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압가스충전업체가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건립한 에어컨 냉매제조시설.
고압가스충전업체가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건립한 에어컨 냉매제조시설.

[가스신문 = 한상열 기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24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예상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한 2.2%로 내놓았다.

러·우 전쟁, 이스라엘 사태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투자 위축 및 소비심리 저하 가능성이 잠재해 있으나 프리미엄 제품 중심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수요는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으로 민간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위축되는 현상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계속돼 경기 회복세가 늦춰질 수 있다는 예측도 많다.

다행히 올해는 상품 수출이 반도체 수요 확대로 3.5% 증가하고, 서비스 수출도 여행수요의 점진적 회복으로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는 등 총수출은 지난해 대비 3.8% 늘어날 것으로 보는 등 비교적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이에 반해 글로벌 경기가 크게 위축되면서 자동차, 일반기계, 철강, 정유 및 석유화학 등의 분야에서 모두 산업가스의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왔다.

산업연구원도 ‘2024년 경제산업전망’을 발표하면서 특히 고압가스업계에서 관심이 높은 반도체산업에 대해 반도체 주요 수요 산업의 소비 회복, 글로벌 인플레이션 완화, AI 서비스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 등 반도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본지는 2024 갑진년(甲辰年) 용의 해를 맞아 산업용 고압가스업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취재해 고압가스제조분야, 고압가스충전·판매분야, 반도체용 특수가스분야, 수소 및 탄산분야, 고압가스관련 용품·장비분야 등으로 나뉘어 전망해본다.

■ 산업가스제조분야

온사이트부문에서 꾸준한 실적 보여

질소, 산소, 아르곤 등 주요 산업용 고압가스를 제조하는 분야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각종 고압가스·특수가스 제품의 판매량이 급감해 올해는 바닥을 딛고 소폭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산업가스업계 관계자들도 회복세를 타는 반도체, 조선 등의 경기에 힘입어 하반기부터 상승 국면을 이어가지 않겠느냐는 다소 희망적인 예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 반도체 제조공정에 대량으로 사용하는 초고순도 질소 등 산업가스의 판매량은 산업가스메이커들의 매출과 직결돼 있어 올해 하반기부터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용 전기요금의 잇따른 인상은 산업가스메이커들에게 큰 부담이다. 정부가 그동안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해 왔으나 한전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올해 총선 후부터 본격적으로 올릴 경우 반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산업가스제조분야는 린데코리아(대표이사 회장 성백석), 에어프로덕츠코리아(대표 김승록), 에어퍼스트(대표 양한용) 등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회사를 대상으로 초고순도 질소 등을 공급하고, DIG에어가스(대표 오규석)는 LG디스플레이 등에 공급하고 있다.

이밖에 SK머티리얼즈 에어플러스, 그린에어, 코리아에어텍, 단일가스켐 등 중소규모 산업가스메이커들도 꾸준한 성장이 예상되며, 철강기업인 포스코 산업가스사업부는 올해 법인을 분리해 별도의 산업가스제조사가 탄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국특수가스가 새만금산단에 들어서는 이차전지업체에 산소 등을 공급하기 위해 산업가스플랜트를 건설하기로 해 산업가스제조분야의 춘추전국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고압가스 충전·판매분야

가스판매량 감소, 인력난 등으로 고전

주로 중소기업의 공장을 대상으로 산업가스를 공급하는 국내 고압가스충전 및 판매업체들은 올해도 심각한 인력난과 함께 가스 판매량 감소 등으로 고전이 예상된다.

특히 올해 1월 27일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의 사업장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됨에 따라 안전관리비용까지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산업용 전기요금까지 본격적으로 인상될 경우 산소, 질소, 아르곤, 탄산, 아세틸렌 등 각종 산업가스의 원료매입가격이 급등해 더욱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조선이나 반도체의 경우 내수 및 수출의 회복세가 예상되나 고압가스충전 및 판매업계의 주 수요처인 자동차 부품, 일반기계 등 중소제조업체들의 가동률 저하로 인해 산업가스 판매량이 저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압가스충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탄산 수급 대란 등의 영향으로 과당경쟁이 줄어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나 심각한 인력난은 우리 업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면서 “고압가스충전 및 판매소들이 안전관리를 하면서 사업을 안정적으로 영위하기 위해서는 가스를 적정가격에 거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에는 고압가스판매업체 중 벌크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탱크로리 충전설비를 갖추는 등 소규모 고압가스충전소의 건립이 늘어나고 있으며, 대형 충전소의 경우 품목 다각화를 위해 혼합가스, 고순도가스, 냉매가스 등으로 품목 다변화를 꾀하는 추세다.

반도체용 특수가스분야

지난해 저점 찍고 하반기부터 반등할 듯

국내외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경기와 궤를 함께하는 특수가스분야는 지난해 최악의 가스판매량 감소가 나타났으나 올해는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 2022년 네온, 제논, 헬륨 등 희귀가스의 가격 급등으로 인해 사상 최대의 특수를 누렸다. 실제로 버슘머트리얼즈코리아, 티이엠씨, 에프알디 등은 2022년 매출액이 200~300% 늘어났고 영업이익도 각각 200, 320%, 1100% 늘어나는 등 천문학적인 증가율을 나타낸 바 있다. 지난해에는 이 같은 특수상황이 종료됨은 물론 가스판매량까지 줄어 좋지 않은 실적이 예상된다.

반도체용 특수가스업계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산업은 항상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이 반복되는 양상을 띠었으나 지난해에는 두 업종 모두 장기간 어려웠다”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제조사들의 투자계획에 따라 내년 하반기부터는 점차 호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효성화학(청주), 티이엠씨(보은) 등의 투자 확대에 이어 솔머티리얼즈(군산), 백광산업(예산), 켐가스코리아(음성), MS머트리얼즈(예산), 다이킨첨단머티리얼즈코리아(당진) 등에 추가적인 설비투자가 예정돼 있다.

이차전지분야의 경우 이제까지 특수가스 수요가 없었으나 실란을 베이스로 한 실리콘 음극재 개발이 활성화되는 추세다. 또 기술개발에 따라 영향은 있겠지만 성장의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탄산 및 수소분야

심각한 수급 대란 올여름엔 해소 기대

석유화학공정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가스를 정제해 공급하는 수소 및 탄산업계는 지난해에도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고충이 컸다.

하지만 그동안 몇몇 탄산메이커들이 설비투자에 나서 올해는 수급 불균형이 다소 완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드라이아이스 수요의 꾸준한 증가와 함께 올해 하반기부터는 반도체 세정용 특수가스로 고순도 탄산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탄산의 수급 전망은 올해도 불투명해 보인다.

탄산메이커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 여름 액화탄산시장은 어프로티움, SGC에너지, 대흥CCU, 신비오케미칼, 한국특수가스 등이 추가로 탄산을 공급, 다소 여유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면서 “올해 석유화학플랜트의 정비 일정이 예년에 비해 줄어들거나 정비 계획이 없는 곳도 있어 다행이나 정비 일정이 겹치는 등의 변수도 있어 속단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수소시장도 러·우 사태와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 등으로 인해 국제유가가 고공행진할 경우 정유·석유화학플랜트의 가동률이 저하로 인해 일시적으로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수소는 산업용 외에 수소모빌리티분야의 성장에 따라 수송용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말 당진 현대제철 수소생산설비의 고장으로 인해 수소 대란이 벌어지기도 했으며, 이 같은 수급 불균형은 수소시장 전반에 걸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고압가스관련 용품·장비분야

가스 판매량 늘어나면 수주 늘어날 것

반도체 등의 경기 침체 영향으로 지난해에는 특수가스 수요가 급감하면서 고압용기, 저장탱크, 튜브트레일러 등 고압가스관련 용품 및 장비시장에도 극심한 한파가 들이닥쳤다.

이 가운데 고압용기시장은 올해도 호전되기 힘들어 보인다. 고압가스업체들의 가스판매량이 줄어들면서 사용하던 용기가 남아돌아 새 고압용기의 발주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고압가스판매량 감소로 인해 가스운반차량의 운행 빈도가 크게 줄면서 특수가스업체들의 저장탱크 및 탱크로리, 그리고 튜브트레일러의 발주도 크게 줄었다.

이에 비해 초저온저장탱크제조업체들은 지난해에도 평년작 이상의 실적을 올렸다. 저장능력 5~50톤 규모의 스탠다드형 저장탱크의 수주량은 예년과 비슷했으나 고압가스플랜트 등에 설치하는 대형 저장탱크의 수주가 늘어난 덕분이다.

대림기공, 대웅CT, 크리오스, 대웅ET, 부영CST, 금성화학기계공업 등 초저온저장탱크업체들은 올해도 반도체회사, 고압가스메이커 등에서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튜브트레일러, Y톤용기 등 초대형용기메이커는 수요 급감의 영향을 받았다. 특수가스 및 수소모빌리티분야가 주춤하는 사이 초대형 용기의 수요가 감소세로 돌아서는 등 상황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고압가스관련 용품·장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외 경기가 하반기부터 반등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특수가스 및 산업가스시장도 활기를 띠기 시작할 것을 예상한다”면서 “이 같은 전망에 따라 고압가스관련 용품 및 장비시장에도 훈풍이 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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