6.2%(2018년)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균형은 더 늦어질 것이다. 만약에 천연가스에 무탄소 에너지원(수소, 바이오가스 등)을 2040년까지 35%까지 혼입한다면, 전력 배출계수와 천연가스 배출계수의 균형은 2040년 이후가 된다.

단순히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매몰되지 말고 원별 배출계수를 감안한 실질적인 감축량 도출이 합리적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2천만 가구가 사용하는 5만km의 천연가스 공급설비의 매몰비용에 관한 검토도 필요하다. 2050년의 공급설비 잔존가치는 약 14조에 달해 기존 공급설비의 활용방안도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EU는 21개국이 참여, 약 4만km에 달하는 천연가스 공급설비를 수소로 공급하는 「European Hydrogen Backbone」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도 천연가스 공급설비를 활용하는 e-메탄을 NEDO를 중심으로 연구 중이며, 이미 HARUMI FLAG를 통해 2020년 도쿄올림픽 선수촌을 수소와 연료전지로 공급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건물부문의 탄소중립은 전전화가 능사가 아니다.

건축물의 시공단계부터 디지털 건설 기술 도입, 에너지효율 향상, 무탄소 에너지원 공급방안 등이 전전화와 병행하여 추진될 때만이 건물부문의 탄소중립을 앞당길 수 있다.

저작권자 | 가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